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살소살
삶을닮다(오늘의필록)
필록 768 - 둥우리를 차고 나온 까치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2-03-10 11:56
조회
3014
아침이면 까만 윤이 흐르는 날개에 무지개 서면서
둥우리를 차고 나온 까치가,
저녁에는 날개 갈피에 자우룩한 어스름을 데불고
고단하게 돌아오는 소리는 서로 다르다.
지친 듯 그리운 듯 잠잠히 살구나무를 지나
은행나무로 날아간 새의 날개 치는 소리가 멎은 하늘
「혼불」 4권 159쪽
“새는 나무를 골라서 살지만, 나무는 자기에게로 와서 사는 새를 선택할 수가 없다.” 강모를 기다리는 강실의 심정이 새와 나무로 묘사된 인상적인 대목입니다. 아무리 멀리 떠나도 날이 저물면 제 둥지를 잘 찾아가는 새들의 모습을 보며, 강실이 강모를 떠올리는데요. 새들이 돌아오는 이유가 나무들의 간절한 부름이라고 생각하며, 강모 또한 자신의 간절한 기다림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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