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민일보 2013-01-16]혼불에 담긴 언어들을 만지고 느껴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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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 전북도민일보
날짜: 2013년 1월 16일
제목: 혼불에 담긴 언어들을 만지고 느껴보는 시간
출처: http://www.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968418
쓴이: 송민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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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명희문학관이 ‘혼불’에 담긴 언어들을 만지고 느껴볼 수 있도록 지난 1월 2일부터 12월 31일까지 문학관 독락재 앞에서 ‘혼불에 담긴 지문’전을 열고 있다.

고(故) 최명희(1947∼1998) 작가는 생전에 “언어는 정신의 지문(指紋)”이라며 “나의 넋이 찍히는 그 무늬를 어찌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스스로 ‘정신의 지문’이라고 늘 강조했던 아름다운 언어와 치열한 문학정신을 10권의 ‘혼불’과 독자들의 가슴에 깊게 새겨 놓고 세상을 떠났다.

최명희문학관(관장 장성수)이 ‘혼불’에 담긴 언어들을 만지고 느껴볼 수 있도록 지난 1월 2일부터 오는 12월 31일까지 문학관 독락재 앞에서 ‘혼불에 담긴 지문’ 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소설에 담긴 언어들을 미술작품으로 만나는 자리로, 보다 쉽고 친근하게 최명희 작가의 ‘혼불’에 담긴 언어들과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다.

초대작가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서양화가 최지선 씨(31). 좁고 긴 형형색색의 헝겊 조각들을 겹으로 붙이고 그 안에 솜을 넣은 뒤,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글자를 표현했다. 그 결과, 사르락, 관옥, 바듬히, 우수수, 울멍줄멍, 춘애, 부숭숭, 어씩어씩, 둠벙, 퍼스르르, 고무락거리다, 덩클덩클하다, 너훌너훌, 포르릉 등 ‘혼불’에 담긴 의성어·의태어들이 작가 특유의 독창적인 작품 18점으로 다시 살아났다. 각각의 글자들은 울퉁불퉁 튀어나오고 부풀어 올라 마치 글자들이 살아 있는 것 같은 입체감을 나타낸다.

작가 최지선 씨는 “‘혼불’을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숨바꼭질하듯, 보물찾기하듯, 아끼는 사탕을 녹여 먹듯이 언어들을 챙겼고, 손수 이불을 꿰매고 만들어 주신 어머니의 정성처럼 수를 놓듯 작품 속 모국어들을 새겼다”면서 “아랫목의 푹신한 이불처럼 한겨울의 추위를 조금이라도 녹여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 씨는 전주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 지금까지 4회의 개인전을 진행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