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살소살

삶을닮다(오늘의필록)

필록 735 - 양반 안 부럽데이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1-07-22 11:55
조회
904


 

더우먼 기양 잠벵이도 척척 걷어붙이고

누가 보든지 말든지 웃통 훌딱 벗고는

등물 한번 씨여언허게 허먼 오직이나 좋겄등만,

한여름 오뉴월에도 그 송진 같은 땀을 대관절 어쩔라고,

보손에 바지에 저구리에 도포에 망건에 아이고매,

씨꺼먼 갓끄장 꼬깔맹이로 받쳐쓰고 어디 질에 가는 냥반 보먼,

나, 참말로 그럴 때만큼은 꿈에도 양반 안 부럽데이.

다른 때라먼 몰라도.

 

「혼불」 7권 243~244쪽





맴맴 매미소리가 지글지글 익어가는 땡볕 속에서 잠깐만 밖에 서 있어도 땀이 뻘뻘. 등거리가 축축해집니다. 이런 날씨에는 체면 때문에 겹겹이 옷을 껴입어야 하는 양반이 부럽지 않은데요. 보기만 해도 어찌나 더웠을지 상상이 가 안쓰러워지는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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