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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전북포스트 20220621]최명희문학관, 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10/20)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2-06-21 17:32
조회
30
 

‘아리잠직’은 키가 작고 모습이 얌전하며 어린 티가 있다는 뜻이다.

소설 「혼불」에서 ‘아리잠직’은 아름다운 자태를 묘사하는 부분에서 다섯 번 나온다.

「혼불」 제4권에서 거멍굴 사람들이 모여앉아 기표와 우례의 일을 판소리 <흥부가>에 빗대어 말하는데, 흥부가 박에서 나온 미인 양귀비를 첩으로 들이자 이를 질투하는 아내를 달래는 대목이다. ‘아리잠직’은 박에서 나온 양귀비의 아름다움을 말하며 처음 꺼냈다.

①천만 뜻밖에도 화용월태(花容月態) 미인 하나, 교태로 무르익어 미소를 머금고 나오는데. 구름 같은 머리털로 낭자를 곱게 하여, 쌍룡 새김밀화 비녀 느직하게 질렀으며, 매미 머리 나비 눈썹, 은근한 정을 담뿍 머금은 눈빛에, 연지 뺨 앵두 입술, 박씨같이 고운 잇속, 삐비같은 연한 손길, 버들같이 가는 허리에 곱게 수놓은 비단옷을 호리낭창 걸쳐 입고, 연꽃이 나부끼듯, 해당화 조으는 듯, 모란화 벙그는 듯, 옥을 씻는 고운 소리로 아리잠직하게 말한다. (「혼불」)

서로 보며 농탕치는 흥부와 양귀비를 보고 흥부처가 어찌 아니 미치리.

“저것들 지랄하지, 나는 열 끼 곧 굶어도 시앗 꼴은 못 보겄다. 나는 지금 당장 나가니 양귀비랑 물고 뜯고 천년 만년 잘 살어라.”

어느 봄날의 꽃놀이, <화전가>의 노랫말에서 보이는 얼굴이며 몸 매무새도 대단하다.

②짙도 옅도 안하면서 은은 향기 풍겨나는 얼굴이며 몸 매무새 아리잠직 꾸밀 적에. 월태화용 고운 얼굴 분세수로 정히 하고, 아미를 정돈 할 제 반달같이 뽑아 내어, 선제(鮮制, 조선 물건)로 덧분에다 약간 발라 보기 좋게. 얌전할사 두 눈썹은 세붓으로 그렸는가, 양 볼에는 연지 분홍 살구꽃이 피어난 듯. 감태(甘苔, 김) 같은 검은 머리 애밀동박 기름으로 달빛같이 발라서나, 반달모양 월소(月梳) 빗에 흑단물결 빗어 낸 뒤, 은봉채 금봉채, 국화잠 매화잠을 느직하게 질렀으니. 월궁항아 예 비친다, 왕소군의 맵시로다. 처녀도 곱다마는 이 모습에 견주리요. (「혼불」)

새각시 얌례와 강실이를 묘사할 때도 아리잠직이 쓰였다.

③새얌가에 앵두꽃 핀 날 아침, 비얌굴로 떠나는 새각시 얌례가 꽃 옆에 서서, 안녕히 계시라고, 아리잠직 고운 얼굴로 하직 인사를 할 때, 어떻게나 아깝고 애석한지. (「혼불」)

얌례를 보고 공배는 마음이 미어져

“인자, 보고 자와서 어쩌끄나.”

그 말만 겨우 하고는

“가서 잘 살그라잉.” 하는 소리도 못 하고 말았다.

④비록 집안 깊숙이 들어앉아 바깥 출입 안하는 강실이라 할지라도, 오며 가며 오류골댁 사립문간을 지날 때, 그네의 아리잠직 단아하면서도 온화 공순한 자태를 언뜻언뜻 아니 볼 수 없었고, 아리따운 맵시에 고운 머릿결 검은 윤기 자르르 뒷등으로 흐르는 연두색 저고리와 연분홍 치마의 애달프게 스미는 빛깔을 아니 볼 수 또한 없었다. (「혼불」)

⑤이미 그 옛날 아리잠직 어여쁘신 모습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숨이 붙어 산 사람이랄까, 도무지 살아 있다고는 보기 어려울 만큼 검누렇고 푸른 빛 도는 낯색에 사색(死色)이 짙은 때문이었다. (「혼불」)

그렇게 눈에 뜨인 모습만으로도 가히 매안 이씨 반가(班家)의 단려한 규수 분명한데, 난향같이 번진 소문은 더욱 그윽하여 그 행실과 자태를 흠앙하는 칭송이 자자했것만.

바라보기 연연하고 꿈속같이 곱던 모습은 어느새 창백하게 여위어 손만 대면 그대로 부스러져 버릴 것 같은 재의 형상으로 변하고 말았으니. 이것이 대관절 어인 일인가.

○ 20명의 시인·작가가 예문으로 소개하는 「혼불」 속 우리말 20개

⑥각시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봄날이면 그가 떠오른다. 그는 아리잠직한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하여 매일 아침 들꽃을 꺾어다가 그녀의 집 돌담 위에 올려놓곤 했었다. (글: 이진숙·수필가)

*이진숙_ 201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당선됐다.

∥글·사진_ 최명희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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