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살소살

삶을닮다(오늘의필록)

필록 757 - 흰 꽃잎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1-12-23 11:41
조회
591


 

홀연 한 점 흰 꽃잎이나 싸라기같이

허공에 설핏 비쳐 눈일 줄도 몰랐다가.

날 저물녘 살얼음 낀 동구앞길로 들어서며

문득 올려다본 정자나무 위 어스름 하늘이나

저녁밥 지으려고 바가지에 쌀내오는 광 문앞에서

무심코 바라본 지붕 너머, 어느덧,

바람조차 싣지 않고 마냥 점점이

잿빛을 머금어 더욱 허이연 눈

「혼불」 10권 210쪽





새하얀 눈이 하늘을 뒤덮고 눈 닿는 자리 하얗게 물들기 시작하면 겨울을 체감하게 됩니다. 뽀드득 소리에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설레는데요. 밤사이 소리 없이 쌓여 흰 이불을 포근하게 덮고 있는 세상을 마주하면 깜짝 선물을 받은 듯 기분이 좋아집니다. 겨울이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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