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살소살

삶을닮다(오늘의필록)

필록 764 - 우수수 대밭에 떨어지는 소리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2-02-10 11:44
조회
759


 

허리가 휘어질 만큼 성이 나서 잎사귀 낱낱의

푸른 날을 번뜩이며 몸을 솟구치는 소리,

그런가 하면 아무 뜻없이 심심하여

제 이파리나 흔들어 보는 소리,

그리고 달도 없는 깊은 밤 제 몸 속의 적막을

퉁소 삼아 불어 내는 한숨 소리,

그 소리에 섞여 별의 무리가 우수수 대밭에 떨어지는 소리

「혼불」 1권 8쪽





대는 속이 비어서 제 속에 바람을 지니고 사는 것이라, 가만히 서 있어도 저절로 대숲에는 바람이 차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조그만 잔바람이라도 이는 날에는 으레 물결 쏠리는 소리를 쏴아 내면서, 후두둑 비 쏟아지는 시늉을 하는데요. 대숲 속으로 들어가 초록빛 바람이 건네는 이야기와 몸짓을 듣고 싶어지는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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