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님하

문학관의 선물(글과 영상)

[글]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3/20)_ 꼰지발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2-06-10 10:42
조회
614


‘꼰지발’은 발뒤꿈치를 든 발을 말한다. 발가락에 의지해서 꼿꼿이 선 발이며, ‘까치발’의 전라도 사투리다.

①마당에서, 마루에까지 들어찬 사람들의 머리 너머로 꼰지발을 딛고 넘겨다보던 콩심이네가 입을 반쯤 벌린 채 탄복한다. (「혼불」)

소설 「혼불」에서 신랑 신부를 보려는 동네 아낙들이 저절로 흥이 나서 고개를 빼 밀고 꼰지발을 딛는다.

“어디, 어디, 나 좀 보드라고오.”

누군가 사람들의 틈으로 고개를 비집어 넣으며 말한다.

“밀지 말어, 자빠지겄네잉.”

“시잇. 참말로 시끄러 죽겄네에. 쥐딩이 조깨 오무리고 있드라고.”

도무지 멈출 여지가 없는 왁자지껄.

꼰지발을 딛고 넘겨다보던 아낙들이 서로의 옆구리를 찌르며 한 마디씩 한다.

“웨메, 저런 꽃 같은 도적이라먼 나는 문 열어 놓고 눈 빠지게 지달리겄네잉. 하이고오. 이뿌기도 허구라아.”

“문이나마나, 머 열고 닫을 것이라도 있당가? 노상 다 열어제끼고 한디서 사는 노무 처지에.”

벙싯거리며 고개를 빼문다.

②“달 봐라아.”

꼰지발을 디딘 채 가슴을 졸이며 산 능선을 노려보던 사람 중, 제일 먼저 달을 본 사람이 가슴이 터져 나가게 큰 소리로 함성을 질렀다. (「혼불」)

붉게 물들었던 동쪽 하늘이 등황색으로 투명하게 걷히다가 은은하고 맑은 명주 빛으로 아득히 트이면서, 기다리던 보름달이 드디어 금빛 눈썹으로 막 솟아오르면 사람들은 마을을 향하여 우렁차게 고함을 질렀다.

“달 봤다아아.”

저 달은 내 것이다아.

소원 성취 행운은 내 것이다아.

온 세상 온 사람에게 널리 알려 아무도 그 달을 넘보지 못하게 하려는 듯 소리 높여 외치고 외쳤다.

○ 20명의 시인·작가가 예문으로 소개하는 「혼불」 속 우리말 20개

③아름이는 하얗게 핀 찔레꽃 뒤에 몸을 숨긴 채 꼰지발을 하고 꿩을 기다렸다. 이윽고 장끼(수꿩)가 눈부시게 붉고 푸른 대가리와 긴 꼬리를 흔들며 숲에서 걸어 나왔다. 이어 갈색 누비옷을 입은 까투리(암꿩)가 며칠 전 낳은 대여섯 마리의 꺼병이(새끼 꿩)를 데리고 장끼 뒤를 올망졸망 따랐다. 초여름 찔레꽃 향기만큼이나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에 아름이는 발이 저린 것도 잊고 숨도 쉬지 않았다. (글: 김종필·동화작가)

김종필 동화작가가 떠올린 ‘꼰지발’의 주인공은 아름이다. 꿩 가족을 보는 아름이는 발이 저린 것도 잊고 꼰지발을 한 채 초여름 찔레꽃 향기만큼이나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 깊이 새겨 넣었다. 아름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김종필_ 『문예사조』 신인상과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됐다. 동화 『땅아 땅아 우리 땅아』 『아빠와 삼겹살을』 『앙코르 왕국에서 날아온 나비』 『또 걸렸냐』 등을 냈다.

∥글·사진_ 최명희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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