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심을 지닌 땅

언론에 비친

[여성신문 제1233호]3m 육필 원고탑에 담긴 치열한 ‘혼불’ 정신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13-04-19 11:32
조회
2413

매체: 여성신문
날짜: 제1233호(2013년 4월 9일)
제목: 3m 육필 원고탑에 담긴 치열한 ‘혼불’ 정신
출처: http://www.womennews.co.kr/news/57094
쓴이: 권남희(월간 한국수필 편집주간)


[문학기행]3m 육필 원고탑에 담긴 치열한 ‘혼불’ 정신

전주·남원 문학관에서 만난 최명희의 예술혼


20130409140211R9F.jpg
▲ 전주 최명희문학관에서 전시 중인 ‘혼불’ 육필 원고 중 일부.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 동학혁명기념관에서 경기전 뒷담 중간에 최명희 길이 있다. 그녀가 자부심을 갖고 사랑했던 화원동(지금의 경원동), 작가의 생가 터도 있는 곳이다. 그 옆길로 들어서면 최명희문학관이 보인다.
비가 그친 문학관은 더욱 맑고 정갈하게 방문객을 기다렸다. 문학관 정원에는 아기자기한 조각품과 소품들이 놓여 있어 마치 최명희 작가의 독자 사랑을 보는 듯하다. 문학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작가의 육필 원고가 쌓여 있는 전시실이다.

1980년 4월 시작한 ‘혼불’은 1996년 12월 1만2000장으로 끝났다. 최명희 작가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았다.”

국내 월간지 최장 기록을 세우며 월간 ‘신동아’에 소설을 연재하는 7년 동안(1988∼1995) 손으로 썼던 원고의 3분의 1 정도가 통유리 안쪽에 원고 탑으로 세워져 있다. 그 앞에 서니 부끄럽다. 작가에게 질타를 받는 순간이다. 작가들의 육필 원고가 전시되는 행사에 필자의 원고도 초청됐다는 사실에만 흥분돼 고향이지만 자주 찾지 않았던 한옥마을까지 온 것이다. 지하 비시동락지실(때를 정하지 않고 노소동락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대관 가능)에는 손으로 쓰는 원고가 귀한 탓에 문학관에서 전국 작가들에게 육필 원고를 받아 작가별로 돌아가면서 전시 중이었다.

2013040914045800O.jpg
▲ 전주 최명희문학관에 들어서면 ‘필사의 탑’이 있다. 누구나 ‘혼불’ 문장을 필사할 수 있도록 펜과 원고지가 놓여 있다.
도시형 문학관인 이곳은 접근성이 높아 한옥마을을 찾는 방문객과 학생들로 활력에 넘쳐 있다. 입구에는 지역 문인들이 기증한 작품집들을 자유롭게 빌려 볼 수 있도록 한 책꽂이가 놓여 있다. 전시실 입구 평상에는 원고지와 필기도구가 있어 언제라도 작가의 문장을 육필로 필사할 수 있도록 ‘필사의 탑’ 자리도 있다. 마침 남학생들이 문틈에 앉은 먼지들을 닦아내는 봉사를 하고 있어 내 일인 듯 기쁜 마음이 들었다. 학생을 대상으로 한 참여 프로그램도 많아 곳곳에 학생들이 쓴 원고들이 전시돼 있다.

문학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찾아오는 이들을 배려한 마음 씀씀이가 돋보인다. 혼불문학상과 혼불학술상 등 크고 작은 행사와 콘텐츠는 건물만 요란하게 지어놓고 채울 게 없는 다른 문학관에 비하면 배울 점이 많은 문학 명소라 생각한다. ‘최명희와 혼불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결성을 태동으로 2006년 개관한 문학관은 전문 민간인에게 위탁해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문학관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작가의 뜻과 숨결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듯 섬세하게 노력한 흔적이 보여 외국인들도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알려져 있다는 게 가슴 뿌듯하다. 전주는 예향이라더니 어휘 하나에도 자기 몸을 녹여 담듯 정성을 들인 작가의 마음을 꿰뚫어 구석구석 ‘혼불’ 작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았다.

“제 작품의 한 부분을 따로 떼어내거나, 나아가 한 문장만을 읽어도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도록 쉼표 하나, 마침표 하나에도 머뭇거렸습니다. 이는 인간의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져 이루어지는 우리 삶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기 위해서였습니다. 한번 쓰기 시작하자 저도 어쩌지 못할 정도로 사로잡은 이 작품 때문에, 밤이면 갚을 길도 없는 큰 빚을 지고 도망다니는 사람처럼 항상 불안했습니다.”-신경림 시인과 최명희 작가의 대담 중에서

201304091404040B6.jpg
▲ 남원 혼불문학관 전시관. 최명희 작가 집필 모습을 만날 수 있다.


20130409140303Y6S.jpg
▲ 남원 혼불문학관에 있는 ‘혼불’ 집필 당시의 책상과 펜, 잉크, 원고지.
‘혼불’의 작품 무대는 남원이다. 전북 남원시 사매면 매도리에는 청호저수지 옆 혼불문학관과 최명희 작가의 부친 생가인 혼불마을이 있다.
‘혼불’의 작품 무대는 1930∼40년대 남원으로 매안 이씨와 그 문중의 땅을 부치며 살아가는 거멍굴 사람들의 얽히고설킨 삶의 모습이 소설 속에서 혼례식이나 장례식 등으로 고증돼 살아나고 있다. ‘혼불’은 매안이씨 집안의 3대 종부(종갓집 며느리)가 중심축이다. 호남 지방의 혼례와 상례의식, 절기의 풍습이 남원지방 사투리로 묘사돼 판소리의 흥을 느끼게 하는데 마치 나의 이모나 고모들이 움직이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결혼 1년 만에 청상과부가 된 채 몰락해가는 이씨 집안을 힘겹게 일으켜 세운 1대 청암부인, 나약하고 무책임해 방탕을 거듭하는 종손 강모를 낳은 1대 율촌댁, 종손 강모와 결혼한 3대 허효운이 그 주인공이다.

종손 강모가 사촌 강실과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상처를 준 채 기생과 만주로 떠났는데 종부들은 전통을 지키고 양반가로서 부덕을 지켜내는 보루로 서 있다면 마을이라는 공동체에서 치열하게 부딪치는 하층민인 ‘거멍굴 사람들’의 삶은 원색적이다. 특히 양반 계층을 향해 서슴없이 대거리하는 옹골네와 춘북이, 당골네인 백단이가 소설 속에서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실속 없는 양반 행세는 남자들이 하고 다니지만 양반 가문이라는 상징을 붙잡고 일으켜 세우는 그 뿌리는 여인들의 눈물과 희생이다.
‘혼불’을 읽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민속학, 국어학, 역사학, 판소리 분야에서도 인정할 만큼 고증이 치밀하고 토속 어휘가 많아 속도가 붙지 않고 지루한 점도 있다.

하지만 전주 최명희문학관을 다녀오거나 남원 혼불문학관을 다녀온다면 자신도 모르게 소설을 꺼내 들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진심으로 최명희의 혼을 만나니 어찌 외면할 수 있을까. ‘혼불’ 10권이 완간은 아니라는 말을 남겼던 작가가 살아 있다면 그 이후 풀어나갈 역사의 소용돌이까지 대단한 능력을 보여주었을 텐데 아쉽기도 하다.

독락재(獨樂齋)는 최명희 작가의 당호가 됐지만 독락은, 홀로 자신과 대면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높은 문학의 경지에 이르는 곳이란 의미로 결혼도 하지 않고 홀로 글쓰기를 즐기며 자기 세계를 다져나갔던 작가를 말한다. 스스로 성보암이라 부르며 마지막까지 소설을 썼던 서울 청담동 성보아파트가 바로 작가의 독락재였다.

전체 5,386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1321
[여성신문 제1233호]3m 육필 원고탑에 담긴 치열한 ‘혼불’ 정신
최명희문학관 | 2013.04.19 | 추천 0 | 조회 2413
최명희문학관 2013.04.19 0 2413
1320
[전북일보 2013-04-18]장편소설 어떻게 쓸까
최명희문학관 | 2013.04.19 | 추천 0 | 조회 2596
최명희문학관 2013.04.19 0 2596
1319
[전라일보 2013-04-16]제3회 혼불학생문학상 공모
최명희문학관 | 2013.04.19 | 추천 0 | 조회 2268
최명희문학관 2013.04.19 0 2268
1318
[전북도민일보 2013-04-16]제3회 혼불학생문학상 주인공을 찾습니다
최명희문학관 | 2013.04.15 | 추천 0 | 조회 2455
최명희문학관 2013.04.15 0 2455
1317
[전북매일신문 2013-04-16]‘혼불학생문학상’ 빛낼 학생 주인공 찾는다
최명희문학관 | 2013.04.15 | 추천 0 | 조회 2608
최명희문학관 2013.04.15 0 2608
1316
[전북중앙신문 2013-04-16]제3회 혼불학생문학상 공모
최명희문학관 | 2013.04.15 | 추천 0 | 조회 2662
최명희문학관 2013.04.15 0 2662
1315
[새전북신문 2013-04-03]‘혼불학술상' 내가 주인공
최명희문학관 | 2013.04.03 | 추천 0 | 조회 2444
최명희문학관 2013.04.03 0 2444
1314
[전북일보 2013-03-12]제3회 혼불문학상에 도전하세요
최명희문학관 | 2013.03.13 | 추천 0 | 조회 2572
최명희문학관 2013.03.13 0 2572
1313
[한겨레 2013-03-13]최명희문학관, ‘혼불학술상’ 공모
최명희문학관 | 2013.03.13 | 추천 0 | 조회 2661
최명희문학관 2013.03.13 0 2661
1312
[전라일보 2013-03-12]혼불기념사업회, 제8회 혼불학술상 수상자 공모
최명희문학관 | 2013.03.13 | 추천 0 | 조회 2285
최명희문학관 2013.03.13 0 2285
1311
[전북도민일보 2013-03-12]제8회 혼불학술상 주인공 누구?
최명희문학관 | 2013.03.12 | 추천 0 | 조회 2366
최명희문학관 2013.03.12 0 2366
1310
[전북일보 2013-03-12]혼불학술상 여덟번째 주인공 누가 될까
최명희문학관 | 2013.03.12 | 추천 0 | 조회 2276
최명희문학관 2013.03.12 0 2276
1309
[전북매일신문 2013-03-12]여덟 번째 혼불학술상 새 주인공 찾는다
최명희문학관 | 2013.03.12 | 추천 0 | 조회 2297
최명희문학관 2013.03.12 0 2297
1308
[전북중앙신문 2013-03-12]혼불학술상 공모
최명희문학관 | 2013.03.12 | 추천 0 | 조회 2428
최명희문학관 2013.03.12 0 2428
1307
[KBS전주방송총국 2013-03-08]소설 '혼불' 낭독하는 사람들
최명희문학관 | 2013.03.09 | 추천 0 | 조회 2502
최명희문학관 2013.03.09 0 2502
메뉴
error: 콘텐츠가 보호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