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07 한겨레] 혼불’ 전북서 한 달 동안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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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하나면 됩니다.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참으로 잘 살고 갑니다.”

대하소설 <혼불>의 작가 고 최명희 선생이 마지막으로 남긴 육성이다. 시간은 벌써 빠르게 흘러 그를 추모하는 10돌 행사를 치르게 됐다.

혼불기념사업회(대표 장성수·전북대 교수)는 11월1일까지 제8회 혼불문학제를 연다. 올해는 문학제 기간을 한 달로 늘렸으며, 개최 장소도 전북지역 14개 시·군으로 확대했다.

혼불문학제는 최명희와 <혼불>을 비롯한 그의 작품을 기념하려고 기념사업회가 2001년부터 해마다 진행하는 행사이다. 2006년까지는 선생이 태어난 10월10일 하루 동안 진행했지만, 2007년에는 1주일로 늘렸다.

올해 눈에 띄는 행사는 문학박사 14명이 전북지역 14개 시·군에서 풀어내는 이야기 ‘혼불 문학강연 퍼레이드’다. 오는 10일 서정섭 서남대 교수가 전북 남원시청에서 강연을 하는 등 지역별로 순회한다.

전북 전 지역으로 외연을 확대한 것은 최명희 선생의 삶과 <혼불>의 문학적 가치를 계승하고 심화·확산하겠다는 뜻이다. 또 <혼불>에 대한 문학적 논의를 공론화하고, 그 성과를 많은 이들이 함께 공유하자는 데도 의미가 있다. 그래서 올해 문학제의 주제는 ‘혼불, 자유로이 풀어헤쳐서 훨훨’(<혼불> 3권 126쪽)이다.

이밖에 10일 전북대에서 최명희 청년문학상 시상식, 11일 최명희문학관에서 70대 노인 5명이 혼례와 출산 등 주제를 정해서 얘기하는 생애사 토크쇼와 개인 생애사를 활용한 창작 판소리 시연회 등이 이어진다. 주최 쪽은 문학세미나 녹취록을 엮은 책 <혼불문학 강연록>과 작가를 바라보는 주변사람들의 글 모음집 최명희를 기억하는 우리는>(가제)을 이달 안에 발간할 계획이다.

장성수 기념사업회 대표는 “혼불문학제는 해마다 주제를 달리해 작가 최명희와 그의 작품에 대한 문학적 논의를 하는 자리”라며 “단순한 추모 성격의 행사가 아니라 작가의 삶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명희는 조선 말 남원지역 양반가의 몰락 과정과 3대째 종가를 지키는 며느리의 애환을 그린 대하소설 <혼불>을 17년에 걸쳐 완성해 단재상, 호암상 등을 받았다. 51살이던 1998년 12월 암으로 타계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