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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새전북신문 2012-07-18]사람 냄새 폴폴 나는 그 곳 이젠 추억 속으로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12-08-01 10:05
조회
2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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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 새전북신문
날짜: 2012년 7월 18일
제목: [기획] 다리, 사람을 잇고 사랑을 잇다 <5> 매곡교
출처: http://www.sj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07960
쓴이: 이종근 기자


[기획] 다리, 사람을 잇고 사랑을 잇다 <5> 매곡교

‘1931년 9월 전주부호 박기순의 기부금으로 개축한 나무다리가 바로 전동의 ‘매곡교(梅谷橋)’다. 장다리, 연죽교, 쇠전다리로 부르는 등 명칭이 다양하며, 서천교가 1936년 8월 대홍수로 유실되면서 1938년 3월 매곡교를 서천교 동쪽 상류의 현 지점에 세웠다’고 한국지명총람(한글학회 발간)고 나온다. 여기의 ‘매곡(梅谷)’은 맷골(매골, 매꼴)을 의미, 투구봉과 검두봉 사이에 있는 다리라고 나오며, 동완산동에 자리한 것으로 기록됐다.

초록바위의 애환을 뒤로 하면 물길은 이내 매곡교에 이른다. 예전엔 완산칠봉 골짜기 산기슭엔 봄이면 매화나무 꽃이 만발해 사람들은 이곳을 매곡이라 불리웠다는 기록이 바로 그것이다.

“얼어붙은 냇물과 자갈밭에서는 사내 아이들과 남자 어른들이 어울리어 연날리기가 한창이었다. 연 날리는 패들은 쇠전 강변 언저리로부터, 매곡교를 지나 전주교가 가로 걸린 초록바우 동천(洞天)에 이르기까지 가득하였다”(최명희의 ‘제망매가’ ‘전통문화’ 1983년 2월호 162쪽)

전주천은 ‘남문시장이 냇물을 끼고 있어 그날 벌어 그날 먹어야 하는 하루벌이 장사꾼들의 차지였다’는 매곡교와 ‘약(藥) 장수 창극으로 언제나 흥성거렸다’는 다리 아래 ‘쇠전강변’ 넓은 자갈밭에 이르러 놋쇠소리를 내기도 한다.

“매곡교는 가장 빈번하게 사람들이 왕래하는 다리였는데, 다른 곳과는 달리, 다리 위에서 온갖 광주리를 펼쳐놓고 장사를 하는 통에, 사람과 광주리에 채여 그 틈새를 꿰고 지나갈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중략…) 숲말댁은 눈짓으로 매곡교 다리 아래 조금 비킨 자갈밭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삿갓 같은 무명 차일이 드리워져 있었다.”(최명희의 ‘제망매가’‘전통문화’ 1985년 11월호 163-4쪽)

이 다리는 남부시장 끝자락에 위치해 있어 사시장철 이른 새벽부터 지금도 사람들이 붐빈다고 해서 ‘시장 다리’로 부르기도 하며, 다리 아래에 넓은 백사장에 우(牛)시장이 열려 쇠전(廛)다리, 담배장수와 담뱃대 장수들이 좌판을 벌이고 앉았다고 해서 연죽교(烟竹橋), 혹은 설대전(廛)다리로 불리우기도 했다. 여기의 ‘설대’란 이대라고도 하며, 대나무의 일종으로 바구니, 담뱃대, 화살대, 조리 등을 만들 때 쓰인 물건을 이름한다.

‘남문밖 장날’과 같이 2, 7일장으로 쇠장이 섰다. 쇠장이 서는 날이면 간이식당처럼 차린 술판에서는 주모들의 간드러진 목소리에 소값을 털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으며, 다른 한켠에서는 투전판이 벌어지는 등 쇠장터의 애환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쇠장터는 일본인들의 전주천 정화라는 미명하에 전주교대부속초등학교 남쪽 자리로 쇠장을 옮겨진 뒤, 매곡교 다리 밑의 (쇠장터)가 사라졌다.

특히 매곡교 부근의 연날리기는 전주만의 풍경으로 한때 유명했으며, 완산동패와 부중(府中)의 20대 안팎 청년들이 자웅을 겨룬 돌싸움(石戰)도 있었다. 팔매질을 하는 사이, 부중패가 몰릴 때는 지금의 팔달로와 관통로가 연결된 전주객사까지, 완산패가 몰릴 때는 완산칠봉을 타고 넘거나 용머리고개까지 진격했다고.

지명과 흥미있는 얘기도 전한다. ‘맷골(梅谷)’엔 일본식 건물이 한 채도 없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전주에 들어온 일본인 장사치들이 양반들의 위세에 눌러 부중에 살지 못하고 애사당초 빈민촌이 매골에 둥지를 틀었다.

때문에 매골에 들어와 정착하려는 일본인들은 들어오는 족족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아프거나 죽게 되면서 매골은 기가 세서 일본인들이 살지 못한다는 소문이 퍼져 그들이 들어오지 않게 되고, 결국 주로 서문 밖과 다가산 주변에 자리를 잡았다

현재의 다리는 1994년 7월부터 1995년 5월 호남종합건설(주)가 건립, 총연장 78미터, 교폭 12미터로 만들어졌다.

매곡교 옆 남부유료주차장 앞에 ‘전주 3.1운동 발상지’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1919년 3월 13일 정오 전주시민은 이곳에서 대한독립만세를 목이 터져라 외치다’ 이날 정오 남문시장에서 시작된 전주만세운동은 기독교와 천도교 교인 및 인근 학교 학생들이 주축이 현재 매곡교 부근 전주 천변에서 만세 운동을 펼쳤다고 한다. 그래서 전북인권선교협의회, 전주 3.1운동기념사업회가 2000년 3월 1일, 신흥학교 입구와 전주지역 만세운동이 시작된 매곡교 등에 비를 세웠다.

‘전라기인(全羅奇人)’으로 불리는 거두리 참봉 이보한(李普漢). 그는 매곡교 징검다리 위 높은 방천(남밖 장 서쪽)길에서 그의 기발한 가장(假裝)을 하기도 했다. 마침 그 날은 ‘남밖 장’이 서는 날로 장꾼들로 붐비고 있었는데, 이보한은 검정종이로 만든 실크 햇 모양의 모자를 쓰고, 수수대로 만든 아이들 장난감 같은 안경을 검정 안경에 덮어 썼다. 이는 철저히 일제를 풍자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전한다.

현재의 매곡교를 건너 완산칠봉 가는 길에서, 서서학동 가는 초록바위까지 자유당 시절만해도 연탄이 없는 시절로 솔가지며, 장작 장수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장을 이뤘다. 6.25한국전쟁 이후에도 솔가지가 흔하게 팔려 ‘전주 솔가지’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하지만 장이 서면 새벽부터 임실 방면, 완주군쪽이나 정읍 방면, 심지어는 완주군 고산 방면에서 몰려든 나무 장사들이 북새통을 이룬 가운데 짠갈치 한 마리, 검정 고무신을 사 지게에 꽁꽁 묶고 돌아가는 모습이 이제는 추억의 뒤안길로 영영 사라졌다.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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