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님하

문학관의 선물(글과 영상)

[글 영상] 소설 「혼불」 속 윷점 풀이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3-01-20 11:13
조회
580

“오, 윷점 쳤는가 보구나.”

하면서 웃었다.

“어디. 이리 좀 주어봐. 나도 한번 해 보게.”

넘어진 김에 쉬어 가고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말도 있다더라만, 나도 윷 본 김에 점이나 쳐 보자. 아까 흰 나비를 보았더니 영 마음이 안 좋네. 아이고오, 이놈의 세상.

“원래 윷점 칠라면 복숭아나무 가지로 만든 윷 가지고 해야는 것 아니라고?”

수천댁이 손바닥에 엎은 종지를 짜락짜락 흔들며 말했다.

“머, 재미로 허는 것인데요, 무슨 나무 윷이면 어떻답니까.”

“그래도 귀신은 복숭아나무를 좋아헌다대.”

“싫어헌다등만. 아닝가? 에이, 그런 무서운 말씀 말고, 어서 던져 보서요. 맞는가 좀 보게요.”

수천댁은 종지에 담긴 윷을 손바닥에 엎어서 살짝 쥐고 흔들었다.

짜그르락, 짜그르락.

윷들이 종지를 치는 소리가 투명하고 곱다. ∥「혼불」 8권 271쪽

그네는 붙박인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금방 던진 윷괘만 뚫어지게 보고 있다. 손가락마디 하나보다 조금 더 길까 말까 한 윷짝들은, 등허리 거멓게 엎어지고 뱃바닥 허옇게 뒤집으며 길흉을 방바닥에 그리고 있었다. 걸.

개 · 도 · 걸이라니.

그것은 윷을 세 번 던져서 각기 나온 상태를 합하여 얻은 괘로 점을 치는, 윷점 육십사 괘 중에 궁실우전(弓失羽箭)이라는 점사(占辭)였던 것이다.

“활이 화살을 잃는다.”

윷가락은 가리키고 있었다. ∥「혼불」 8권 265~266쪽

 

윷점은 윷을 세 번 던져서 각기 나온 상태를 합해 얻은 괘로 한 해의 운수와 풍흉을 점치는 새해 풍속이다. 걸·모·걸이 나오면 행인득로(行人得路·나그네가 길을 얻었다), 도·모·걸이 나오면 사생복생(死生復生·죽은 이가 다시 살아남) 등 64개의 점괘가 있다.

최명희의 소설 「혼불」에서 오류골댁이 딸 강실이를 걱정하며 동서인 수천댁과 윷점을 치는 장면이 나오며, 제8권에 64괘의 뜻풀이가 소개돼 있다.

윷말은 도·개·걸·윷·모 다섯 개이지만, 윷점은 윷과 모는 같은 괘로 쳐서 네 말로 괘를 삼는다. 첫 번째 던져 나오는 말을 상괘, 두 번째 던져 나오는 말을 중괘, 세 번째 던져 나오는 말을 하괘로 삼아 모두 64괘로 되어 있는 괘를 찾아 점사(占辭:점쾌에 나타난 말)를 읽어 길흉을 판단한다.

윷점은 재미로 보는 것. 너무 믿을 필요도 그렇다고 무시할 필요도 없다. 좋은 내용이든 서운한 내용이든 삶을 반성하고 조심하는 계기로 삼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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