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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사랑. 7 ‘혼불’ 첫 산실 도곡2차 주공아파트

작성자
황종원
작성일
2019-12-18 16:38
조회
583



도곡동 주공 제2아파트. 혼불 1권의 산실. 지금은 재건축되어 

과거 속에 묻혔다. 




1980년 1월 4일자 중앙일보 사회면 4단 기사에서 32세의 작가 최명희는 이렇게 말합니다.

" 글을 쓰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내 목숨의 섭리를 너무도 명료하게 느껴 사는 날까지 글을 쓰겠다. " 했던 당시 허묘순( 許妙順 53)씨의 6남매중 맏이였으니, 다섯 동생의 뒤를 보아주어야 할 처녀 가장이었습니다.


글 쓰는 운명으로 한 이정표가 될 신춘문예 당선자의 인적 사항에서 나는 그이의 주소를 찾았습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 제2 아파트 6동 309 호입니다.


나는 당시 내 나이의 그이가 열심히 아이들 가르치고 열심히 글을 썼던 그 곳을 찾아보아야 했습니다.

영동 세브란스 못미처 개나리 아파트 뒤에 주공 아파트 단지가 보였을 때 마음을 놓입니다.

다른 옆 단지는 재건축이 제법 진행되어 고층으로 쭉쭉 올라가고 있었지요.

국어선생님 최명희의 집은 13평 짜리입니다.


방 두 개, 부엌하나. 샤와 시설이나 욕조 없이 세면대와 변기만 매달려 있는 집, 발코니는 간장단지, 된장 단지 놓이면 엉덩이 움직이기 좁은 발코니, 부엌은 연탄을 때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방 두 개에서 식구들이 붐비는 그 때 , 국어선생님 최명희는 어느 구석에서 글을 썼을까요 ?

나는 아파트의 그 구조에 대해서 잘 압니다.


그이가 도곡 주공 아파트 13평에서 살 바로 그때 , 나는 잠실 1단지 13평에서 살았으니까요.

똑 같은 구조의 아파트에서 아내와 장모님과 아들과 살고 있었지요.

네 식구가 살기에는 넓었으나 국어선생님 최명희의 장성한 동생들이 함께 있기엔 삶의 터가 얼마나 좁았으랴 하네요.

단지 표시인 주공 2단지 아파트란 입구를 지나면서 거의 20년 전에 이 길을 오갔을 그이를 생각합니다.

아파트 6동의 1층 입구에는 금세 부서져 내릴 듯한 편지함중에서 309 호를 들여다 보면서 1980년 신춘문예 당선 통보를 꺼내들고 기뻐했을 그이의 모습을 이 떠오릅니다.

지금은 누가 사는가 ?


309호의 현관문을 잡아보면서 긴 세월 전에 이 손잡이를 잡고 들어섰던 그이를 생각합니다.

" 독자가 왔습니다. 당신의 흔적을 찾아서… 힘들게 찾아서 …꿈 많던 소녀 시절을 고향 전주에서 보내고 , 서울 생활이 얼마나 어려웠겠습니까? 진즉 , 한 번쯤 만나서 혼불에 정진하는 당신을 보고 격려와 사과 한 봉지의 정성을 나누었어도 좋으련만… 이제 왔습니다. "

무심한 문을 열릴 리 없지. 열린들 나는 누구에게 무슨 말을 문을 연 이에게 하겠습니까?


관리사무실에 가서 누가 살고 있는지 알아보려하자

" 왜, 그러시지요. "

하며 의심하는 관리실 아가씨에게 나는 마치 도서외판원처럼

" 혼불을 아시나요. "

하면서 작가 최명희에 대한 신문기사와 사진을 꺼내들고 상대가 알아듣건 아니건

" 최명희 선생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언제까지 살았는가. "

하고 물으나 흔적이 없을 만치 세월이 많이도 같군요.

아가씨는 대치 1동 동사무실로 가보라고 합니다.

" 청실아파트 옆에 있습니다. "


과연 청실 아파트 옆에 있는 대치동 사무실 주민등록등본 발급 공무원( 이하

주발공이라 하지요 ) 에게 도곡동 주공아파트를 관할하냐는 말부터 꺼냈습니다.

" 여기 아닙니다. 도곡동 사무소로 가야지요. "

하니 앞이 깜깜해집니다.

요새는 걷는 일이 힘에 부치니까요.

"어느 쪽으로 가야합니까?"

" 개포 세무서 옆에 있어요. "

" 개포 세무서는요. "

" 죽 가면 되요. "

" 어느 쪽으로……. "

 나는 쭉 찢어 가지고 온 도곡동. 대치동 지도를 보여주며

"여기다 표시 좀 해주십시오. "

 주발공은 쭉쭉 선을 급니다.

" 여기요. "

두 구역을 지날 생각에 꿈 같아서 좀 걷다가 지도를 다시 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동명은 달라도 도곡 2단지 주공아파트는 대치 1동 관할 일 것 같았습니다.

다시 동회에 들어가서 마침 신문을 보고 있는 여직원에게 또 작가 최명희의 신문스크랩과 사진을 꺼내서 구차하게 보입니다.


" 혼불의 작가 최명희를 아시나요. . "

자기는 담당자가 아니니 주발공에게 가라고 합니다.

소리가 제법 높았음에도 주발공은 내게 말을 걸지도 않는군요.

민원인들의 주민등록 발급이 다 끝나서 나는 다시 주발공에게 섭니다,


제대로 길을 가르쳐주지 않은 노여움을 가슴에 담고 다시 공무원을 王으로 모시는 민원인이 되어 굽실거립니다.

또 다시

" 혼불을 아시나요. "

안다고 할 이가 없지요.

" 주소가 여긴데. 언제까지 살다 갔는지 열람이 가능합니까 ?"

" 못합니다. 열람 할 수 없어요. "

" 그러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합니까 ?"

" 그건 모르겠습니다. "


나는 동사무소 안에 있는 민원인의 대기의자에 앉아서 전화를 걸기를 혼불을 발간한 한길사에 겁니다.

" 혼불의 독자입니다. 최명희 선생님의 생전에 사시던 주소를 알고 싶어서 걸었습니다. "

하고 시작을 했건만 전화를 받는 여직원은 모른다고 합니다.

" 지금 유족들하고 소송중이라 최명희관계는 다 다운 되었습니다. "

소송? 드디어 일이 났구나.

어쩐지, 교보에 가도 혼불 1권이 없고, 동네에는 3권이 없었습니다.

결본이 있는 체 매양 그러더니 이런 이유였구나.


" 그래도 주소는 있을 것 아닙니까 ."

청을 계속하니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그 누군가는 소리칩니다.

" 모른다고 해. "

주리를 틀 사람은 한길사에도 있었군요.

여직원 목소리가 다시 들렸지요.

"죄송합니다. 주소를 아시는 분이 퇴사를 해서 아는 분이 안계십니다. "

아하, 다 한 통 속이구나.


담당자가 퇴사를 했다고 기존의 정보를 하나도 모른다면 그 조직은 망한 조직입니다.

갑자기 문인협회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 그래.

"최명희씨가 어떤 분예요. 두 사람이 있는 데요. 쟌르가 뭐예요. "

" 쟌르… 쟌르가 무슨 말입니까?"

" 시냐, 소설이냐. "

아하 하면서 나는 문인협회에 있는 여직원도 혼불을 모른다는 사실이 아

주 흥미로웠습니다.

그 여직원은 누구를 물어야 바로 알까?

" 소설 분야이고 47년생입니다. "

작가 최명희의 주소를 불러줍니다.

그래, 그래, 내 마음에 그이가 살아 있듯 문인협회의 주소록에도 산채로 있구나.


이렇게 알게 된 주소가 강남구 역삼동 709 번지 성보 아파트A동 1406호 입니다.

정말 대한민국 이러기냐?


한국의 문학에 있어서 큰 물결을 이룬 작가의 자취를 마땅히 표시라도 하여야하는 것이 아니냐 ?

기념관을 만들어 젊은 작가들에게 꿈을 실어 주어야 마땅하거늘 숨기고 감추고 천하가 다 아는 작가의 살아있을 때의 흔적 찾기가 이리 어려워서야.

이러면서 해가 집니다.

나는 내일 성보 아파트에 갑니다.   작가가 마지막까지 머믄 곳입니다. 선릉 역에서 잠시 걸으면 되는 그 곳.

내일은 무슨 곤경을 당할지 벌써부터 피곤해집니다.

(1999/ 10/19)



지금 혼불 산실은 사라졌다.

재건축 아파트가 들어섰다.


2019년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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