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중앙신문 2013-01-29]젊은 미술인들 '혼불' 부채 위에 담아내다

▲ 고형숙 작가 작품

‘강모와 한 살 차이였던 사촌누이 강실이는, 살구나무 아래 앉아서 소꿉장난하는 것이 일이었다. (중략) 떨어진 살구꽃잎을 수북이 담아 밥상을 보아오면 강모는 나뭇가지 젓가락으로 꽃잎을 집어 먹는 시늉을 하는 것이었다.’ <‘혼불’ 제1권 57-58쪽-최지선 ‘소꿉장난’>

전라북도의 미술인들이 ‘’혼불‘에 한 소쿠리 순결한 모국어를 담아서 시대의 물살에 징검다리 하나로 놓고 싶다’던 작가의 바람에 그림으로 화답했다.

전주부채문화관과 최명희문학관이 한국의 혼을 일깨우는 소설 최명희의 ‘혼불’을 전라북도 미술인들의 작품을 통해 재조명하는 전시, '선화(煽畵)에 담은 ‘혼불’전'을 마련한다.

고형숙, 서은형, 이봉금, 이홍규, 임승한, 장지은, 정소라, 진창윤, 최윤진, 최지선 등 10명의 젊은 미술인들이 ‘혼불’의 내용을 재해석한다.

▲ 이홍규 작가 작품

▲ 정소라 작가 작품

고형숙은 ‘삼례 한내 희고 맑은 모래밭에 기러기 열을 지어 내려앉는 모습이 하도 아름답고 정취로워서 예로부터 이 고장에 일컬어지기를 “비비낙안(飛飛落雁).”이라고.’<‘혼불’ 제4권 44쪽>에 드러난 강모의 마음을 담아 비비낙안을 수묵으로 표현했다.

▲ 최윤진 작가 작품

최윤진은 ‘어느 해 정초, 청암부인은 큰방에 그득히 모여 앉은 문중의 부인들과 담소한다.’<‘혼불’ 제7권 11쪽>는 정경을 그려냈으며 임승한은 ‘혼불’ 제9권 70-71쪽에 나오는 세상의 방위 이야기를 ‘아름다운 사천왕’그림으로 풀어냈다.

▲ 장지은 작가 작품

장지은은 작품 ‘달빛’을 통해 ‘비수 같은 달빛이다. 그러나 다시 비치고, 그랬다가 부서지며 사라지는 달빛은 달빛의 꽃잎 같다.’<‘혼불’ 제6권 130쪽>를 한지에 수묵담채로 나타냈으며 정소라는 ‘청암부인이 보낸 베틀’ 이야기를 부채 위에 담아냈다.

최명희문학관 관계자는 “우리말에 깃들인 우리 혼의 무늬를 복원한 소설가 최명희와 한국 혼을 일깨우는 소설 ‘혼불’을 소재로 한 기획은 이번 전시뿐 아니라 앞으로도 여러 형태로 계속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전시는 31일부터 2월 13일까지 부채문화관 지선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