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매일신문 2013-01-28]선화에 담은 혼불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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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 전북매일신문
대하소설 ‘혼불‘의 숨결이 넉넉한 선비의 멋과 여유를 상징하는 ‘합죽선’에 담긴다.

전주부채문화관 지선실에서는 오는 31일부터 2월 13일까지 ‘선화(煽畵)에 담은 ‘혼불 展’을 마련한다.

이번 전시는 전주부채문화관과 최명희문학관이 공동으로 주최하여 한국의 혼을 일깨우는 고 최명희작가 ‘혼불‘을 전라북도 미술인 작품을 통해 재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전라북도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 10명을 선정, 작품 ‘혼불‘ 내용을 재해석해 작품을 제작해 선보인다. 참여 작가는 고형숙 서은형 이봉금 이홍규 임승한 장지은 정소라 진창윤 최윤진 최지선.

‘그다지 쾌청한 날씨는 아니었다’로 시작한 대하소설 「혼불」. 1996년 12월 ‘온몸에 눈물이 차오른다’로 마침표를 찍은 이 작품은 한 시대 인간과 문화와 자연을 모국어로 빚어내며 작가 역시 한국문학사에 큰 획을 긋게 했다.

서은형 작가는 한지에 혼합 재료를 통해 혼불 제3권 104쪽의 문장을 작품화했다. ‘창공의 혼불‘을 주제로 청암부인의 육신에서 빠져나온 혼불을 형상화, 또 다른 생성을 의미하는 ‘희망의 불‘로 재창조했다.

또 이를 ‘멈추지 않는 기운’이라는 제목으로 작품 제작해냈다. 이봉금 작가는 한지에 먹을 재료로 혼불 5권을 붓으로 길어냈다. 정소라 작가는 혼불 제2권을 부채 선면에 담아냈다.

“어둠을 안고 사는 여인들 슬픔을 화려함 뒤에 숨겨놓았지만 그럼에도 그들 울음소리는 지금까지 귓가에 맴도네요”라고 말하는 정 작가는 ‘베틀가’,’가슴애피’ 등을 주제로 창작했다.

‘어느 해 정초, 청암부인은 큰방에 그득히 모여 앉은 문중의 부인들과 담소한다.

며느리 율촌댁, 강실이, 수줍은 새댁, 새앙머리 앙증맞게 한 계집아이, 청암부인과 좌우의 부인 등 그 어느 날보다 화사한 빛깔로 방안이 가득하였다’-혼불 제7권 11쪽-

본문의 내용이 선면에 그대로 그려졌다. 최윤진 작가는 먹과 분채로 청암부인댁의 방안을 재현해냈다. 또 연분홍 치마로 부끄럼을 타는 강실이의 미모도 다른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다. 진창윤 작가는 혼불 제10권을 재창조했다. ‘유랑민’과 ‘과연 나는 어디서’라는 주제를 아크릴로 제작했다.

장지은 작가는 ‘사운대는 댓이파리 쏠리는 틈바구니로 달빛이 번뜩이’는 광경을 검은 밤을 배경으로 부채에 담았다.

혼불 제6권을 소재로 제작한 장 작가는 수묵담채와 채색을 통해 소설 속 인물들의 다양한 심경을 그림으로 완성했다. 최지선 작가는 작품 속 대례상을 부채에 옮겨왔다. 혼례의 준비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정겨운 마을 분위기도 함께 전한다.

고형숙 작가는 ‘비비낙안’에 착안, 혼불 4권의 일부를 제작했고 임승한 작가는 ‘아름다운 사천왕’을 주제로 혼불 9권을 다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