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전북 문화예술은 축제의 연속이었다.

4월 ‘전주국제영화제’와 10월 ‘전주세계소리축제’. 올해는 격년으로 열리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소리축제와 함께 열렸으며, 11월에는 ‘아시아아프리카 문학페스티벌’까지 더해졌다.

국제적인 행사들이 전북 문화예술의 외연을 넓혔다면, 지역의 단체들이 주도한 크고작은 행사들과 개인 창작활동들은 내면을 살찌웠다.

올 한 해도 쉴 새 없이 달려온 2007 전북문화, 다시 읽기가 시작된다.

‘2007 아시아아프리카문학페스티벌-전주’는 한국 문학사는 물론, 미국과 유럽 중심의 세계 문학 흐름을 다각화하는 의미있는 시도였다. 첫 행사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들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지만,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들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민족문학작가회의’가 출범 20년 만에 ‘한국작가회의’로 명칭을 변경함에 따라 전북지회도 ‘한국작가회의 전북지회’로 이름을 바꿔달았다.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는 새만금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문학제를 열었지만, 협회 보다는 회원들의 개인 창작활동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font size="5"세font계로의 시야 확장

‘2007 아시아아프리카문학페스티벌’은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들이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역사적인 사건이었으며, 인간에 대한 존중을 담은 ‘전주선언’도 이끌어 내는 데도 성공했다.

지역적으로는 전북이 한국문학의 수도로 자리잡는 계기가 됐으며, 행사를 전북지역 문인들이 주도했다는 점에서도 이 땅이 지닌 문학적 역량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비엔날레 형식으로 행사를 지속하자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안정적인 예산 확보와 사무처 조직 개편 등 보다 면밀한 준비가 요구되고 있다. 문학상·번역상 제정, 학술·연구 기능 강화를 위한 부설 연구원 설립, 작가 교류를 위한 레지던스 프로그램 등이 내실을 기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한·중 교류 15주년을 기념하는 ‘한·중 문학인대회’도 지난 10월 서울과 전주에서 동시에 열렸다.

우석대 한국학연구원과 최명희문학관 등이 주관한 이 대회는 양국의 문학이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해 왔는지 살필 수 있는 자리로 주목받았다.

font size="5"석font정 조명 사업 활발

신석정 탄생 100주년이 되는 올해, 해를 이어온 ‘석정문학제’가 ‘신석정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문학제’로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석정의 시세계를 조명한 심포지엄은 석정을 목가시인에서 참여시인으로 문학사에 새롭게 위치시켰으며, ‘석정문학상’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촛불문학상’이 제정돼 이병훈 시인이 수상했다. 기념문학제 기간, 석정이 작고하기 전까지 직접 준비했던 유고시집 「원정의 설화」도 출판됐다.

그러나 부안군 부안읍 선은리에 들어서기로 한 석정문학관은 건립을 위한 기본 작업을 마쳤지만, 가장 중요한 예산 문제로 터덕거리고 있다.

font size="5"전font북작가회의, 문학의 폭 넓히기

이병천 회장이 제5대 회장으로 취임한 전북작가회의 활동은 지역의 문학적 자산을 정리하고 문학의 폭을 넓히는 작업으로 확대됐다.

‘전북문학지도’는 온라인으로 확장, 3개년 사업 ‘전북온라인문학관’ 구축사업에 들어갔다. 전북출신 또는 전북과 관련된 문학인과 문학작품을 총제적으로 아우르는 이 사업은 올해만 7개 지역을 정리했다.

지역의 무가(巫歌)를 채록·채보한 ‘전북무가 디지털콘텐츠화 사업’도 문학의 영역을 확대하는 작업으로 주목받았다. 3년째 진행하고 있는 ‘달빛문학마당’은 지역 작가의 시와 소설을 창작판소리와 랩극으로 확대, 문학의 장르 다변화를 시도했다.

font size="5"'풍font요' 속 '빈곤'

출판기념회가 줄어들면서 체감하는 출판량은 줄었지만, 지역 출판사에 따르면 실제 작가들의 출판은 활발했다. 호흡이 긴 소설 보다는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수필집과 시집이 단연 많았다.

그러나 지역 서점가는 여전히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고, 오히려 오프라인 서점도 신간을 10% 할인판매할 수 있다는 출판 및 인쇄진흥법이 개정되면서 더욱 곤욕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데다 베스트셀러가 나오지 않아 전반적으로 독자들이 줄어들었다는 것. 향토서점들은 교보문고 영향으로 경영난에 빠졌다.

문단 문턱이 낮아지면서 문학동인회가 양산, 부작용도 나타났다. ‘밥 먹고 가는’ 의례적인 모임이 많아진 데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자리가 많아지면서 문학적 담론을 생산하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내부로부터 나오고 있다.

최명희문학관은 최명희 개인을 조명하는 사업 이외에도 전국 작가들의 친필 원고를 수집하거나 소설읽기 등을 진행, 문학관 운영의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최명희·혼불·채만식·미당시·아리랑문학관 등 전국에서 문학관이 가장 많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문학관 간의 연대나 공동기획 등은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