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살소살

천필만필(공지사항)

12월 11일은 최명희 선생의 추모 11주기입니다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09-12-09 00:35
조회
4269


img.php?img=f260f986cd806d362c89c9a8b7a92c78.jpg&id=1410012월 11일(금)은 최명희 선생의 추모 11주기입니다.
뼈와 살을 깎,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던 투혼어린 인고의 세월을 통해 비로소 빛을 발한 대하예술소설 「혼불」을 우리 모두의 가슴에 남긴 채,
선생은, 1998년 12월 11일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
매년 이 즈음이 되면 혼불기념사업회와 최명희문학관, 전북대학교 등 선생을 떠올리는 여러 분들이 모여서 추모 행사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선생을 추모하는 별도의 행사를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선생을 외롭지 않게 하는 것이 최명희문학관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만, 올해는 조용히 선생을 추모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지역의 젊은 문학인들과 최명희문학관 식구들은 이 날 아침 일찍 선생의 묘가 있는 전주시 덕진동 혼불문학공원을 찾아 선생에게 한 아름의 국화를 선사하고자 합니다. 이 날만은 최명희문학관의 전시관과 마당에도 화려한 꽃보다 하얀 국화 송이들을 소담하게 놓아둘 겁니다.
최명희문학관에 찾아주신 여러분들의 오늘은, 선생을 더 간절히 기억하는 하루가 되어주시기 바랍니다.
"아름다운 세상, 잘 살다 갑니다."라고 했다는 선생의 마지막 말씀이 가슴에 차고, 온 몸에 어리는 날이 될 것입니다.







선생과 막역한 지기였던 극작가 이금림 선생이 『리브로』 제31호(1999.2.한길사)에 발표한 추모글을 이곳에 놓습니다. 애절한 마음이 모두 한결 같습니다.


벗에게 띄우는 마지막 편지/이금림(방송작가)

명희야.
이제 이렇게 고인이 된 너에게 마지막 편지를 쓰고 있는 이 시간. 그동안 웬만큼 헤어지는 연습을 해온 줄 알았는데 아직도 나는 널 떠나보낼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를 않는 것 같다. 네가 서울대학 병원 중환자실에서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겨우 숨을 유지하고 있을 때에도 너를 잃는다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네가 없는 이 세상의 막막함을 절실히 깨닫지 못했었다. 그런데 빈소에 온통 흰 꽃으로 둘러 싸여 환하게 웃고 있는 네 모습을 보면서 비로소 나는 이 세상에서 다시는 널 볼 수 없음을 절감했다. 금세라도 사진 속에서 걸어 나와 울고 있는 날 위로해줄 것만 같은데 어떻게 네 목숨보다 더 아끼는 동생들과 사랑하는 사람들, 아직도 써야 할 얘기들을 잔뜩 남겨 논 채 그렇게 혼자 먼 길을 떠날 수 있었니?
8월 초 병원에 다시 입원하기 직전 너는 왕성한 창작의욕을 보였다. 통증으로 밤을 하얗게 새면서 너는 10년 전부터 구상하고 있었던『내연』이라는 중편소설의 플롯이 매끄럽게 해결됐다면서 기뻐했어. 몸이 쾌차하면『혼불』의 마지막 부분과 완결 짓지 못했던 『제망매가』를 끝내고 『내연』과 『피안화』등 제목과 대강의 줄거리만 얽어놓은 채 손도 대지 못했던 작품들을 꼭 쓰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너의 그 아까운 얘기들,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들은 탄생되지도 못한 채 이렇게 너는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고 말았으니 너를 잃은 것은 개인적인 슬픔의 차원을 넘어 우리나라 중요한 문화유산의 상실임을 알기 때문에 더욱더 애절하구나.
중학교 1학년, 열세 살의 나이에 너를 만나 37년간 우리는 피차 가족을 제외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때로는 피아가 구분되지 않을 만큼 서로에게 경도되어 있었다. 나의 인생의 중요한 고비에는 항상 네가 있었고 너에게도 또한 내가 그런 사람이었으리라 믿는다. 그렇게 가까이 있었음에도 우리는 항상 서로에게 그리운 사람이었다.
어린애처럼 천진하고 따뜻한 감성, 그것과 상반되는 깊고 심오한 정신세계, 날카롭고 예리한 통찰력, 유연하고 부드러운 사고, 몇 시간이나 대중을 감동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풍부한 화술, 너는 분명 비범한 사람이었다.
오늘 너를 잃은 슬픔이 이렇게도 애통한 것은 17년간『혼불』을 빚어내느라 네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는지를 알기 때문이다.
1996년 12월 중순, 너는 40여 일 동안 아예 이부자리도 없는 방에서 잠자리에 한번 누워보지도 않은 채 초인적인 힘으로『혼불』의 마지막 마무리 작업을 끝냈다. 그리고 그 한 달 뒤 너는 병원에 입원해 외로운 투병생활로 들어가야 했어.『혼불』이라는 엄청난 작품을 이 세상에 밀어내놓고 누려야 할 영광과 갈채를 충분히 누리지도 못한 채 그렇게 너는 병과 싸워야 했다. 그렇지만 너는 투병이란 말을 싫어했었지. 너에게 찾아온 병조차도 손님처럼 맞이하고 싶다 입버릇처럼 말했어.
1997년 1월부터 1998년 12월까지 네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은 네가 얼마나 존경스럽게 네 삶을 완성해갔는지 기억할 것이다. 너는 단 한번도 너에게 찾아온 병에 대해 짜증내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오히려 너로 인해 가슴 아파하는 가족과 친지들을 위로하기에 여념 없었어.
침대에 단정하게 앉아 환하고 밝은 얼굴로 문병온 사람들을 맞이해 즐겁게 해주기 위해 애를 썼던 네 모습…….
그런 편안한 네 모습 앞에서 간병인까지도 자신의 근심을 한 보따리씩 풀어놓고는 너에게 위로를 받고 돌아갔지. 그래서 그랬던가. 너는 마지막 순간을 앞둔 시간까지 여느 환자 같은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 맑고 고운 피부, 보살처럼 온화한 미소, 고혹적이기까지 한 표정…… 어쩌면 환자의 모습이 저리도 고울 수 있을까 경탄을 금치 못하게 했다. 그것은 아마 병조차도 너의 내면의 아름다움을 훼손시키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하는 명희야.
너는 마지막을 예견했던지 필담으로 나눈 메모에 “내가 떠나면 혼불은 어떻게 되나”염려했다. 그러나 그런 염려는 할 필요 없었어. 혼불은 스스로 타올라 영원히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으로 남을 것이고 세계 속에 각인될 수 있도록 살아 있는 우리가 노력하고 지켜갈 것이다. 청암부인이 자신의 장례식을 축제의 날처럼 만들고 싶어 했던 것처럼 너도 같은 생각을 했었지?
마지막으로 너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것은……다음 생애에서도 우리 친구로 다시 만나 그때는 날 혼자 남겨두고 먼저 가지 않는 것이란다. 약속해 주겠니?
참으로 나는, 명희 네가 내 친구여서 다시없이 행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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