[전북도민일보 2013-01-31]미술로 새롭게 읽는 소설 ‘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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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 전북도민일보
날짜: 2013년 1월 31일
제목: 미술로 새롭게 읽는 소설 ‘혼불’
출처: http://www.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970189
쓴이: 송민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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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명희문학관과 전주부채문화관의 공동주최로 1월 31일부터 2월 13일까지 부채문화관 지선실에서 ‘선화에 담은 혼불전’이 열린다. 사진은 이홍규 作.

평범한 사람들의 그저 그런 이야기, 누구나 무심히 지나치는 이야기, 한 맺힌 이야기, 깊고 낮은 한숨 소리, 새 소리, 바람 소리, 온갖 자연의 소리와 빛깔…. 아주 낮은 골짜기에 물이 고이듯, 그렇게 많은 이야기들이 작가의 가슴 저 밑바닥으로 들어와 무수하게 쌓였을 테다. 뜨거운 불덩이처럼 뭉치고 어우러진 이야기들을 바라만 볼 수 없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듯 피와 혼으로 한 마디 한 마디 파 내려갔다. 그렇게 간절한 소망으로 빚어낸 산물이 바로 고(故) 최명희 작가의 ‘혼불’이다.

우리말에 깃들인 우리 혼의 무늬를 복원한 소설가 최명희와 한국의 혼을 일깨우는 소설 ‘혼불’이 전북 미술인들에 의해 새롭게 태어난다. 최명희 작가와 같은 땅에서 나고 자란 전라북도 미술인들이 생전에 “‘혼불’에 한 소쿠리 순결한 모국어를 담아서 시대의 물살에 징검다리 하나로 놓고 싶다”던 그의 바람에 그림으로 화답한 것. 한국의 혼을 일깨우는 소설 ‘혼불’을 전라북도 미술인들의 작품을 통해 재조명한다.

최명희문학관과 전주부채문화관의 공동주최로 1월 31일부터 2월 13일까지 부채문화관 지선실에서 열리는 ‘선화에 담은 혼불전’은 그동안 ‘글’로만 읽고 들었던 ‘혼불’을 ‘그림’으로써 보고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전시다. 문학과 미술이라는 장르의 조화를 통해 지역문화유산을 새롭게 조명하는 의미 깊은 시도인 셈이다.

전시에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 10명이 참가했다. 고형숙 서은형 이봉금 이홍규 임승한 장지은 정소라 진창윤 최윤진 최지선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혼불’의 내용을 재해석, 각자의 개성과 느낌을 살려 새롭게 펼쳐 보인다.

이홍규 작가는 ‘혼불’에 등장하는 고즈넉한 ‘한옥마을’을 부채에 소담히 담아냈다. 경기전, 오목대 등을 배경으로 한 한옥마을의 풍경이 수묵담채를 통해 낭만적이면서도 운치있게 표현됐다. 또, 최지선 작가는 ‘혼불’에 담긴 한국의 전통문화와 풍습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그는 “혼불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친숙했다. 우리 부모님과 동네 어르신들이 쓰시는 바로 그 말씀들이기 때문이다”면서 “초반부터 그려지는 혼례의 준비 과정에서 주방의 분주한 장면들도 재미있는데, 혼례의 모습이 더 흥미로워 재연해 보았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정소라 작가는 색색의 꽃 그림을 통해 ‘혼불’ 속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2주 동안 이어지며, 최명희 작가의 불꽃같은 문학정신을 전북 미술인들의 개성 넘치는 작품으로 새롭게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