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심을 지닌 땅

언론에 비친

[2009-10-08 전북일보] 최명희가 혼불로 건져올린 아름다운 우리말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09-10-09 13:52
조회
2344

최명희가 '혼불'로 건져올린 아름다운 우

리말

작성 : 2009-10-08 오후 7:04:10 / 수정 : 2009-10-08 오후 10:12:24

전북일보(desk@jjan.kr)
17-3-1.jpg

▲ 가슴애피 : 가슴앓이. 가슴이 쓰라리듯 지독한 슬픔.

창자 어디에서부터 쥐어틀며 쓰라린 기운이 가슴으로 밀고 올라와 그러는 것이다. 백반(白礬)을 물고 있는 것만큼이나 시고 떫은 침이 금방 한 모금이 된다. 마땅하게 뱉을 수가 없어서 그대로 삼키면 살 속에 생채기가 난 듯 쓰리며 켕겼다. 바늘로 속을 긁어내는 것도 같았다. 가슴애피. 이 쓰라리고 독한 슬픔. (「혼불」 2권 311쪽)

▲ 감시르르 : 멀리서 아렴풋이 움직이는 모양을 어감을 더하여 표현한 말.

감시르르 봉우리를 감아 올리는 듯도 하고 깊은 한숨을 무겁게 삼킨 채 토해 내지 못하고 앉아 있는 것도 같은 산. (「혼불」 3권 260쪽)

▲ 귀살스럽다 : 일이나 물건이 얼크러져 정신이 산란하다.

흐린 날이 저무는 잿빛 땅거미를 빨아들이는 탓인가, 그 참혹한 자취는 마치 검은 비명의 갈포(葛布)가 갈갈이 찢긴 흔적인 양 귀살스러운 흑적색을 띠고 있었다. (「혼불」 7권 217쪽)

▲ 무람없다 : 스스럼없고 격의없다. 예의가 없다.

서로 쪼그리고 앉아 이 말 저 말 무람없이 주고받으며 웃고, 장난도 치고, 무슨 일인지 순덕이가 눈을 흘기며 주먹을 들어 때리려는 시늉을 하자. (「혼불」 6권 210쪽)

▲ 발싸심 : 팔과 다리를 움직이며 몸을 비틀어서 부스대는 행동. 어떤 일을 하려고 애를 쓰며 들먹거리는 짓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로도 쓰임.

두근두근 어정거리며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춘복이가 이제나 오나, 저제나 오나, 애를 태우고 발싸심을 했었다. (「혼불」 6권 170쪽)

▲ 사운거리다 : 소곤거리다,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소리내다.

그것은 사르락 사르락 댓잎을 갈며 들릴 듯 말 듯 사운거리다가도,솨아 한쪽으로 몰리면서 물 소리를 내기도 하고, 잔잔해졌는가 하면 푸른 잎의 날을 세워 우우우 누구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였다. (「혼불」 1권 11쪽)

▲ 삭연하다 : 외롭고 쓸쓸하다.

검댕이와 적소(積素)가 얼룩이 져 어스름에 저무는 산의 모경(暮景)은 삭연(索然)하기 그지없다. (「혼불」 4권 162쪽)

▲ 수굿하다 : 약간 숙인 듯하다. 흥분이 좀 가라앉은 듯하다.

효원은 눈물어린 고개를 수굿하였다. 말씀을 잘 알겠다는 표시다. (「혼불」 2권 55쪽)

▲ 숭어리 : 꽃이나 열매 따위가 굵게 모여 달린 덩어리.

동그랗고 소담스러운 숭어리로 피어오른 연꽃 등은 진분홍·연분홍·병아리색, 선연도 하다. (「혼불」 9권 102쪽)

▲ 쑤실쑤실 : 털이나 풀등이 뻣세게 돋아나 쑤시는 느낌을 주는 모양새.

터럭이 뻣뻣하고 쑤실쑤실하면서 칼끝처럼 거세게 뻗친 양쪽 꼬리 부근에 마치 한번 꼬아서 올린 것 같은 소용돌이가 있는 눈썹이다. (「혼불」 4권 187쪽)

▲ 아리잠직 : 모습이 얌전하며 귀여운 모양새.

그네의 아리잠직 단아하면서도 온화 공순한 자태를 언뜻언뜻 아니 볼 수 없었고, 아리따운 맵시에 고운 머릿결 검은 윤기 자르르 뒷등으로 흐르는 연두색 저고리와 연분홍 치마의 애달프게 스미는 빛깔을 아니 볼 수 또한 없었다. (「혼불」 6권 290쪽)

▲ 아슴하다 : 아스름하다, (빛이)약하거나 멀거나 희미하다. 들릴 듯 말 듯 아득하다. (기억이나 정신이)흐리마리 하다. 컴컴하게 솟아 있는 솟을대문에까지 와서 돌아보았을 때도 등롱은 그렇게 아슴하게 비치고 있었다. (「혼불」 1권 83쪽)

▲ 암상스럽다 : 시기하고 샘을 내듯하다.

저녁 굶김 시에미보다 더 암상스러운 낯색으로 온몸에 가시를 세우고, 행여 어쩔세라 까뀌눈을 뜨던 공배네를 이 참에 여지없이 무질러 주리가 작심한 것일까, (「혼불」 7권 106쪽)

▲ 오련하다 : 빛깔나 형체를 겨우 알아볼 정도로 희미하다. 기억 따위가 또렷하지 아니하다.

하늘 끝 속자락을 살포시 훔친 듯 오련히 봄빛에 취해 젖은 복사꽃잎 한 줌씩 곁들이어 청주를 빚어내면. (「혼불」 10권 280쪽)

▲ 오보록하다 : 한데 몰려 있어 소복하다.

소나무 둥치 아래 자잘히 피었다 지던 풀꽃이나 산나리, 오보록한 송이버섯들 (「혼불」 5권 12쪽)

▲ 울멍줄멍 : 크고 그만그만한 것이 고르지 않게 많이 있는 모양.

울멍줄멍, 연고도 없이 들이닥친 남의 식구 한 떼거리를 끝내 떨쳐버리지 못하고, 김씨는 할 수 없이 하룻밤 잠자리로 가게에 딸린 됫방 옆구리, 도장방 구들 한 칸을 우선 내주었다. (「혼불」 10권 67쪽)

▲ 작달비 : 굵고 거세게 퍼붓는 비.

번개. 쏟아지는 작달비. 지붕이 떠내려 가고, 기둥이 부러지며, 사태로 산비탈이 굉음을 지르며 무너지는 큰 비가 싯벌건 강물을 이루어 붉은 땅을 깎고, 논밭을 흙탕으로 쓸어 버리는 홍수도, 처음에는 그저 아주 먼 뇌명(雷鳴) 한 가닥으로 오는 것이었다.<『혼불』5권 34쪽>

▲ 조붓하다 : 조금 좁은 듯하다.

이미 어둑어둑 초가지붕과 낮은 담, 그리고 조붓한 마당에 내린 어둠은 사립문 옆 검은 살구나무 아래 선 강실이를 소리 없이 에워싸며 스며들어, (「혼불」 4권 167쪽)

▲ 중뿔나다 : 어떤 일에 관계없는 사람이 주제넘게 불쑥 나서 참견하다. 하는 일이 엉똥하다.

다른 젊은 놈은 가만히 있는데 왜 저만 나서서, 무슨 중뿔날 일이 있다고 날개도 안 돋은 놈이 죽지를 쳐, 치기를. (「혼불」 4권 177쪽)

▲ 찰찰이 : 꼼꼼하고 세심하게

아침마다 참빗으로 찰찰이 빗어 내릴 때, 그 기름 돌아 흐르는 맑은 윤기는, 흡사 물오른 꽃 대궁같이 신신하여, 단을 자르면 그 자리에 금방이라도 투명한 진액이 어리어 묻어날 듯하지만. (「혼불」 3권 145쪽)

▲ 쾌연하다 : 마음이 상쾌하다.

헉헉 지열을 토해 내는 더운 숨을 쾌연하게 씻어 내려 흐르던 계곡의 물살. (「혼불」 5권 12쪽)

▲ 풍연 : 멀리 보이는 공중에 서린 흐릿한 기운

바람이 이는 공중에, 연기 같은 흐릿한 기운을 몰고 오는 풍연(風煙)처럼 그의 가슴에 자욱한 먼지가 일어난다. (「혼불」 3권 51쪽)

▲ 함초롬하다: 가지런하고 곱다

별이 스러져 숨은 자리에 박꽃이 하얗게 피어나 있어 소담하게 보인다. 그 함초롬한 모양이 어쩌면 청승스럽기조차 하다. (「혼불」 3권 51쪽)

/최기우(최명희문학관 기획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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