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살소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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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사랑. 19 ‘80 신춘문예 당선작 ’쓰러지는 빛‘
보성여고 국어 교사 최 명희는 도곡동 13평 아파트에 살았습니다. 1974년 3월에 모교이며 직장이던 전주 기전 여고를 떠나서 최 명희는 서울 보성여고로 전임을 합니다. 해방촌 발치로 보면 산마루요, 남산으로 보면 산허리 위치에 학교는 있습니다. 남원에 대한 향수와 전주의 시냇물이 기억에 매단 체, 교사 최 명희는 해방촌에서 살았습니다. 교사 최 명희가 재직시에 나온 보성 여고 교지에 주소를 보면 해방촌 산 몇 번지하고 되어있군요. 언젠가 달동네에서 교사 최 명희는 도곡동 주공 아파트로 이사를 갑니다. 지금은 재건축 말이 나오는 방 둘과 연탄을 때는 아파트에는 화장실에는 세면기와 변기만 매달려 있지만 거실이라고 손바닥만한 공간도 있는 달동네에 비하면, 화사한 천국이었으리. 그 곳은 교사 최 명희가 작가 최 명희의 변신을 가져온 곳입니다. 지금은 누가 살까. 그 집의 현관 문 손잡이를 나는 잡아 보면서 작가의 손길을 느끼려 애씁니다. 거의 30년 전에 교사 최 명희가 여기서 ‘쓰러지는 빛’을 쓰고 ‘혼불’에 대한 구상과 집필을 했던 그 시절이 있었습니다. 내 손에 잡히는 철제 손잡이의 싸늘한 체온이 싸늘하게 느껴지지 않게 희망에 부풀어 있던 32살 여교사 최명희를 생각합니다. 그때 어머니 허 묘순 여사의 나이 53살 이니 지금 내 나이이구나. 교사 최 명희는 내 딸의 나이. 작가의 글을 눈으로 볼 때가 있고, 입으로 볼 때가 있으며, 손으로 볼 때가 있답니다. 눈으로 볼 때는 사건을 따라서 볼 때, 입으로 볼 때는 좋은 귀절이 있을 때,나는 요즘 작가 최 명희의 글을 손으로 봅니다. 그이가 글을 썼듯이 나는 그이의 글을 컴퓨터로 찍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작가 최 명희의 고3때를 지나 대학 3.4학년과 그 후 10년이 지나서 교사 때의 글을 연대별로 봅니다. 대학 때의 글의 흐름이나 전개하는 방법이 10년이 지나도 거의 판에 박은 듯 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랍니다. 글이 다듬어졌다는 것 말고는 전혀 변함이 없군요. 소설의 내용은 이렇게 흘러갑니다. . 현실이 나오고 먼과거로 간다. 가까운 과거로 옮기다가 현실로 왔다고 다시 반복되다가 현실로 와서 앞으로 진행하다가 소설은 끝납니다. 이 기법은 혼불에서도 쓰여집니다. 그렇다면, 작가 최 명희의 완성은 이미 대학 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소설 <쓰러지는 빛>은 작가 최 명희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느낌입니다. 학창 시절의 글에서 보는 고향의 냇물과 아이들의 모습이 다시 한 번 반복 사용되고 있습니다. 심사원들이야 작가의 과거 작품을 본 일이 없으니 알 일이 없지요. 작가는 다시 한 번 고향 이야기와 살던 집 이야기를 꼭 완결시키고 싶었을 것 입니다. 작중에 <나>의 어머니의 이름은 妙順 씨이고 작가의 어머니의 실제 이름도 許 妙順 씨입니다. 작가는 어머니의 이름을 작중에 삽입하므로서 자기 자신의 이야기임을 분명히 합니다. 약간의 픽션을 섞었가면서... 그러나, 사람들은 어이 알랴. 작가의 간절한 마음을… 이 소설의 당선으로 작가는 혼불을 쓸 자신감을 얻게 되었으니 작가에 힘이 된 작품에 대하여 어찌 만감이 없겠는가요. 자, 시작합니다. +++++++++++++++++++++++++++++++++++++++++++ 1980년 중앙일보 신춘 문예 단 편 소 설 당 선 작 쓰 러 지 는 빛 최 명 희 남자는 하루 종일 마당에서 서성거렸다. 그것도 허름한 잠옷 차림으로. 한 손을 허리 춤에 찌른 채, 한 손으로는 가끔씩 부스스한 상고머리를 뒤쪽 으로 쓸어 넘기며, 발로 울타리를 툭툭 차 보기도 하고, 방안을 기웃 들여다 보기도 했다. 그리고는 크으음 목에 걸린 가래를 돋구어 팩하고 꽃밭에 뱉기도 했다. 아직 채 날이 밝지 않은 이른 새벽, 선 잠이 깨어 습관대로 창문을 열어 젖혔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남향진 창문 앞에 오동나무가 넓은 잎사귀를 무심하게 떨구고 있는 바로 그 나무 둥치에 한 손을 짚고 서서 이를 닦고 있는 남자를 발견한 때문이었다. 중략... 이야기 시작되면 우리 집에 새집 주인이 와서 야박한 행태를 벌입니다. 먼젓집이 나가기 전에 새 집 주인이 제집 살림살이를 가지고 들어 옵니다. 입으론 배려하는 척, 하는 짓은 갑질입니다. 원주인이 애지 중지 하던 오동나무를 팔려도 내 놓고 여태 전 주인이 돌아가신 이 집 아버지 명패를 바닥에 던져 버리고 제 명패를 기고만장하게 답니다. 이 집의 명운을 지켜온 오동 나무가 웁니다. 이 집을 지켜준 빛이 쓰러집니다. 끝. ++++++++++++++++++++++++++++++++++++++++++++++++++++++ 이 시절 1970~80년에는 이런 일이 다반사입니다. 망한 집이 있고 흥한 집이 있습니다. 집안의 가장이 죽으면 그 집은 집 팔고 셋집으로 갑니다. 한 방에 가족 모두 생활합니다. 그러려니 사는 줄 알고 살았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충실히 묘사하여 신춘의 작가로서 등극합니다. ‘혼불’의 길로 가는 수순입니다. (1999/1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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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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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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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문학관 | 2018.10.28 | 0 | 314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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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가 담긴 특별한 효(孝) 가족사진 참여자를 모집합니다.
한국전통문화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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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은 ebook 출판 계획이 없을까요?? ㅠㅠ
혼불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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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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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좋아 | 2024.03.17 | 0 | 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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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의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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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예술과 공통장 : 창조도시 전략 대 커먼즈로서의 예술』 권범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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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벤야민-아도르노와 함께 보는 영화 : 국가 폭력의 관점에서』 문병호·남승석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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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초월과 자기-초월 : 아우구스티누스부터 레비나스/키에르케고어까지』 메롤드 웨스트폴 지음, 김동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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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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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들이 많이 있네요 (1)
김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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