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심을 지닌 땅

언론에 비친

[새전북신문 20071101] 고향나들이 온 최일남 소설가를 만나다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07-11-01 09:12
조회
3604
▲ 소설가 최일남씨(75)가 모처럼 고향나들이를 했다.

전주의 구수한 말맛을 가장 잘 살려내 소설속에 녹여낸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소설가 최일남씨(75)가 모처럼 고향나들이를 했다.

전주시가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과 지방 예술인들의 만남의 장을 마련, 이 기회에 작가는 벼르고 벼르던 고향을 찾았다. 31일부터 1일까지 1박 2일 일정의 이번 행사에는 이름만 대면 알법한 예술인들도 참석했다.

자주 찾지 못했던 고향에 어찌 목이 뻐근하게 메이지 않을 수 있으랴. 작가는 고향은 벗어날 수 없는 내 근본이요 뿌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작가는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무뚝뚝한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그러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최명희 문학관’에 대해 칭찬하기 시작했다.

“널린 게 문학관인데 최명희 문학관은 살아 있더군. 꼭 말을 걸어오는 것 같더라니까. 뭐랄까 압도당하는 느낌이랄까. 암튼 전주에 맞게 그리고 작가를 되살리 듯 제대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아. 아주 좋아”작가는 처음 들러본 최명희 문학관에 깊은 인상을 받은 듯 한참을 이야기 하며 전주의 힘이 바로 이런 곳에 있다고 강조했다.

공식 문단 경력만 반세기 훌쩍 넘은 작가는 언론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게 싫다고 말했다. 소설과 기사의 경계에서 단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다는 작가는 소설가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야만 글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소설가를 한다’는 건 이상한 게 아닌데, 다들 특이한 이력이나 된 것처럼 말하는 데 틀린 거 아닌가. 내 생각은 그래. 국문과 출신치고 소설가가 없는 건 글만 고민하니까 우물 안에 갇히는 거지. 그래서 글을 쓰기가 쉽지 않아. 남을 볼 때, 글을 쓸 때 좁은 눈으로 보지 말라고.”

작가는 소설가를 지망하는 후배들에게도 이렇게 당부한다. 글에만 매달리지 말라고 말이다.

대중 혹은 독자들의 ‘최일남의 글은 한결 같다’는 평에 대해서도 내심 불만이 많다. 한결 같다는 건 새로운 개척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에 작가는 그런 말들이 싫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작가의 글에는 전라도의 리듬이 녹아 있다. 문장마다 전라도 방언이 묻어나기도 한다. 때문에 문어체이면서도 자주 구어의 느낌이 든다.

작가는 “사물을 표현할 때 그 말(전라도 사투리)이 아니면 표현하기 힘든 게 있다”며 “어찌할 수 없는 거 아닌가”라는 말로 자신의 글에 대해 두둔한다.

그러다 갑자기 ‘시나브로’ 를 아느냐고 묻는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이라고 답하자 자상하게 일러준다.

“그게 아니라. 그 말이 전라도 사투리였다가 표준어가 된 말이야. 자랑이 아니라 사투리에 좋은 말들이 얼마나 많은 지 알아. 몰라서 그렇지 숨겨진 그런 말들이 많아.”

‘맞벌이’, ‘꽃꽂이’ 등 일본어를 우리말로 순화시킨 것 역시 작가다. 50년 말에 여원이라는 잡지사에서 근무했던 작가는 자꾸 일본어를 쓰는 게 싫어 적당한 우리말을 찾다가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도시락’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공(?) 역시 같이 그 당시 일한 동료들에게 돌리며 별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작가는 고향이 변하는 것을 아쉬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바뀌는 걸 당연히 받아들이고 그에 걸맞은 시각으로 고향을 바라보면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거창하고 요란한 것이 싫다는 작가는 앞으로도 억지를 부리지 않고 지금까지 지냈던 것처럼 펜과 원고지를 벗 삼아 지낼 것이라고 전했다.

평균치 소시민의 일상에 눈길을 둔 작가의 소설의 절반은 감칠맛 나는 글에 있다. 예를 들어 “벽에 걸린 시래기 소쿠리를 눈으로 쓰다듬으며 솥뚜껑 여닫는 소리를 좇아 슬금슬금 들어선 부엌, 아니 정지는 온갖 평화의 냄새와 소리로 그득”(‘석류’) 등등의 표현이 그것이다.

작고한 소설가 김동리는 언젠가 최일남을 이렇게 평했다.(김동리는 최일남을 등단시킨 문단 스승) "신문 칼럼에 비해 소설은 더 문예적이더라"

53년 ‘쑥 이야기’로 출발했으니 반세기를 훨씬 더 소설을 써온 작가이지만 거두절미 핵심으로 들어가다가도 눙치고 어르는 우리 입말은 여전하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풍경을 복원하는 작품들이 젊은 독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겠느냐라는 물음에 이렇게 대꾸한다. “번갯불처럼 빨리 돌아가는 세상, 느릿느릿 시큰둥하게 한마디 던지는 늙은 작가도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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