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민일보 2011-12-16]지역문화발전 중심축 역할 '톡톡'

올해 도내 민간위탁 문화시설들은 적지 않은 논란 속에서도 조용하지만 꾸준한 걸음을 이어가며 지역문화발전의 중심축으로 톡톡히 역할했다. 개관 10주년을 맞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공연장 최초로 소외 청소년 오케스트라 문광부 교육지원사업 선정되고 ISO09001 인증 획득하는 등 값진 결실을 맺었고, 최명희문학관은 전주MBC와 연계해 혼불문학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냄은 물론 한국도서관협의회 ‘문학관·도서관 문학작가 파견 사업’에 선정돼 이실상 시인과 함께하는 시 창작교실을 진행했으며, 전주한옥마을 혼불문학기행을 비롯해 전라북도 초등학생 한식백일장, 전북중고등학생 이야기대회 등 다양한 우수 프로그램을 선보임으로써 활동력을 넓혀왔다.

이외에도 전주한옥생활체험관은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끌어 모으는 등 민간위탁 문화시설들은 올 한해도 지역문화예술을 빛냈다. 또한 올해에는 부채문화관, 소리문화관, 완판본문화관 등 3대 문화관이 첫 발을 내딛음으로써 전통문화예술의 발전과 관광객 유입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민간위탁 문화시설들은 여전히 열악한 노동 조건과 고용 불안 그리고 낙후된 시설 등으로 인해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각에서 민간위탁 문화시설에 대한 실효성과 자생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 진통을 겪기도 했다.


▲ 작지만 큰 걸음

먼저,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활기찬 발걸음으로 그 어느 해보다 다채로운 결실을 이뤄냈다. 공연장 최초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는 소외 청소년 오케스트라 교육지원사업에 선정돼 ‘한소리 오케스트라’를 창단, 운영을 이끌고 있으며, 최근에는 ICR국제인증원으로부터 공연장 운영과 소리문화 예술 공연 및 전시와 대관서비스 부문에서 국내 문화예술기관으로써는 세 번째로 품질경영시스템을 인정받아 ISO9001을 획득하기도 했다. 또, 소리문화의전당이 진행하고 있는 노인대상 통합예술교육프로그램 ‘어르신 뮤지컬반’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언제나 청춘, 청춘연극제’에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상을, 지역다문화프로그램 ‘생활속의 한지미술’은 ‘2011 지역다문화프로그램 지원사업-성과보고대회’에서 한국문예회관연합회 회장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안았다.

이와 함께 최명희문학관과 전주역사박물관도 시설의 특성을 살린 다수의 프로그램들을 운영, 지역 민간위탁 문화시설로써의 역할에 충실했다. 최명희문학관은 예비 중학생을 위한 논술 특강, 이길상 시인과 함께하는 시 창작교실과 시 읽기 모임, 혼불 읽기 프로그램, 혼불문학기행 ,2011 전라북도 초등학생 한식백일장, 전북중고등학생 이야기대회 개최, 문학인 친필원고 전시회 ‘전북문학의 무늬’, 겨울 남자 장성수와 함께하는 행복한 소설 읽기, 문학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전주를 넘어 전북 문학을 아우르는 역할을 소화했고, 개관 9주년을 맞은 역사박물관은 ‘우리동네 이야기’ 특별전과 전주학 학술대회 개최하고 전주부성의 역사를 담은 번역서 ‘전주부성 축성록’ 발간하는 등 지역 박물관으로써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올해 우여곡절 속에서 풍남문화법인 수탁체제로 새롭게 출발한 전주전통문화관은 전통문화관의 간판 프로그램인 ‘해설이 있는 판소리’는 지역 시민을 직접 찾아가 만나는 ‘찾아가는 해설이 있는 판소리’로 바꾸고, 전통문화관을 찾는 지역시민 및 관광객들을 위해 음식과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정오흥취’를 신설함으로써 보다 많은 시민들에게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선사했으며, 또 문화포럼 나니레(대표 김성훈)와 협약을 맺고 기획창작공연 ‘빨간모자와 숲속친구들’을 제작해 15회 공연에 2,000여명의 관객들이 관람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전주한옥생활체험관 역시 올해는 전국 학교를 대상으로 소규모 테마수학여행을 홍보함과 동시에 전북지역의 문화역사자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역 관광산업을 선도해나갔으며, 전주교육청의 후원을 받아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전통문화체험을 제공하는 교육복지우선투자지원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 문화시설의 목표와 역할 재정립할 시점

이처럼 민간위탁 문화시설들은 다양한 활동으로 지역문화예술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막대한 예산을 들인 민간위탁 문화시설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또한 상당수 시설들이 오랜 세월을 지나다 보니 발전적 비전은 제시하지 않은 채 안일한 태도로 안주하려는 모습만 보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의 경우 지역에 발을 내딛은 지 어느새 10년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전북문화예술단체와 연계한 사업이나 프로그램이 거의 없어 지역문화예술단체와의 적극적인 관계 설정에 힘쏟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올해 소리문화의전당은 기획공연 ‘더 아리랑’을 제작해 지역문화예술인과의 연계작업을 시도했으나 수준 이하의 공연을 선보이며 오히려 구색 맞추기에 급급했다는 혹평을 벗어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시설 노후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어 중장기적인 노후화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주전통문화관 역시 지역 문화예술인과의 소통·연계를 통해 지역예술가 육성에 힘을 보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왔으나 사실상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폭넓게 아우르지 못한다는 의견이다. 더불어 현재 전통문화관은 ‘찾아가는 해설이 있는 판소리’, ‘정오흥취’, ‘만원의 행복’, ‘아카데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지역 문화예술인 및 시민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대표 프로그램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때문에 지역 민간위탁 문화시설의 거점공간으로써 전주한옥마을 문화시설들을 아우르고 전주시민 및 관광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또, 전주한옥생활체험관은 지역의 대표적인 숙박체험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전통한옥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역 민간위탁 문화시설들의 정체성과 역할을 다시금 되새겨보고, 새로운 비전과 방안을 창출해내야 할 때다. 하지만 이와 함께 민간위탁 문화시설들이 출범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열악한 노동 조건과 고용 불안 그리고 낙후된 시설 등으로 인해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시급한 대책도 필시 마련돼야 할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