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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사랑. 14 최명희 1주기 추도회의 찬밥

작성자
황종원
작성일
2020-01-20 11:46
조회
984






시간 맞춰 달리듯 예술의 전당으로 갑니다.

' 혼불 최 명희 생각하기 ' 한 부를 들고 나는 서예회관 4층으로 들어섭니다.

사랑방에는 작가의 집필하는 손을 곱게도 찍었어라. 작가의 사진 속에서 살아서 나오는 듯 합니다.

사진 앞 탁자에는 혼불 10권이 놓였고 촛불을 켰습니다.

나는 1년간 모은 400쪽의 글을 놓을 데를 찾을 길 없어 허둥댑니다. 감히 혼불 옆에다 놓기는 너무 뻔뻔합니다.


최 명희 선생 1주기 추모

혼불의 밤


나는 접수대에 있는 한길사 여직원에게 내가 만든 책을 보여줍니다.

다들 눈이 번쩍, 그림이 재미있어서겠지요.

한 직원이

" 이것은 사장님을 보여줘야 해. "

사장은 보더니

" 잘 보관해. "

나는 한길사에게 잘 보관하라고 만든 책이 아닙니다.

나는 한길사에 주려고 온게 아니라 작가 최 명희 영전에 바치려고 온 것입니다.


행사의 식순이 지나갑니다.

사회는 한겨레 신문논설 위원 지영선.

강원룡 목사께서 혼불을 번역하자, 해놓고 1년을 공첬다하고 작가의 육성이 담긴 비디오에서 나는 작가의 방을 실컷 보고 좋아합니디.


박지원 문화 관광부 장관이 와서는 자기는 지금 '혼불'은 한 권도 안 보았다면서 혼불 번역하는 일이 있으면 돕겠다나. 무슨 말야,그게.책도 안 본 사람이 번역을 돕겠다니…….


탤런트 이 경영씨가 혼불의 한 대목을 읽고, 김미숙씨가 수필 몇 줄 읽고

시간이 갈 때 는 한길사 접수대에 가서 내가 만들 책을 빼왔습니다.

그 봉투에는 ‘잃어버리면 큰 일’ 이라고 메모가 달려있으나 나는 그 책을 한길사를 주려고 온게 아니지.

은실이 작가 이금림에게 다가갑니다.


보여주고 설명합니다.

이 글을 고3때 최 명희 의 글이고. 이 글은 이금림씨의 글을 통신에 띄운 거며

이 글은 mbc 여성시대에 오늘 방송을 탄 내 글이며 …….나를 보고 말하기를


" 뭐하시는 분이세요. "

아찔한 기분입니다.

이금림씨는 혼불을 사랑하는 간사, 그러면 혼불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정성에 감사할 입장의 사람.

수고하셨네요.

한마디를 나는 내내 기다리고 섰습니다.


다만 그 한마디를 최 명희 작가의 친구나 가족에게 듣고 싶었습니다.

최 명희 작가의 동생, 최선희씨를 만납니다.

" 제가 누구입니다. 제가 편지를 보냈을 때. 놀래셨어요. "

" 네."

하고는 그만입니다.

내가 만든 책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었습니다.

이금림 작가 떠난 자리 의자 밑에 버려진, 내 책 ‘혼불, 최 명희사랑하기’


슬퍼라.

누가 진정 그대를 사랑하는가.

나는 다시 그 책을 한길사 직원에게 줍니다.

시간은 밤 9시 넘었습니다.

한 쪽에 준비되어있는 저녁상 뷔페자리를 보고는 나는 허기를 느낍니다.

김밥과 잡채를 챙겨 접시에 담고는 나는 자꾸 자꾸 목이 멥니다.

자꾸 자꾸 서럽습니다.

(1999/12/09)


1년 뒤 2주기 추도회 때 한길사 사장까지 나를 알아 본다.

한길사에서 주최하는 혼불 독후감에서 나는 우수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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