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그것은 어미의 품이었다. 이렇게 세상살이가 고되고 서러워 온 몸이 다 떨어진 남루가 될수록 어디에서도 위로 받지 못하는 육신을 끌고 와 울음으로 부려 버리고 싶은 것이 바로 명절이었다.’ (최명희 「혼불」 제5권 130쪽)

모이긴 모였는데, 어른들 따로 아이들 따로. 설은 온 가족이 함께 할 때 더욱 따뜻하다. 전통문화를 테마로한 한옥마을 문화공간과 교육적 효과가 높은 박물관·미술관이 설을 맞아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화투짝 내려치는 소리는 가라. 설이 문화로 더 재밌어진다. 도휘정기자 hjcastle＠

△ 마음이 즐거운 문학관

이렇게 독서를 해 보는 건 어떨까?

「혼불」의 작가 고 최명희 선생을 조명한 최명희문학관(관장 장성수)은 설 연휴가 시작되는 6일부터 정월대보름인 21일까지 ‘맑은 청수(淸水) 한 대접’을 연다.

「혼불」 에 나타난 설과 정월대보름 풍경과 다양한 민속의 모습을 발췌, 걸개 실사로 소개하고 관람객들에게 글귀로 나눠줄 예정. ‘「혼불」로 알아보는 설과 정월대보름의 민속’을 통해 「혼불」도 읽고 명절 민속도 엿볼 수 있다.

그밖에도 문체만큼이나 독창적인 서체를 가진 최명희 글씨를 직접 따라 써볼 수 있는 ‘최명희 서체 따라쓰기’, 문학관에서 제공한 엽서에 관람객이 엽서를 쓰면 문학관이 대신 배달해 주는 ‘엽서쓰기-문학관은 우체부’, 한 해 계획과 다짐이 담긴 편지를 쓰면 문학관이 타임캡슐이 되어 1년 동안 간직하고 있다 12월에 발송해 주는 ‘1년 뒤에 받는 나에게 쓰는 편지-기억은 저마다 한 채씩의 집을 짓는다’ 등이 전부 무료로 진행된다.

장성수 관장은 “문학관의 체험행사들을 통해 좀더 많은 사람들이 작가 최명희와 소설 「혼불」, 전라도 문학과 인연을 맺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체험행사도 좋지만, 문학관은 꼭 살펴볼 것. 최명희 선생이 문학청년 시절 필사한 A4 50장 분량의 타고르의 시 ‘기탄잘리’가 새롭게 전시됐다. 단, 설날 당일은 휴관. 063) 284-0570

△ 몸이 즐거운 한옥마을 문화공간

전주전통문화센터(관장 류관현)는 7일부터 9일까지 ‘2008 무자년 새해 큰 잔치’를 펼친다. 이번 설에는 소외계층 아동 100여명을 초대해 설날 당일 ‘사랑의 떡국 나누기’를 가질 예정. 낮 12시 30분과 오후 2시 30분 교육체험관 경업당에서는 신정일 전라세시풍속 보존회장의 ‘전통세시풍속 이야기’가 진행된다.

7일과 8일 오후 2시 음식마당에서는 ‘솜씨자랑! 가래떡 썰기’가 준비돼 있으며, 오후 3시 혼례마당에서는 ‘운수대통 토정비결’(유료)과 ‘가훈써주기’(유료)가 진행된다.

물론, ‘가오리연 만들기’와 ‘무자년 소원문 달기’ ‘재수부적 나누기’를 비롯해 정읍농악과 전주기접놀이, 한벽예술단 특별공연, 무료영화상영 등 3일 내내 계속되는 프로그램들도 많다. 063) 280-7042

전주공예품전시관(관장 오영택)에서는 제기차기, 가족단체 줄넘기, 널뛰기 등으로 가족 전통놀이 시합을 벌인다. 전주영상미디어센터와 함께 방문객을 대상으로 전통민속놀이체험 장면 등을 영상으로 촬영해 CD로 선물할 계획. 남원 제기세트와 위패 등 설에 꼭 필요한 품목들을 중심으로 설 선물전 ‘오는 정 가는 정’을 열고 있어 설 선물 하기에도 좋다. 6일부터 8일까지. 063) 285-0002

전주한옥생활체험관(관장 김병수)은 5일과 6일에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7일부터 9일까지는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한민족 설 큰잔치’를 연다.

외국인들에게는 떡 만두국 만들기, 달이앙상블 공연, 민속놀이 올림픽, 장기자랑 등으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주고, 일반시민들을 위해서는 사랑채 마당에 민속놀이 마당을 펼친다. 063)287-6300

△ 머리가 즐거운 박물관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이원복)은 ‘설·정월 대보름 맞이-2008 작은문화축전’을 연다. 6일부터 21일까지. 무려 10종목의 민속놀이 마당이 펼쳐진다. 맷돌, 절구, 저울, 되, 지게 등 선조들의 생활도구를 체험해 보는 것도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 이 기간 문화체험관 시민갤러리에서는 무주군 설천면 배방마을 어른들이 손수 만든 짚풀 민속공예품이 전시된다.

정월대보름날인 21일에는 엿치기, 동전 던지기, 종이딱지 치기, 떡메쳐서 인절미 만들기, 부럼 깨기, 달집 태우기 등 정월대보름 고유 풍습들을 체험할 수 있다.

설 연휴 기간 쉬지 않고 개관하며, 한복 착용 관람객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또 한복 착용 관람객과 3대 동반 가족 관람객에게는 기념품을 증정한다. 063) 220-1005

국립전주박물관과 나란히 위치한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은 무료 입장이 특징. 상설전시 뿐만 아니라 민속놀이 체험 마당과 영화상영이 6일부터 8일까지 진행된다. ‘우리가족 사진촬영’도 마련된다. 063) 228-6485

△ 눈이 즐거운 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최효준)은 10일까지 ‘백두대간 대미 지리산’전을 열고 있다. 분단과 한국전쟁 등 격동의 한반도 역사가 배어있는 역사의 땅 지리산을 통해 아픈 상처를 달래는 시간. 지역과 이념의 장벽을 넘어 민족이 하나됨을 소망하며 화합의 산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시다. 단, 설날 당일인 7일은 휴관.

전시도 전시지만, 미술관 주변 경관이 좋아 나들이를 한 듯한 느낌이다. 063) 222-0097

한국소리문화의전당(대표 이인권)은 3월 2일까지 어린이들을 위한 전시를 열고 있다. 오대호 작가의 정크아트 작품들.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등에서 발생되는 각종 고철을 비롯해 현대 문명이 토해낸 산업 폐기물들이 예술가들의 손을 통해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7일만 오후 1시 개관하며, 나머지 연휴 기간은 정상개관(오전 10시∼오후 5시 30분)한다. 단, 입장료가 비싸다. 36개월 미만(무료입장)과 유치원생(6000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균일 8000원이다. 063) 270-7841

‘별난 박물관’ 전주특별전도 3월 2일까지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휴대용 화장실, 달걀의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하는 기계 등 상식을 깨는 독특한 물건들이 많다. 쇼케이스에 갇혀 만질 수 없는 일반 전시와 달리, 마음껏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다. 입장료 어른 및 학생 1만원. 폐막까지 휴관일은 없다. 1588-8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