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심을 지닌 땅

언론에 비친

[전북일보 20230224][최명희문학관의 어린이손글씨마당] 5. 외할아버지의 창고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3-02-24 19:59
조회
373
△글제목: 외할아버지의 창고 

△글쓴이: 김별해 (전주한들초등학교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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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갓집에 간다. 효자동에서 50분 정도 차를 타고 가다 보면 멀리 바다가 보이고 산이 나오고 논밭이 이어지고 주황과 파란 지붕들이 보이면 도착했다는 신호다. 




외갓집 동네는 사계절 공기와 온도, 색깔이 싹 달라진다. 연둣빛의 봄과 초록색 요란한 매미 소리와 함께 오는 여름과 가을 무렵 붉은색과 고동색으로 물들어가는 산과 들판이 예쁘다. 그리고 마을이 눈에 뒤덮여 하얀 요새처럼 보이는 겨울. 겨울방학 언젠가 며칠 동안 폭설이 쏟아져 외갓집에 갇힌 적이 있다. 영원히 전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 벌벌 떨었다. 이처럼 우리 외갓집은 흥미진진하다. 





특히, 외갓집 마당과 창고에는 신기한 것이 많다. 감나무와 대추나무에서 내 주먹만 한 열매가 익어가고 문 바로 뒤 통로에 넣어 놓은 고추도 빨갛게 말라가고 있다. 창고 안에는 사다리, 농기구, 곡식 자루, 양파와 마늘 등등 별게 다 있다. 또 할아버지 트럭과 트랙터가 조금씩 칠이 벗겨지고 녹슬어가고 있다. 

엄마는 고장 나고 방치된 할아버지의 물건들을 보며 속상해하신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기계들처럼 병도 생기고 많이 늙으셨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암 수술을 하셨고 외할머니는 천식이 심해지셨다. 큰 병원으로 가야 하지만 공기 좋은 곳이 천식에 좋기 때문에 이사 갈 수는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외갓집이 아예 시골은 아니다. 작은 마트가 있고 어린이집, 경찰서도 있다. 마을 정중앙에는 커다란 석상이 있고 주변에는 중국집이 있는데 항상 큰 개가 어슬렁거린다. 외갓집에 가면 대부분 이모들과 삼촌도 계신다. 

며칠은 재밌다. 할아버지 방 러닝머신도 하고 엄마가 다녔다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사촌들과 축구를 한 뒤 동네를 돌아다닌다. 엄마가 안 계시니 TV도 맘대로 볼 수 있고 숙제를 살짝 안 해도 된다. 

그러나 나는 도시병 환자인가? 하루 이틀 지나면 심심하고 지루해진다. 다리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동그란 식탁에 앉아 옥수수, 고구마, 감자를 며칠 먹으면 햄버거나 피자가 생각난다. 배부르다고 안 먹는다고 해 봤자 할머니는 ‘키 커야 한다, 살이 쪄야 한다.’라고 하시며 내 말을 무시한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전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내 또래 친구도 없고 백화점도 없고 피시방도 없고 레스토랑도 없어서 용돈을 꽤 많이 주시지만, 쓸데가 없다. 

그러나 전주로 돌아오면 이상하게 또 외갓집이 가고 싶다. 할머니가 해주시는 밥도 맛있고 건물이 없어 사방이 툭 터져있는 동네를 뛰어다니면 깨끗한 공기가 내 몸에 차오르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외갓집에 가면 오래 있었는데 점점 가는 횟수도 줄고 시간도 짧아진다. 아쉽게도 중학교에 입학하는 내년부터는 학원 때문에 자주 못 갈 수도 있겠다.

올해도 외갓집에 왔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나를 안아주시며 엄청 반가워하셨다. 기분이 좋아진다. 종종 내가 좋아하는 갈비도 해주시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주셨다. 

마당에서 형과 공놀이를 했다. 형이 너무 세게 차는 바람에 담장을 넘어 옆집 마당으로 들어갔다. 함부로 남의 집에 들어갈 수 없어 안절부절못하는데 형이 살금살금 들어가서 공을 빼 왔다. 우리는 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방이 탁 트인 공원에 형과 나 둘뿐이어서 우리 공차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다. 멀리 들판이 보이고 하늘에는 두루미와 학이 날아다닌다. 고등학생 형은 할아버지 농사일을 도와준다. 나는 어리다고 시켜주지 않지만 한 번쯤 할아버지를 도와드리고 싶다. 

예전에는 외할아버지 마당이 엄청 넓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할아버지 마당은 비좁고 담장은 키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느낌이다. 어른들이 요즘 할머니와 할아버지 걱정을 많이 하신다. 나 또한 걱정이 많이 된다. 언제 가도 반가워하시며 사랑을 듬뿍 주시는 두 분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건강해지셔서 할아버지와 함께 들판으로 활기차게 걸어 나왔으면 좋겠다.

※ 이 글은 2022년 전북일보사·최명희문학관·혼불기념사업회가 주최·주관한 <제16회 대한민국 초등학생 손글씨 공모전> 수상작품입니다. 제17회 공모전은 4월 25일부터 9월 17일까지 작품을 모집합니다. 문의 최명희문학관(063-284-0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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