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살소살

삶을닮다(오늘의필록)

필록(筆錄)81_ 그리움/ 발소리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10-09-25 11:19
조회
1902

<오늘의 필록>


혼불5권 2장 45쪽 중




발소리만.
그저 다만 발소리만이라도 들었으면.
그냥 지나가 버려도 좋으니, 왔다는 기척만이라도 들렸으면.
마음의 깊은 골짜기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곳에,
그네는 귀 하나를 심어 놓고 날마다 기르면서,
할머니 청암부인의 출상을 앞둔 저녁 어스름 속에서,
또 새해가 다가서는 섣달 그믐날의 오밤중에,
그리고 아까 그렇게 달 뜨는 한밤에,
오직 발소리 몇 점을 기다리면서 전신을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네의 온몸은 어느새 귀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


아무렇지 않다가도 뼈속깊이 사무치는 한 사람.
그리워할 수 밖에 없는 그 사람.
가장 순수할 적 사랑을 알게해준 그 사람이
문득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_최명희문학관

20100925 혼불5권 45쪽.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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