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심을 지닌 땅

언론에 비친

[전북일보 2009-12-13] 문화콘텐츠 개발으 훌륭한 원천 자료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09-12-15 08:33
조회
2270
34)소설가 최명희와 '혼불'

문화콘텐츠 개발의 훌륭한 원천 자료

작성 : 2009-12-13 오후 7:41:05 / 수정 : 2009-12-13 오후 7:49:07

전북일보(desk@jjan.kr)
20-1-1.jpg낮은 골짜기에 물이 모이듯 세상사는 이야기들이 가슴에 쌓여 온 몸에 차는 소설이 '혼불'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그저 그런 이야기, 누구나 무심히 지나치는 이야기, 한 맺힌 이야기, 깊고 낮은 한숨 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꽃잎 피고 지는 소리, 온갖 자연의 소리와 빛깔. 아주 낮은 골짜기에 물이 모이듯이 그렇게 많은 이야기들이 작가의 가슴 저 밑바닥으로 들어와 무수하게 쌓였으리라. 그것들이 뭉치고 어우러진 이야기들을 사무치게 갈아서 손끝에 모으고, 불덩이를 이뤄, 결국 생애를 기울여 한 마디 한 마디, 파 나간 작품이 소설 '혼불' 이다.
20-1-2.jpg"언어는 정신의 지문이요, 모국어는 모국의 혼입니다. 저는 '혼불'에 한 소쿠리 순결한 모국어를 담아서 시대의 물살에 징검다리 하나로 놓을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라고 말하던 소설가 최명희.

<< 지난 11일은 소설가 최명희(1947~1998)의 추모 11주기였다. 전주의 젊은 문학인들과 최명희문학관 식구들은 이날 아침 일찍 선생의 묘가 있는 전주시 덕진동 혼불문학공원을 찾아 선생에게 한 아름의 국화를 안겨드렸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그날 꽤 많은 사람들이 선생의 묘역을 찾았고, 최명희문학관 홈페이지는 추모의 글이 이어졌다. 이것은 일종의 경배다. 최명희는 17년이라는 긴 시간을 하나의 작품에만 바친 투철한 작가정신을 통해 예술혼의 탁월한 경지를 보여주었으며, 죽음보다 더한 고통으로 「혼불」을 지키고 쓰다듬어 풀뿌리의 숨결과 삶의 결을 드러냈다.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다"던 각고의 산물들. 전북 문화콘텐츠를 넘어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로 꼽히는 소설가 최명희와 그의 「혼불」, 아니 모두의 가슴에 아로 새겨진 우리의 「혼불」…. "언어는 정신의 지문(指紋)"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문학의 혼은 그가 쓴 원고지 칸칸이 불꽃처럼 피어났고, 이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성장하며 새로운 생명을 얻고 있다. >>

한국의 전통적인 유·무형의 문화적 요소들이 다양하고 풍부하게 들어 있는 최명희의 소설 「혼불」은 그 자체로 문화 서사이자 콘텐츠다.

「혼불」은 1930~40년대 남원과 전주를 주요 배경으로 몰락하는 종가(宗家)를 지키려는 종부(宗婦) 3대와, 이씨 문중의 땅을 부치며 살아가는 거멍굴 사람들의 삶을 그린 가족사소설이면서 대하역사소설이다. 또한 한국인의 생활사와 풍속사, 의례와 속신의 백과사전일 뿐 아니라, 우리 문화전승의 전범(典範)으로 불린다.

설화와 민요, 무가, 속담 등이 널리 인용돼 있고, 무당굿과 점복, 풍수, 동제, 삼신, 조상단지, 속신 등 민속신앙의 유래와 이치와 의미가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풍물과 판소리, 노래, 놀이도 두루 등장한다. 관혼상제를 중심으로 한 일생의례와 정월 대보름과 단오 등의 세시풍속, 취락과 모듬살이의 모습, 생활관습, 종가와 종부 등의 친족조직 등의 사회상 역시 실감나게 그려져 있으며, 각종 살림살이와 민구, 의식주 생활, 두레와 같은 농사관행 등에 관한 정보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염료 제조법, 옷감의 때와 얼룩을 빼는 갖가지 세탁법 등 한국인 생활의 모든 면모를 지극 상세하게 구성해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민속학자인 안동대 임재해 교수가 "「혼불」은 혼례나 장례를 비롯한 민속 문화의 모든 영역에 걸쳐 다양한 민속현상들을 서사적 맥락에 두루 끌어들여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고 경탄하고, 서강대 김열규 명예교수가 "「혼불」은 이 시대가 낳은 민족의 대표적이고도 전형적인 이야기의 불씨로 또 전통성 강한 겨레의 정서의 불씨로 여물어 갈 것"이라고 주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민속 문화의 면모가 세세히 구현돼 있는 것은 참으로 빼놓을 수 없는 「혼불」만의 매력이다.

박물지를 방불케 하는 「혼불」의 방대한 민속자료들은 발표 초기에 소설로서 수준미달이란 평가를 받을 만큼 단점으로 지적되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평가는 크게 다르다. 우리가 대대로 전승해온 풍속의 세계를 최대한 정밀하고 자상하고 아름답게 복원시키는 작업을 통해 한민족의 참된 형체와 정체성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소설 장르의 새로운 영토를 개척함으로써 한국 문학의 한 단계 높은 차원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민족지(民族誌, ethnography)적 관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작가에 의해 활물화된 「혼불」의 다양한 민족지적 형상들은 역사, 옛이야기, 시문, 사상·신앙, 사회·경제·신분 제도, 의식과 의례, 의식주, 예술(음악·미술), 지리와 지명 등 다양하다.

전주대 장미영 교수는 "「혼불」은 다른 소설처럼 서사적 사건 속에 문화적 요소들을 용해시키지 않고 서사성이 파괴될 정도로 문화적 요소 그 자체를 도드라지게 따로 구별하여 재현해 놓은 부분이 많다"고 말한다. 전남대 장일구 교수도 "「혼불」은 소설로만 읽히지 않는다. 문화지적 정보매체로서 역할을 담당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혼불」은 한국인들이 면면이 가꾸어온 세시풍속·관혼상제·음식·노래 등 민속학·인류학적 기록들을 아름다운 모국어와 극채색으로 생생하게 복원해낸 빼어난 예술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문화 현장의 세세한 구석을 살펴 기술하는 대목들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이는 「혼불」이 문화산업 시대에 걸맞은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새로운 문화콘텐츠 개발의 훌륭한 원천자료가 된다는 의미다. 문화산업은 경제적 가치 외에도 문화적 정체성이나 가치관, 세계관의 표상을 창출해내기도 하는 만큼, 이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의 전통적인 삶의 원형을 복원해내려 애쓴 「혼불」은 한국 문화의 상징산업으로 확대될 수 있는 풍부한 원천 자료를 지니고 있다. 실제로 작가는 「혼불」을 쓰기 위해 무수히 많은 문헌과 현장과 전문가와 옛 어른들을 찾아다녔다.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가는 느낌으로 자료를 찾으러 다녔고, 그런 작가에게 손때 묻은 자료들은 세월의 혼을 담은 채 '살아 있는 존재'로서 자신을 드러냈다. 세월에 묻혀 잊혔던 자료들은 "활물이 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던 작가에 의해 「혼불」이란 작품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최기우 문화전문객원기자(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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