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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포스트 20220629]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16/20)_ 이무럽다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2-06-30 15:50
조회
455
‘이무럽다’는 일정한 기준이나 원칙 없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 서로 친하여 거북하지 아니하고 행동에 구애됨이 없다는 뜻이다. ‘임의롭다’의 전라도 사투리다.

소설 「혼불」에서 두 번 나오는 ‘이무럽다’는 각각 강모와 춤복이가 나오는 부분에서 쓰인다.

강모가 부서방에게 말한다.

①“고단할 테니 기다리지는 말고 먼저 자. 어려워하지 말고, 이무럽게 생각해. 나는 형님한테 다녀오겠네.” (「혼불」)

부서방이 도무지 몸둘 바를 모르면서 두 손을 맞잡고 비비는 것을 젖은 눈시울로 바라보며 강모는 집을 나섰다.

“시방이 이월잉게 벌쎄 한참 되얐그만이요. 작년 시안 동짓달에 일을 당혀겼거등요. 지가 거그 있을 적으는 초하루 보름이먼 삭망에 가서 수차례, 절이라도 꼭 올리고 왔는디.”

부서방의 말을 다시 떠올리며 강모의 허리가 툭, 꺾인다.

“아아, 그랬어······.”

강모는 허공을 찢는 울음에 맞으며, 어두운 바람을 헤치고 강태한테로 간다. 할머니 돌아가신 것을 지체없이 알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춘복이의 사정도 강모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풀어나가는 방식은 달랐다.

“그냥 우선은 모른 척 덮어 두어. 무슨 일에 알고도 안 물어 보는 거이 더 낫을 수도 있응게.”

공배의 말대로, 속으로야 어떻든 겉으로는 별 내색을 안하고 철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 다시 동지섣달을 맞이하였는데.

지난 며칠간 춘복이는 혼자 무슨 일을 궁리하고 있었는지, 그 아무도 없는 농막에 외지게 틀어박혀 코빼기도 비끗 안하더니, 오늘 밤에는 부시시 마실을 온 것이었다.

②굳이 마실이라고 할 것도 없이 이 공배네 오두막을 제 집처럼 이무럽게 여기어 드나드는 춘복이었으니, 며칠간 얼굴 안 보인 것이 외려 이상한 일이었다. (「혼불」)

그렇게 보아서 그런지 그의 얼굴색은 얼핏 푸른 빛이 도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말이 없었다.

○ 20명의 시인·작가가 예문으로 소개하는 「혼불」 속 우리말 20개

③그 두 사람이 서로 알고 지낸 지 근 삼십 년, 이무럽기가 동기간(형제자매 사이)이나 다름없어. (글: 김병용·소설가)

④이무런 사이들끼리 뭐 가리고 자실 게 있다고 그렇게 까탈스럽게(까다롭게) 굴어. (글: 김병용·소설가)

*김병용_ 1990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장편소설 「그들의 총」, 소설집 『개는 어떻게 웃는가』, 기행집 『길은 길을 묻는다』 『길 위의 풍경』 『풍경 밖을 서성이다』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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