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살소살
삶을닮다(오늘의필록)
필록 704 - 버석. 버스럭.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0-12-22 16:40
조회
711
버석 . 버스럭.
창호지 구겨지는 소리가 음습한 주홍의
등잔 불빛이 번진 방안에 오싹할 만큼 커다랗게 울린다.
그것은 불빛이 구겨지는 소리 같기도 하였다.
무명씨 기름으로 밝힌 등잔의 불빛은
그 주홍에 그을음을 머금고 있어, 됫박만한
방안의 어둠을 환하게 밀어낸다기보다는
오히려 벽 속에 스민 어둠까지도
깊이 빨아들이고 있는 것만 같았다.
「혼불」 5권 2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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