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민일보 2011-10-20]친필원고는 문학인들의 분신

최명희문학관(관장 장성수)과 전주문화재단(이사장 라종일)이 7월 26일부터 내년 5월 27일까지 최명희문학관 비시동락지실에서 전라북도 문학인 친필원고 전시회 ‘전북 문학의 무늬’를 진행하고 있다.

전시회명을 ‘전북 문학의 무늬’라고 칭한 것은 시인·작가의 친필원고는 문학의 곳간을 풍성하게 채워온 그이들의 분신이며, 넋이 찍힌 무늬이기 때문이다.

친필원고 전시는 작가 이름에 따른 가나다 순으로 이어지며, 5일 간격으로 원고가 바뀌어진다. 25일~30일까지는 문두근, 문병학, 문신, 문정, 박근후, 박기태, 박남권, 박남준 등의 작가가 쓴 원고가 전시된다.

고 최명희 선생과 전북대학교 동문인 문두근 시인은 200자 원고지에 세로로 고인과의 인연을 엮었으며, 문병학 시인은 세상을 향해 귀싸대기 올려 부칠 줄 아는 시인답게 ‘낮고 부드러우나 타협 없는 질타와 분노’가 살아있다. 태어난 곳이 어디이든 문학의 모태는 전북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전라남도 출신 문신 시인의 원고도 있다. 문정 시인의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작품인 ‘하모니카 부는 오빠’와 박근후 시인과 박기태 시인은 200자 원고지에 녹록치 않은 연륜이 스민 자신의 시를 정서해 보여주고 있다.

박남권 시인의 A3 아트지에 정서한 작품들과, 한때 모악산 기슭의 흙집에 살았던 박남준 시인의 원고도 있다. 물을 자박자박 잡아 따뜻한 밥을 지어 개울가 버들치에게 한 숟가락 먹이고, 창호지 문틈에서 거미를 보며 밖에 내보낼까 하다가 따뜻한 방이 그리웠겠지, 하고는 짐짓 딴청을 부리고, 반딧불이를 살리기 위해 다슬기를 잡으러온 아랫마을 사람들과 싸웠다는 그는 지금 지리산 자락에 들어가 살고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곳에 살고 있는 꽃과 나무와 새와 벌레들은 늘 시인을 그리워할 것이다.

최명희 문학관 황진영씨는 “친필원고 전시는 문학인뿐만 아니라 최명희 문학관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어요. 컴퓨터로 글씨를 쓰는 젊은 세대들도 눈여겨봐요.” 그럴 때는 그들이 어떤 느낌을 갖게 될까 궁금해진다고 한다. 친필원고 전시는 문학적 의미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고, 나이든 이들에겐 추억처럼 다가서고 젊은이들에겐 색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김춘자 도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