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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필만필(공지사항)

2월 22일(금) 오후 7시 2월 월례문학세미나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08-02-15 17:45
조회
2752


최명희문학관 2008년 2월 월례문학세미나

• 일시: 2008년 2월 22일(금) 오후 7시
• 장소: 최명희문학관 지하 세미나실
• 발제: ㉠ 김은혜(방송작가) ‘노인문학의 관점에서 최명희 소설읽기’
㉡ 진양명숙씨(전북대 강사) ‘노인에 관한 문화인류학적 고찰’
• 토론: ㉠ 전주대 장미영 교수, ㉡ 전주대 이수라 객원교수



전주의 대표적인 문학연구 프로그램인 <최명희문학관의 월례문학세미나>가 오는 22일(금) 오후 7시 최명희문학관 지하 세미나실에서 열린다.

이 달에는 최명희의 대표작품인 『혼불』과 단편소설 「만종」에 시선을 고정했다. ‘여성다시읽기’ 회원인 김은혜씨(방송작가)와 진양명숙씨(전북대 강사)가 발제자로 참여, 각각 ‘노인문학의 관점에서 최명희 소설읽기’와 ‘노인에 관한 문화인류학적 고찰’을 주제로 발표한다. 전주대 장미영 교수와 전주대 이수라 객원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한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이 시대에 노인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문학 담론과 문화인류학적 고찰은 아직 비좁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 월례문학세미나에서는 최명희 작가가 보여주고 있는 노인의식과 근대화,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과거 농경사회에서 전통과 지식의 전달자 역할을 담당했던 노인들의 역할 상실 문제를 점검한다. 특히 세미나의 주요방향은 『혼불』의 청암부인과 「만종」의 맹오리영감·봉사할멈을 주요 매개로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남성노인과 여성노인의 젠더적 역할분담과 전통적 가치관에 의해 타자화 된 노년층의 생활상에 주목해본다. 이 시간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문의)284-0570






단편소설 「만종」

1) 작품출처: 『비사벌(전북대교지) 8호』(1980)

「만종」은 등단 이후인 1980년 발간된 전북대학교 교지인 『비사벌 8집』에 실린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등단 이전의 작품인지, 이후 작품인지 판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최명희의 글 「혼불과 국어사전」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최명희가 본격적인 『魂불』 집필에 들어간 것은 1980년 4월 5일부터다. 등단 직후인 1월부터 약 3개월의 시간이 있었으니, 충분히 그 안에 집필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분명한 건 이 작품이 『魂불』 이전에 쓰여졌다는 것뿐이다. 「만종」의 시공간이 전국체전 준비로 개보수공사가 진행중인 경기전과 태조로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 작품은 79년말~80년 초반 작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참고로, 제61회 전국체전은 1980년 가을 전주에서 개최되었다.

2) 작품해설:

단편소설은 「혼불」보다 최명희 소설의 서정적 특징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만종(晩鐘)」에서 나타나는 정서와 정적 소설이 보여주는 공감각화는 「혼불」의 전조가 된다. 이 작품은, 전주시에서 전국체전을 계기로 도시 전체를 단장한다며 대공사를 진행함에 따라 전시적인 효과만을 생각할 뿐, 과거의 전통이나 정신적 뿌리를 고려하지 않음을 지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의 대부분의 초점은 전주를 둘러싸고 있는 경기전(전주에 있는 이 태조의 영정을 안치한 곳), 경기전을 소중히 지키는 것이 마치 자신의 천직인양, 거기에서 놀던 아이들을 눈물이 쏙 빠지게 혼을 내는 맹오리 영감,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 성당의 종소리만 울리기를 바라고 성당을 바라보고 앉아있는 장님 할머니, 그런 환경에서 자라온 주인공의 즐겁고 아름다웠던 어린 시절에 맞추어져 있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전주의 풍물을 회상하는 부분에서는 일반적인 최명희 소설의 특징들을 부분적으로 보여주지만 뚜렷하게 특징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과 갈등을 일으키는 부분에서는 서정소설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뚜렷이 드러낸다. 즉 언어의 시각화를 위한 잦은 행갈이, 시각화와 동시에 청각화를 일으키는 공감각화가 그것이다. 공감각화를 통해 일어나는 어지러움증은 바로 과거의 것은 무조건 자르고, 밀어버리며 근대를 향해 달려가는 현대병이다. 현대병은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이 작품의 절반 이상은 과거의 회상으로 전개되다, 후반부에 와서야 갈등이 형성된다. 갈등은 우리의 소중한 정신이자, 우리의 자긍심이었던 과거에 관련된 모든 것을 근대라는 불도저로 전부 밀어버리는 현대병이다.

서사에 담긴 내용은 비교적 단순하다. 나의 쌈터였던 경기전에는 맹오리 영감이라는 터줏대감이 있고, 그 맞은 편 전동성당에는 봉사 할멈이 있다. 이 일대는 요즘 전국체전 준비를 이유로 재단장이 한창이며, 공무원들의 불도저가 파헤친 것은 단순히 낡은 건물만이 아니라, 거기 함께 묻어둔 우리네 추억과 거기에 기반을 둔 삶 전반이었다.



작품인용:

허물어져 늘 삐긋하게 열려 있는 대문 사이로 들여다 본 그의 집은, 낡을 대로 낡은 것이었는데, 벽에는 하얀 회칠이 되어 있었고, 검게 그을린 부엌 바라지 안에는 솥과 밥그릇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았다.

댓돌 위에 고무신이 한 켤레였는지 또 몇 켤레 더 있었는지는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는 그 맹오리 영감을 경기전 밖에서는 본 일이 없었다.

그리고, 누구와 말을 나누는 것도 역시 본 일이 없었다.

그러나, 딱 한 번, 그가 어느날 저녁 무렵, 만종 소리가 울릴 때, 봉사할멈에게 무어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었다.

그때, 봉사할멈이 앉아 있는, 학교 담장에 맹오리 영감의 그림자가 기울어질듯이 비쳤던가…… 아니었던가……

할멈의 자리 바로 옆에는 성모병원이 있었는데, 그 무렵, 병원을 더욱 크게 늘려 남문 쪽에 새로 뚫리는 십이칸도로의 네거리로 옮기는 중이어서 구건물인 작은 병원을 헐고 있었다.

병원을 헐어내는 바람에 흙먼지와 벽돌이 무너지며 금방이라도 봉사할멈을 덮어버릴 것만 같았으나, 그네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여늬 때 처럼 중얼중얼 기도를 외우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성당의 종이 울리자 예의 그 절을 하기 시작했다.

쇠망치로 벽돌을 부수는 굉장한 소리와, 연기처럼 피어오르며 부옇게 날리는 흙먼지, 어두운 만종소리들은, 한꺼번에 뒤엉켜, 보잘것 없는 할멈을 삼켜버리고 있었다.

맹오리 영감은, 경기전 모퉁이의 터져버린 철망을 걷어 올려 이어보려고 애쓰다가, 무너지는 성모병원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 종소리에 맞추어 정신없이 절을 하는 봉사할멈을 한참이나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일찍 저무는 경기전의 나무 그늘 탓이었는지 몰라도, 영감의 뒷 모습은 회색으로 보였다. 그리고, 경기전 바깥의 성당 쪽에서 비치는 햇살은 엷은 주황을 띄우고 있어, 영감의 모습은 마분지 같은 것으로 만들어 세운 것 처럼도 보였다.

영감은 할멈의 절이 멎기를 기다리는 것 처럼 그렇게 서 있었다.

이윽고 종소리가 멎자, 할멈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사람같이 다시금 예전대로 두 손을 모은 채 책상다리를 하고 앉고, 영감이 허리를 더욱 구부리며 무슨 말인가 그네에게 하였다.

그 소리는 우리에게까지 들리지는 않았다.

다만, 봉사할멈에게 누가 말을 건네는 것도 처음 보았고, 더우기 맹오리 영감이 그렇게 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우리는 수근거리지 않았다.

다만, 서로 말을 나누는, 그런 대수롭지 않은 풍경이 이상하게도 오래도록 우리를 두근거리게 했었다.

그 성모병원 자리에는 그릇점이 들어앉아 그릇의 하얀 이빨들이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경기전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단정하게 둘려쳐진 시멘트와 철골 울타리, 그리고 철대문과, 관리 사무실의 시멘트 건물. 허성하게 베어내버린 나무들이, 철이른 계절탓인지 벌써 가을을 맞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군데군데 놓인 돌 벤치와 나무 의자 몇 개에 노인들이 앉아 있었다.

노인들이 나와 있기에는 이제 이미 경기전이 추워지는 듯 했다.

올려다보니 하늘이 환하게 보였다.

/최명희의 단편소설 「만종」(비사벌(전북대교지) 8호 1980년) 부분

‘조선의 발상지요 태조의 영정을 모신 곳이라 하여 신성하게 일컬어졌으나, 어린 아이 우리들에게는 그지없이 즐거운 놀이터였던 경기전의 <맹오리 영감>, 명월같이 말갛게 벗어진 대머리와 카랑카랑 울리던 고함소리. 그 경기전지기의 매서운 위세와 긍지를 나는 잊지 못한다. 검은 지붕이 드높은 전주 남문성당 정문 앞, 경기전 담벽에 붙어서 빨깡 쪼그리고 앉아 새침하게 구걸하던 <봉사할멈>. 그는 성당에서 종을 칠 때면 어김없이 그 소리에 맞춰 꿉벅꿉벅 정신없이 절을 하곤 했다.’

/최명희의 수필 「기억은 저마다 한 채씩의 집을 짓는다」(전북의정 1994년 12월호)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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