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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사랑 . 10 최명희의 누이, 최선희씨에게

작성자
황종원
작성일
2020-01-02 19:24
조회
985




뜻밖의 편지, 당혹스로우실지도 모릅니다.

아니, 어쩌면 혼불의 작가 최명희란 이가 살아 있는 양 하여 성보아파트로 아직도 수신 최명희로 오는 편지도 있을 법하니 놀랄 일도 아니시겠지요.


기억은 아니나실 일이로되 저는 최명희씨의 아우이신 선희씨와는 구면이랍니다.

작년, 최명희씨가 유명을 달리했을 때 저는 최명희씨의 영전에 예를 올리고 영정 앞에 있는 10권의 혼불이 최명희씨의 시신인양 하여 슬프고 허무했었습니다.


영안실을 나와서 검정 치마저고리를 입고 있는 최선희씨에게 맹랑한 말을 물었던 사람입니다.

작가가 결혼을 했느냐?

병고에 얼마나 힘이 들었겠느냐?

그리고 방명록에

“ 혼불은 남기시고 혼불이 되어 가시다니요. 황종원 “

몇 줄의 흔적이 저 올씨다.


그리고 문상객에 모이는 방이 너무 커보일 지경으로 사람이 너무 없어서  슬펐습니다.

모국어의 바다를 우리 앞에 보여준 작가에 대한 대접이 이것이냐.

그러나 작가 최명희는 그런 일에 초연하리라하며 그날 밤에 있는

‘ 최명희 추도의 밤 ‘이 있음에도 저는 그냥 갔습니다.


어딘가 형식적인 것 같아서 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후회합니다.

올해 아마도 작가를 기리는 1주기가 있다면 이번에는 꼭 가서 작가

를 그리워할 것입니다.


제가 편지 앞머리를 길게 늘이는 이유는 이 글을 행여 이제 처음 혼불을 읽고서 제 감흥에 취해서 쓰는 편지가 아님을 알리고자 함입니다.

그것은 제가 따로 붙이는 혼불작가 최명희에 대해 통신에 올린 글과 저에 대한 소개글이 있는 mbc 발행의 월간지인 1999년 10월호 ‘ 여성시대’ 를 동봉했습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작가 최명희씨가 살아서 어느 모임에서 했다는

“ 혼불을 읽어주는 단 한 사람이 있다면 , 그 사람을 위해서도 글을 쓰겠다

….”

하던 그 말에 대한 화답을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혼불에 취하고 끝내 자신도 혼불로 사라져간 작가 최명희에 대한 가족들에 대한 연연한 그리움이 지금 얼마나 지극하시겠습니까.


여기 사진 한 장을 동봉했습니다.

신문사 기자가 취재하면서 찍은 사진이고, 혹시 가지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조선일보사에서 구한 사진입니다.

가족 여러분께서도 여러분의 언니이며 누님은 가셨지만

이 세상에 남은 사람 중에서 여러분의 언니이며 누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여 주십시오.

(1999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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