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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061117 ]젊은 문청·기성작가 '유쾌한 만남'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07-01-12 15:35

조회

4233

매체: 세계일보
날짜: 2006년11월17일
제목: 젊은 문청·기성작가 '유쾌한 만남'
출처: https://www.segye.com/newsView/20061117000625
쓴이: 조용호 기자

갈수록 젊은층에서는 문학의 열정이 시들해지고, 그나마 그들이 붙들고 있는 문학조차 기성세대와는 정서와 형식이 달라져 서로 겉도는 것이 작금의 문단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단장 이종민)과 최명희문학관이 지난 주말 전북 전주시 풍남동 한옥마을에서 개최한 젊은 문청들과 기성작가들의 만남은 행사 제목처럼 “‘풋풋한’ 문청(文靑)과 ‘농익은’ 작가들의 유쾌한 충돌”이었다.

서울에서 현기영(소설가) 정희성(시인·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씨를 비롯해 시인 강형철 김경주 김경철 안상학 정우영 조정 차주일 김해자 등 20여명의 문인들이 내려갔고, 현지에서는 전주 지역 문인 김용택 이병천 박남준 등 기성문인들과 우석대 원광대 전북대 전주대 전주교대 등 전북지역 5개 대학 문학 동아리 소속 문청 50여명이 합류했다. 이들은 첫날 전주의 전통이 깃든 경기전 오목대 한지원 등을 둘러본 뒤 최명희문학관에 모여 본격적인 ‘충돌’을 도모했다.

전주 지역 시인 박성우씨의 사회로 진행된 본 행사는 환영과 격려사, 민요메들리 가야금산조로 구성된 ‘멍석 깔기’에 이어 각 대학 문학 동아리 소속 재학생들의 시낭송으로 넘어갔다. ‘전주’ ‘전통’ ‘한옥’을 시제로 받아 대학생들이 미리 작성한 시는 ‘풋것’들의 맑고 깊은 시심으로 전주의 11월 밤을 덥혔다.

“기와지붕이 거북이의 등껍질 같다/ 풍남동에는 거북이가 모여 산다/ 숲에서 나와 바닷가로 기어가다가/ 지쳐서 눌러 앉아 버렸을까?/ (…)/ 거북이는 숲에 두고 온 뿌리를 그리워하다가/ 마루를 만들었고, 마루 밑으로 바람을 키웠다/ (…)/ 옛집이 가슴에 구들장을 얹고 산다/ 노을에 물든 붉은 구름 밑으로/ 거북이가 풍남동을 끌고 기어가고 있다”

우석대 문예창작과 백상웅씨의 ‘풍남동에는 거북이가 산다’가 맨 처음 낭송되자, 머리가 희끗한 대선배 문인은 물론 참석자들은 일제히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김홍희(원광대), 박솔(전북대), 유기쁨(전주대), 배성은(전주교대)의 시낭송이 이어졌고, 원광대 고태관씨는 정희성 시인의 대표작 ‘저문 강에 삽을 씻고’를 랩으로 만들어 부르기도 했다. 이어지는 ‘풋것들의 농익은 능청’에서 우석대 백상웅씨가 기성 문인들을 ‘돌발 인터뷰’하면서 좌중은 웃음과 박수로 하나가 되었다. “젊은 작가들 흉 좀 보라”는 당돌한 요구에 현기영(전 문예진흥원장)씨는 “문학은 생명력 넘치는 젊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며 “내가 젊은이들의 열정을 따라가야 할 판인데 내 흉이나 안 잡히도록 노력해야지”라고 응수했다.

군산 출신 시인 강형철씨는 “내 모습이 대한민국의 미래이고 문학이라는 자부심을 가져라”고 문청들을 격려했다. 이들의 ‘충돌’은 막걸리 집으로 자리를 옮겨 따뜻한 ‘소통’으로 이어졌다.

이 행사의 추진위원 안도현(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시인은 “요즘 학생들의 문학에 대한 열정의 농도가 우리 세대에 비해 엷은 것 같고, 문학에서조차 세대간의 단절이 일어나는 것 같아 기획한 행사”라며 “학생들은 한꺼번에 대가를 비롯한 많은 기성작가들을 만나 뒤풀이에서 서슴없이 술도 따르면서 거리를 좁혔을 뿐 아니라, 기성 작가들도 젊은 사람들이 열정도 없고 경박하다는 편견을 깨고 그들이 나름대로 진지함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기쁜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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