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살소살

삶을닮다(오늘의필록)

고양이가 왔다.

작성자
Oz
작성일
2007-12-04 15:51
조회
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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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왔다.


고양이가 왔다. 어느 날 고양이가 문학관에 왔다. 사건은 이렇다. 문학관 후문에 차가운 밥 한덩이와 갓 태어난 고양이가 울고 있었다. 평소 도둑 고양이들이 제 집마냥 사용한 문학관이라 (워낙 빨라서 잡을 방도가 없고 덫을 놓아 죽거나 다치면 그것도 문제라 생각해)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나 싶었다.

그런데 분명 사람 손이 탄(차가운 밥 한 덩어리가 증거다. 분명 동네 꼬마 녀석들이 한 짓이라 생각된다.) 노랑색 아기 고양이었다. 추워서 울고 있는 녀석이 안쓰러웠다 .이유가 어떻든 부모에게 버림 받았다. 그리고 새끼는 사람 손을 타면 부모에게 데려가도 물어 죽이거나 먹을 것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사무실로 데려와 논의한 후에 우선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통해 우유가 당장 필요하고 동물병원으로 향하라는 말을 듣고 가까운 동물병원으로 행했다. 막중한 임무는 문학관 정성혜 님이 맞아 주셨다.
시간이 흘러 다시 고양이가 돌아왔다. 태어난지 한 달도 안되서, 라는 말이 더욱 마음 아프다. 버려진 동물을 맡아주는 기관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전화해 봤지만 주말이라 전화를 받지 않는다.

결국 월요일까지 문학관에 있기로 한다. 추운 것인지 엄마를 찾는 것인지 계속 울어댄다. 밥도 먹지 않는다.
"환경적응에 시간이 걸려." 친구 말에도 걱정이다. 손바닥보다 작은 녀석이 먹을 것을 일절 먹지 않으니...

일요일 아침 실장님 말이 밤새도록 울었단다. 뭐가 그렇게 슬프기에 울고 있는지 ...
기관으로 넘어가면 3개월이 만기일이라고 한다. 3개월까지 맡아서 키우는 사람이 없으면 안락사 시킨다는 말이다.
이때부터 갈등하기 시작한다. 키워,.. 아니야.. 키워... 아니야.. 친구에게 물어본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진짜 정성드려서 키워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그냥 포기하란다. (어쩌라고 12.gif) 좋다. 월요일까지 키우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내가 키우겠어. 하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자식, 네 이름은 옹이야. 아니다. 스파르타!!! 어때 강해져야 하는 거야. 좋아. 스파르타~~~!!! 그런데 키우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인턴근무자의 친구가 키우겠다고 한다. 서운한 마음이 든다.

그래 넌 형하고 인연이 아니었나봐. 너하고 난 참 비슷한 구석이 많았는데. 아쉽다. 스파르타야. 건강하게 잘 크고 밥 잘 먹고 씩씩한 야옹이로 돌아와라..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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