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17 전북중앙신문] 한옥마을보존회 '신 세시풍속 시리즈, 동지'

“동지에 지나간 기운이 다하고 새 기운이 들어오는, 금년과 명년의 교차가 이루어지니, 동짓날을 지나면 새해로 보는 까닭이 여기 있는 게야. 묵은 어둠이 제 양을 다하고 조금씩 스러져 물러가기 시작하는 때인 때문이다.” 고 최명희씨의 소설 ‘혼불’에 게재된 동지 이야기다.

21일은 일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다는 ‘동지’다.

태양이 부활한다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어 작은 설 대접을 받는 동지를 맞아 한옥마을보존협의회(회장 이세중)가 20~21일 한옥마을 일대에 ‘신(新) 세시풍속 시리즈, 동지’ 행사를 마련한다.

‘신 세시풍속 시리즈’는 국토해양부가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전통향교 마을 가꾸기 2단계시범사업’으로 공모한 주민지원 프로그램. 8월 백중에 이어 두 번째 프로그램으로 동지 관련 세시풍속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해 시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제목은 ‘시식(時食)으로 팔죽 쑤어 인리(隣里)와 함께 하니…’. 이세중 회장은 “동짓날 팥죽은 악귀를 쫓아내고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의미를 지닌다”며 “이웃과 함께 팥죽을 나눠먹고 대문이나 문 근처에 팥죽을 뿌리며 서로 화합해 동네를 지키려는 것이 동지의 풍속이었다”고 제목을 설명했다.

이 회장은 또 “따뜻한 한옥마을을 이번 기회에 맘껏 홍보하고 싶다”며 “팥죽 드시며 액운도 물리치고 나이도 한 살 먹고 실컷 즐기고 갔으면 한다”고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이번 행사에는 시민들과 함께 팥죽을 쑤어 먹는 ‘팥죽 먹고, 나이 먹고’를 비롯, 한옥마을 주민들이 공방이나 자신의 물건을 판매하는 ‘한옥마을 오픈마켓’, 주민 참여형 체험행사 등으로 꾸민다.

‘팥죽 먹고, 나이 먹고’는 한옥마을 은행로 주차장에서 몸을 녹일 따뜻한 팥죽으로 정을 나누고 ‘한옥마을 오픈마켓’은 한옥마을 주민과 일반인 등 40여명이 참여, 한지공예작품·천연염색·비즈·액세서리·도자기 등 다양한 작품과 먹거리로 행사의 재미를 더하게 된다.

또한 주민 참여형 체험행사도 눈길을 끄는 대목. 뺑뺑이를 돌려 당첨되면 어릴 적 먹었던 불량식품(?)을 맛볼 수 있는 ‘뺑뺑이’와 다트던지기, 낚시놀이, 엿장수, 뻥튀기, 군고구마, 새해에 이루고 싶은 자신의 소원을 적어 붙이는 ‘소원지 붙이기’ 등이 마련된다.

다양한 프로그램도 관객들에겐 또 다른 볼거리에 다름 아니다.

비둘기농악단의 ‘길놀이’·모악의 ‘판굿’·포크가수들의 추억의 노래 ‘라이브 무대, 7080포크송’·강령탈춤의 ‘탈놀이’·최명희문학관의 ‘이야기로 듣는 동지’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김찬형기자 k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