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살소살
삶을닮다(오늘의필록)
필록 662 - 오래오래 서 있는 강실이.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0-07-28 17:55
조회
894
마치 꿈을 꾸다 나온 사람처럼 허망하고
처연한 모습으로, 성에가 허옇게 어린 저고리의
흰 옷고름 하나 나부끼지 않는 앞섶을
두 손으로 붙움켜 누른 채, 고개를 들어 검푸른 겨울 밤
하늘의 깊고도 깊은 물속 한가운데
그 무슨 시린 소원처럼 얼음 박힌 달을 우러르며
오래오래 서 있는 강실이.
그네는 윤기 잃어 여윈 머리 위에 달무리를
에이도록 푸르게 두르고 서 있었다.
「혼불」 5권 3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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