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살소살

삶을닮다(오늘의필록)

필록 767 - 복사꽃잎 한 줌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2-03-03 11:21
조회
671


 

인간 세상 삼백 년을 살기도 어려운데

삼천 년에 한 번 나는 복숭아를 어이 먹으리.

사람의 한 살이는 덧없어서 순간이나,

천도(天桃)가 아니면 또 어떠랴.

하늘 끝 속자락을 살포시 훔친 듯 오련히 봄빛에 취해 젖은

복사꽃잎 한 줌씩 곁들이어 청주를 빚어내면,

도화주(桃花酒) 맑은 향기 무릉도 가깝고,

해 지면 달 떠서 시흥 또한 도도하여,

구차한 인간세 시절을 잊게 한다.

「혼불」 10권 278쪽





서유기의 손오공이 천제가 먹는 천궁(天宮)의 복숭아를 걸신들린 것처럼 훔쳐 먹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복숭아는 삼천 년 만에 한 번씩 열매가 열리는데 장수를 의미한다고 하죠. 또 복숭아나무는 옛날부터 마(魔)를 쫓는 힘을 가진 신비스러운 선목(仙木)이라 전해집니다. 진분홍 복사꽃잎 한 줌 손에 쥐고 봄 향기에 취해보고 싶어지는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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