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심을 지닌 땅
언론에 비친
[새전북신문 2008-11-11]온누리 - 도로이름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08-11-17 21:47
조회
3843
| [온누리]도로이름 | ||||
| ||||
| 우리나라의 거리 이름은 대부분 옛 한자 지명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역사인물과 지역 특징을 빌려서 명명해왔다. 도시 이름들의 경우 대부분이 한자어로 되어 있는데 비해 거리 이름들을 새로 지으면서 순수한 우리말도 많이 등장했다. 전주의 곰솔나무길, 쑥고개길, 용머리길, 장승백이길, 가리내길, 여울길 등이 순 우리말 이름이니 참으로 예쁘고 곱기만 하다. 세태의 변화에 따라 영어이름도 등장했다. 서울 압구정동의 로데오거리, 강남의 테헤란로, 목동의 파리공원처럼 전주에도 월드컵로가 생겼다. 로데오 거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비버리힐스 이웃의 고급 옷가게 거리인 ‘로데오 드라이브’에서 따온 것이고, 서울과 테헤란이 서로 자기 도시에 상대방 도시 이름을 딴 거리 이름을 붙이기로 함에 따라 만든 것이 테헤란로다. 이란의 테헤란에는 서울로가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서울에 파리공원을 만들었듯이 파리에는 서울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서울의 ‘중국공원 일본공원, 독일공원’ 과 경남 남해의 ‘독일촌’ 등은 두 나라가 수교를 기념해서 서로 상대방 국가의 전통양식으로 꾸민 공간을 만들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의 현행주소체계는 1910년도에 일제가 조세징수와 토지관리를 위해 작성한 지번체계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도시 개발과 다양한 토지분할, 합병 등 토지 이동이 잦아짐으로 인해서 주소 탐색 및 위치 파악에 불편함이 뒤따랐다. 이에 따라 선진국처럼 도로에는 이름을 부여하고 건물에는 체계적인 건물 번호를 부여하는 새주소 사업을 1998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전주시는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주민공청회와 전문가 및 학회 등의 자문을 받아 지역특성과 역사적 유래 및 주요시설 등을 반영하여 약 2,446 개소의 도로이름을 결정했고, 건물번호는 도로의 진행방향을 기준으로 좌측은 홀수번호, 우측은 짝수번호를 먹여서 약 69,355 여개의 번호를 부여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주소는 2011년까지는 현재의 주소와 함께 사용되고 2012년부터는 새주소만을 사용토록 되어있다. 아직 새주소가 전용되고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토를 달아 보자면 전주시의 새주소에 문화예술도시로서의 향기가 그리 깊게 배여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경남 통영에서 만난 청마 유치환 시인과 초정 김상옥 시인의 이름을 딴 거리를 보면서 전주에도 최명희길 외에도 가람 이병기 시인과 신석정 시인의 흔적이 있는 곳에 그들의 이름을 딴 거리가 있어도 좋다는 생각을 해본 것이다. 아직 고칠 수 있는 여유가 있을 때 역사와 문화예술분야 인물들의 이름과 판소리와 한지 등 전주의 내놓아라하는 문화유산들의 이름을 붙인 도로명이 더 많이 만들어지면 어떨까 싶다. /정상권 객원논설위원 |
sjb8282@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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