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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일보 20221121]수필가 목경희의 삶과 문학③수필로 다가서는 목경희의 삶: ‘먹을 갈면서’를 읽고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2-11-21 16:13
조회
267
  • 매체: 전북도민일보
  • 날짜: 2022년 11월 21일
  • 제목: [최명희문학관_ 수필가 목경희의 삶과 문학] ③ 수필로 다가서는 목경희의 삶: ‘먹을 갈면서’를 읽고
  • 출처: http://www.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03722
  • 쓴이: 이경옥 동화작가
수필은 붓이 가는 대로 쓰는 글이다. 그만큼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일상을 아무런 형식의 구애 없이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아무나 쓸 수 있다는 말도 포함되기는 하나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가의 내면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민낯을 보여주는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수필은 사람 사는 이야기 속에서 진정한 삶을 발견하기도 하고, 일상의 평범함을 찾아볼 수 있는 글이다. 이러한 수필 문학의 정수를 보여준 전북의 문인 중 하나가 목경희다.

목경희는 첫 수필집 『먹을 갈면서』(교음사·1987)부터 다양한 소재를 보여준다. 인간의 삶을 여러 각도에서 낯설게 들여다보며 관계, 가족, 고향, 성(性), 사색, 계절 등 사람살이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학창 시절과 젊은 날 전주에서 지낸 감회를 다룬 작품이 유독 눈에 띈다. 지역에 대한 애착과 많은 사람과 나누었던 정서를 늘 잊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었던 듯하다. 특히, 가족에 대한 연민과 그리움을 다루는 글을 보면서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간직할 줄 아는 향기 나는 사람으로 느껴진다. 목경희 수필에는 향기가 난다.

해산달을 맞은 며느리의 몸짓은 사뭇 안쓰럽기만 하다. 무엇으로 도와주며 무엇으로 위로해 주어야 할지 마음만 다급하다. ∥「미역과 할머니」 중에서

곧 해산을 앞둔 며느리를 위해 미역을 사러 전주 중앙시장에 가기 전 마음을 표현한 문장이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마음은 들떠있다. 단순한 미역을 사러 가는 게 아니라 며느리를 향한 애틋함이 더 크기 때문이다. 미역도 돌곽이니 양곽이니 공부해가며 건어물 도매시장을 훑어내는 시어머니의 극진한 사랑을 그대로 보여준다. 돌아오는 길에 비까지 내리지만, 본인의 고생은 안중에도 없다. 비에 젖지 않게 하려고 미역을 가슴에 꼭 안고 돌아온다. 가슴에 안긴 게 미역뿐이겠는가. 며느리에 대한 사랑도 함께였으리라.

오늘 나는 한 사람의 손길에 의해서 내 거처로 옮겨진 소국에서 내 생애를 한꺼번에 피워 올린 것 같은 알찬 가을을 본다. ∥「小菊」 중에서

사위에게서 가을날 작은 국화를 선물 받고 적은 소회다. 작은 꽃 하나로도 딸을 사위에게 시집보낸 것조차 미덥다며 상대에 대한 사랑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비록 작은 정성이지만 허투루 놓치지 않고 상대에 대한 마음을 읽어내는 작가의 세심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목경희는 전주에 대해 애착이 남달랐다. 자신이 학창 시절을 보내고 젊은 날 남편과 아이들이 함께 했던 곳이기도 하지만 문단 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과의 관계가 그를 이곳에 머무르게 하는 요인이 깊었으리라. 전주 곳곳의 명소와 더불어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까지 전주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그의 무한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이십여 년 전의 일이다. 우리 학교에서 일 킬로쯤 떨어진 한벽루를 체육 시간이면 체육 선생님의 인솔을 받으면서 곧잘 찾았었다. 가파른 언덕을 내려가서 무릎 위까지 빠지는 물을 건너면 조약돌이 깔려있는 질펀한 천변에 이른다. 그곳에서 우리들은 신주머니에 혹은 보자기에 조약돌을 주워 담으며 낯선 친구들 곁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寒碧樓의 네 계절」 중에서

꿈많던 여고 시절부터 시작해서 젊은 생애를 고스란히 삭혀버린 전주, 사 남매의 출산지요, 부모님과 남편 그리고 한 아들의 어린 영혼이 머물고 있는 전주, 아직 모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딸애가 있는 전주, 군에 간 막내가 제대하면 달려갈 전주 대학이 있는 전주, 산맥처럼 빽빽이 둘러쳐 있는 우정들! 샘물처럼 맑은 시정들! 내 몸은 비록 낯선 땅에서 살고 있지만 내 영혼의 뿌리는 자랑스러운 내 고향 전주 땅에 깊숙이 내리고 있는 것이다. ∥「내 고향 全州」 중에서

누구나 고향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을 지우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고향이라는 말만으로도 어릴 적 향수와 설렘을 지울 수 없는 것은 현재의 실존적 나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리라. 목경희 역시 전주에서 학교 다니고, 남편을 만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동안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존재를 형성해 나갔다. 그래서일까? 유독 고향 전주에 대한 사랑과 애틋함이 글마다 흘러넘친다. 비록 전주를 떠나 있으면서도 잊지 못하고 마음은 전주를 내려놓지 못했다. 자신만의 고향이 아니라 아이들의 추억과 시간까지도 전주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기에 전주를 잊지 못하였으리라. 한벽루를 생각하면 어릴 적 다가천에서 놀던 기억을 바로 소환할 정도로 수십 년 전의 일도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다가왔음을 알 수 있다.

∥글 이경옥(동화작가)
― 2019년 우수출판콘텐츠제작사업에 선정돼 장편동화 『달려라, 달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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