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일보 2013-01-30]최명희문학관, 선화를 담은 혼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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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 전라일보

무려 17년 간 성치 않은 몸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그저 그런 이야기와 생소하지만 아름다운 모국어, 모든 자연의 소리와 빛깔을 꾹꾹 눌러 담았다. 우리네 역사부터 문화, 언어까지 한국적인 모든 것을 지닌 최명희(1947-1998) 작가의 장편소설 ‘혼불(10권)’을 완성하기 위해서다.

그 주옥같은 글귀들이 부채와 만난다. 최명희문학관(관장 장성수)과 전주부채문화관(실장 임승한)이 31일부터 2월 13일까지 전주부채문화관 지선실에서 ‘선화를 담은 혼불전’을 연다.

한국의 혼을 일깨우는 소설이자 전라북도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고 최명희의 ‘혼불’을 다시 한 번 조명하는 자리로 전라북도에서 활동하는 청년 작가 10명이 한 권씩을 맡아 인상 깊었거나 표현해 보고 싶은 장면들을 선면(부채의 거죽)에 표현한다.

참여작가는 고형숙 서은형 이봉금 이홍규 임승한 장지은 정소라 진창윤 최윤진 최지선. 각자의 작업 방식 및 재료를 반영해 개성적이면서도 다채로운 느낌을 준다.

진창윤은 제10권 24쪽에 있는 ‘그러나 누르면 솟구치고, 썩히면 발효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를 재구성했다. (사)전북민예총 회장으로서 정치, 사회 부문에 대한 관심을 표명해 온 그는 “일본 제국주의가 뼈도 살도 다 발라 공출해가는 세월, 절망뿐이다. 하지만 최명희는 언제나 청년은 시대의 절망이고 시대의 희망이라고 한다”는 설명을 덧붙이며 아크릴을 이용, 다소 추상적이게 풀어냈다.

최윤진의 작품은 영락없는 제7권 11쪽이다. ‘어느 해 정초, 청암부인은 큰 방에 그득히 모여 앉은 문중의 부인들과 담소한다. 며느리 율촌댁, 강실이, 수줍은 새댁, 새앙머리 앙증맞게 한 계집아이, 청암부인과 좌우의 부인 등 그 어느 날보다 화사한 빛깔로 방안이 가득하였다’는 한지에 채색해, 각양각색의 한복빛깔과 그만큼이나 다양한 몸짓 및 표정을 생동감있게 살렸다.

이홍규는 겨울 경기전과 자만동에서 바라본 오목대의 풍경을 은은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수묵담채화로, 장지은은 댓이파리 쏠리는 틈바구니로 달빛이 번뜩이다 사라지는 꽃잎과 같은 달빛도 수묵담채화로 각각 해석한다.

전시 관계자는 “각 관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 전시가 아닐까 싶다. 이를 기점으로 지속적인 연합을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