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살소살

천필만필(공지사항)

28일 새벽 0시 45분, ‘낭독의 발견’(KBS 2TV) 주목하세요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07-09-26 22:54
조회
2864




■■□■□□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극한까지 보여준 작가 최명희. 그의 작품 『혼불』을 통해 최명희의 삶과 문학적 사유를 돌아보는 시간이 마련됐습니다.

■■□■□□ KBS 2TV ‘낭독의 발견’에 최명희 작가의 ‘혼불’편이 방송됩니다. 이번 방송에서는 서지문 고려대 영어영문과 교수가 낭독자로 무대에 오릅니다. 최명희 작가와 서 교수의 인연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독자로 『혼불』을 경험한 서 교수는 작품에 대한 감동으로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게 됐고 그들의 인연은 이후 최명희 작가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 이 날
방송에서는 최명희문학관과 혼불문학관
, 최명희의 가장 절실한 친구였던 극작가 이금림씨와의 편지 등도 소개됩니다. 또 현재 전북대 앞 갤러리 ‘공유’에서 열리는 혼불전(30일까지)에 대한 내용도 소개됩니다. 28일 새벽 0시 45분, ‘낭독의 발견’(KBS 2TV).


서지문 교수가 2000년 한 세미나에 발표한 글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혼불>을 처음 읽고 내가 생각한 것은 '이것은 나는 백 번 죽었다 깨어나도 쓸 수 없는 작품'이라는 것이었다. 작가가 되겠다는 야무진 (겁 없는) 꿈을 꾸어 본 일은 한번도 없지만, 문학 작품을 읽고는 '이런 작품이라면 나도 쓸 수 있겠다'라고 생각되는 작품이 있고, '내가 한 번 죽었다 깨어나면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작품이 있고, '나 같은 사람은 여러 번 죽었다 깨어나야 쓸 수 있을까 말까한 작품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 있다. 그러나 <혼불>은 몇 장(章)을 읽기도 전에 '이것은 나는 백 번 죽었다 깨어나도 쓸 수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나를 강타했다.

또한 '이 작가는 집안 소제 같은 것은 하지 못하고 하루에 밥 한끼도 제대로 못 챙겨먹고 살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가 그토록 혼신의 힘을 오로지 작품에 쏟아 붇는데 집안 소제나 식사준비 같은 자기 육신을 돌보는 일에 신경 쓸 여력이 있을 수가 없겠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독자가 작가를 만나서 자기는 <혼불>의 작가가 글을 쓸 때는 청암부인처럼 우아하게 모시치마저고리를 차려입고 집필할 것이라고 상상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도대체 그 독자는 <혼불>을 어떻게 읽은 것이냐고 속으로 분개했다.

<혼불>의 탄생은 20세기 후반 한국문단 최대의 경사이다. 이 작가가 아니면 어느 누구도 먼발치로도 따라갈 수 없는 작품, 기존의 모든 작품들과는 완벽히 다른 차원의 작품, 읽는 동안 내내 독자를 감동과 슬픔과 깨달음의 무아지경에 빠지게 하는 작품, 읽고 나면 무어라 형언할 수 없이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느끼게 만드는 작품, 우리 민족의 혼을 되찾아 주는 이런 작품이 나왔다는 것은 한국문단의 경사일 뿐 아니라 국가적인 대 경사다.




어둠은 결코 빛보다 어둡지 않다 - ‘혼불’ 최명희, 서지문 교수 편


- 방송일시 :
2007년 9월 27일 (목) 12:45am (KBS 2TV)

- 출 연 자 : 서지문(고려대학교 영문과 교수, 번역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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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사무치게 갈아 새긴 말의 씨 하나...”

‘세상이라는 원고지에 정말 쓰고 싶었던 것 딱 한 가지만 말하라고 한다면,
어둠은 결코 빛보다 어둡지 않다는 것이다’


1930년대 전라북도 남원의 몰락해 가는 한 양반가의 며느리 3대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힘겨웠던 삶의 모습과 보편적인 인간의 정신세계를 탁월하게 그려낸 소설 <혼불>. ‘사람이 죽기 얼마 전 몸에서 빠져나가는, 혼의 바탕이 되는 맑고 푸르스름한 빛’, 그리고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혼의 불’이라는 뜻을 가진 제목의 이 소설을 쓴 후 스스로 혼불이 되어 떠난 故 최명희 작가를 낭독무대에서 다시 만나보았다. 최명희 작가의 열렬한 독자이자 절친한 지기였던 고려대 서지문 교수가 출연해 <혼불>의 문학적 가치와, 작가의 삶 등을 들려준다.

첫번째 낭독으로, 최명희 작가의 어록 중에서 몇 가지를 들어본다.
“쓰지도 않고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때때로 나는 엎드려 울었다. 그리고 갚을 길도 없는 큰 빚을 지고 도망다니는 사람처럼, 항상 불안하고 외로웠다. 그러나 안타까운 심정으로 쓰기 시작한 이야기 혼불은, 드디어 나도 어쩌지 못할 불기로 나를 사로잡고 말았다.”
서지문 교수는 처음 <혼불>을 읽었을 때, 이것은 정말 작가의 간절한 기도고, 그저 심혈을 기울여 썼다는 진부한 표현이 해당되지 않는, 정말 자기의 온 몸을 헐어서 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작가가 적합한 단어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 얼마나 모국어를 아꼈는지 알 수 있었던 일화들을 들려준다.

다음 낭독은 <혼불> 중에서 연에 관해 쓴 부분이다.
“연이야 무슨 생각이 있을까마는, 그렇게 제 가슴을 아프게 도려낸 애를 곱게 곱게 물들이어 이마빼기에 붙이고, 그 어느 연보다 더 휘황한 빛깔로 자태를 자랑하며, 이름까지 이어 받아, 소원을 싣고 악귀를 쫓으면서, 높고 높은 하늘의 먼 곳으로 나는 것이다. 얼마나 서럽고 아름다운 일이리.”
낭독 후 서지문 교수는 연이 구멍이 뚫리지 않으면 날 수가 없듯, 사람도 운명의 모든 고난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다 삭여 정말 자기의 애간장이 다 녹아 없어질 때까지 견뎌야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고,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작가의 의도를 덧붙여 설명한다.

다음 낭독은 방송작가 이금림 씨가 ‘친구 최명희’에게 보내는 편지다. 중학교 1학년 때 만나 평생 서로에게 가장 의지가 되는 지기로 지냈던 두 사람. 이금림 씨는 ‘국어교사 최명희’를 ‘소설가 최명희’가 되도록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서지문 교수가 <혼불>중에서 달에 관해 쓴 부분을 들려준다.
“인간의 소원들이 바친 눈물이 어둡고도 휘황한 골짜기를 이루고 있는 월면(月面)은, 올려다보기만 해도 위안을 주었다. 그 어떤 경우에라도 부성의 엄중한 꾸중보다는 모성의 비애와 연민으로 사바 예토의 가여운 중생들이 지니고 있는 소원을 어루만져 쓰다듬고 들어 줄 것만 같은 달.”

특별히 이번 낭독무대는 소설 <혼불>을 미술작품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아홉 명의 작가들이 <혼불>을 읽고, 각자의 느낌을 표현해 낸 ‘혼불展’의 작품들 중 일부를 직접 가지고와 무대를 꾸며주었던 것. 구슬을 이용해 혼불에 나오는 여인들의 이름을 점자로 쓴『혼불의 여인들』, 황토빛 고무신을 표현해낸『꽃심의 땅』, 혼불의 상징적 의미를 사진으로 표현한『LOVE-돌려보내다』등의 작품이 <혼불>의 낭독과 어우러져 의미를 더해주었다.




덧글) 서지문 교수님은 12월 14일 최명희문학관에서 <내가 아는 작가, 최명희>를 주제로 초청강연이 마련돼 있습니다. 52.gif












언어는 정신의 지문이고 모국어는 모국의 혼이기 때문에

저는 제가 오랜 세월 써 오고 있는 소설 <혼불>에다가

시대의 물살에 떠내려가는 쭉정이가 아니라

진정한 불빛 같은 알맹이를 담고 있는 말의 씨를 심고 싶었습니다.


-故 최명희 작가/ 1998, 8회 호암상 수상소감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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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 Etude in B minor

기타 : 서정실


故 최명희 작가가 남긴 글 中에서

최명희

낭독 서지문


쓰지도 않고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때때로 나는 엎드려 울었다.


그리고 갚을 길도 없는 큰 빚을 지고 도망 다니는 사람처럼,

항상 불안하고 외로웠다.

그러나 안타까운 심정으로 쓰기 시작한 이야기 혼불은,

드디어 나도 어쩌지 못할 불기로 나를 사로잡고 말았다.

나는 마치 한 사람의 하수인처럼,

밤마다 밤을 새우면서,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의 넋이 들려,

그들이 시키는 대로 말하고, 가라는 대로 내달렸다.

그것은... 휘몰이 같았다


나는 글씨 자체를 사랑한다.

언어는 정신의 지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넋이 찍히는 그 무늬를 어찌 함부로 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날렵한 끝이나 기능 좋은 쇠붙이를 가지지 못한 나는

그저 온 마음을 사무치게 갈아서 손끝에 모으고

생애를 기울여 한 마디 한 마디 파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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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액막이 연’ 中에서...

최명희

낭독 김세원(성우)


연이야 무슨 생각이 있을까마는,

그렇게 제 가슴을 아프게 도려낸 애를 곱게곱게 물들이어 이마빼기에 붙이고,

그 어느 연보다 더 휘황한 빛깔로 자태를 자랑하며, 이름까지 지어 받아,

소원을 싣고 악귀를 쫓으면서, 높고 높은 하늘의 먼 곳으로 나는 것이다.


얼마나 서럽고도 아름다운 일이리.


사람도 그러하랴.


한 생애를 두고, 그 무슨 못 견딜 일 당하여서,

순결한 눈밭처럼 희고 깨끗한 백지의 인생을,

무참하게 달려들어 반으로 꺾은 허리, 다시 한 번 접어서 또 반으로 꺾은 종이,

이제는 도려내어 구멍 뚫는데.

죄도 없이 운명에게 폭행당하며,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폐장이 다 썩어 내려 텅 비어 버린 가슴,

혹은 삶의 고비 막다른 곳에서 피할 길 없는 비수를 들이댄 누구인가에게 난자당한 가슴, 그 비수같이 꽂힌 어느 이름이,

밤마다 흘리는 눈물에 녹아서 이제는 흔적마저 희미한데,

그 이름에 함께 녹아 썩은 물이 되어 버린 애.


그 애 녹은 자리의 쓰라린 공동(空洞).

이 상실과 상처와 상심이 버린 가슴은 오히려, 해 같고 달 같은 꼭지로 물들어서,

한숨과 눈물의 풀로 한 생애의 이마에 곱게 붙여질 것인가.

그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비어 버린 것의 힘으로 가벼이 되며,

또 그 비어 버린 것의 힘으로 강하게 되어,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 수도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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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와 이금림이 주고받은 서신 中에서...

최명희, 이금림

낭독 김세원(성우)


금림아.

내가 어떻게 살고 싶어하며,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를

이제야 비로소 알 것 같다.

늦트이어, 스물아홉 먹도록 사춘(思春)하며, 막연히 삶을 동경하였다.

누구보다도 현실(現実) 깊숙한 곳에 일찍 던져졌던 내가,

누구보다 늦게까지 현실(現実)을 꿈꾸고 있었구나.

허긴 삶이란, 가장 큰 꿈이기도 하지만

나는 일평생(一平生), 영혼의 숙제, 정신(精神)의 비밀(秘密)을 푸는데

나의 힘을 다할 것이다.

- 최명희


사랑하는 명희야


중학교 1학년, 열세 살의 나이에 너를 만나 37년간

우리는 피차 가족을 제외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때로는 피아가 구분되지 않을 만큼 서로에게 경도되어 있었다.


나의 인생의 중요한 고비에는 항상 네가 있었고

너에게도 또한 내가 그런 사람이었으리라 믿는다.


그렇게 가까이 있었음에도 우리는 항상 서로에게 그리운 사람이었다.


어린애처럼 천진하고 따뜻한 감성,

그것과 상반되는 깊고 심오한 정신세계,

날카롭고 예리한 통찰력, 유연하고 부드러운 사고,

몇 시간이나 대중을 감동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풍부한 화술

너는 분명 비범한 사람이었다.

- 이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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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 Prelude No.3 in A minor

기타 : 서정실


『혼불』‘달 봤다아’ 中에서...

최명희

낭독 서지문


크고 밝기야 양() 중에 으뜸이어서 태양(太陽)인 해를 당할 존재가 이 우주 안에는 없지만, 소원은 은밀한 곳에서 자라기 때문인가. 양명하고 당당한 태양의 위용 앞에서는 감히 기도할 마음이 나지 않는다.


소원은 눈물을 머금고 크는 것이라, 먼지까지 다 드러나는 백일하에 앉으면 소원을 적시고 있는 그 눈물이 다 증발하여 메말라 버릴 것 같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정대한 태양은 사람들을 일하게 한다. 움직이게 한다.


그래서 고요히 마음을 모으고 두 손을 모아야 하는 기도는 밤으로 미루어진다. 밤에 뜨는 달님에게로 빌게 된다. 달님은 그 가슴에 서러운 광휘를 머금고 있다. 인간의 소원들이 바친 눈물이 어둡고도 휘황한 골짜기를 이루고 있는 월면(月面)은, 올려다보기만 해도 위안을 주었다.


그 어떤 경우에라도 부성의 엄중한 꾸중보다는 모성의 비애와 연민으로 사바 예토의 가여운 중생들이 지니고 있는 소원을 어루만져 쓰다듬고 들어 줄 것만 같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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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하나면 됩니다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참 잘 살다 갑니다


- 故 최명희 작가의 유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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