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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포스트 20221020]최명희문학관 가을독서⑦황지호 소설가가 권하는 세 권의 책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2-10-20 11:41
조회
485
 

황지호 소설가는 학생들을 위해 세 권의 책을 추천했다. 초등학생에게 추천하는 이호철의 『살아 있는 글쓰기』(보리·1998)와 중학생에게 추천하는 포리스터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아름드리미디어·2019), 고등학생에게 추천하는 나카지마 아츠시의 『역사 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다섯수레·2021)이다.

황지호 작가는 202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글과 강의를 통해 이웃의 삶에 행복과 열정을 더하고 있다. 󰡐나와 내 아이를 변화시킨 인문학 편지󰡑를 부제로 한 『잠수함 속 토끼』와 『산전수전 겪지 않고 시골집 고치기』를 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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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호 작가와의 책 이야기는 10월 22일(토) 오후 3시 50분 최명희문학관·부채문화관 야외무대에서 시작된다. (비가 오면 최명희문학관 세미나실)
 

○ 초등학생에게 추천하는, 이호철의 『살아 있는 글쓰기』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은 1994년도에 나온 초판입니다. 1994년에 이 책을 읽었다면 고등학교 2학년 때였겠네요. 아마 ‘쌈치기’를 해서 딴 돈으로 이 책을 샀을 것입니다. 좋게 말해 ‘쌈치기’이지 ‘노름’이지요. 그 시절 저는 아직 사춘기가 끝나지 않았고 힘든 가정사와 예민한 감수성으로 몸과 마음이 사막을 횡단하는 낙타처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 모래 같은 시기를 버티게 해준 의지처가 책이었습니다. 이청준과 한수산, 이문열과 황석영 선생의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외에도 퍽 많은 책을 읽었는데 마치 문자 중독에 걸린 것처럼 닥치는 대로 읽으며 많은 밤을 지새웠던 시기였습니다. 저는 오늘 이 책을 다시 들춰보며 그 시기에 이 책 『살아 있는 글쓰기』를 읽었던 것이 커다란 행운처럼 느껴집니다. 이 책을 읽었기에 ‘읽는 사람’을 지나‘’쓰는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 나이에 좋은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을 구분할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는 믿음도 듭니다. 먼 훗날 하얀 수염 쓰다듬으며 오늘 이 책을 여러분들에게 추천한 일을 퍽 자랑스럽게 생각할 거란 확신도 듭니다.

○ 중학생에게 추천하는, 포리스터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지금은 이 책이 ‘아름드리미디어’라는 출판사에서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지만, 오래전에는 ‘현대문학’이라는 출판사에서 ‘리틀트리’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습니다. 저는 ‘리틀트리’란 제목의 책으로 먼저 읽었고 훗날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라는 책으로 다시 여러 번 읽었습니다. 저는 이 책의 역사를 아주 소상히 기억하지요. 좋아하는 책이니까요. 좋아하는, 혹은 유명한 책의 역사를 아는 것은 가족의 역사를 아는 것만큼은 못해도 퍽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책에 관한, 남들이 모르는 이야기를 알고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 좋아하는 사람이 이성 친구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당장 ‘에~~’ 하며 눈치를 주어도 저녁이 되면 ‘뭐해?’ 라고 DM이 올지도 몰라요. 물론 아니면 말고……. 이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할머니는 내 비밀 장소에서 그런 생명의 순환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켜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모든 것이 새롭게 (설사 그것이 그냥 생각일 뿐이라 해도 무엇인가가 태어날 때는 항상 그렇듯이) 흔들림과 소란이 일어난다. 영혼이 다시 한번 물질적인 형태를 갖추려고 발버둥 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에 부는 매서운 바람은, 아기가 피와 고통 속에서 태어나는 것처럼 탄생을 위한 시련이다.”

이 문장이 제가 중학생인 여러분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제 인생의 봄에 접어들었고 그리하여 사춘기가 시작되었지요. 지켜보는 우리도 아프지만, 당신들도 퍽 아플 거란 생각이 듭니다. 이 시기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면의 소란과 흔들림으로 인해 새로운 형태를 갖추어야 할 몸과 영혼에 상처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그 상처 퍽 오래갑디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소란과 흔들림을 바라보고, 느끼고, 그 아픔을 겪으며 새롭게 다가오는 몸과 영혼을 고요히 기다리는 일에 이 책이 조금, 아주 조금 도움이 될 것입니다.

○ 고등학생에게 추천하는, 나카지마 아츠시의 『역사 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

이 책에는 네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습니다. ‘산월기’는 호랑이가 된 시인 ‘이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겁 많은 자존심과 존대한 수치심’으로 집약되는 인간의 성실성과 욕망, 두려움과 고뇌를 이징이라는 선비를 통해 슬프고 처연하게 드러냅니다. 이 소설은 삶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여러분들에게 인생의 아련함과 쓸쓸함, 시련과 아픔을 예방주사처럼 경험하게 해 줄 것입니다. 그 예방주사 아프지 않아요. 재미있게 놓아줍니다. ‘명인전’은 기창이라는 천하제일 명궁을 등장시켜 불사지사(不射之射), 즉 명인인 듯 명인 아닌 명인 같은 명인의 경지를 보여줍니다. 수련을 거쳐 종국에는 ‘활’ 그 자체의 이름과 쓸모마저 잊어버려 무위의 경지에 다다른 모습이 마치 무슨 신선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핸드폰과 한 몸이 된 여러분을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안에 묘한 슬픔이 있습니다. 노을 같은 슬픔이 있습니다. 이 두 편 외에도 ‘제자’와 ‘이능’이라는 소설이 더 있습니다. 네 소설은 모두 결말에 마침표를 찍지 않는 ‘열린 결말’인데, 그 열려 있는 결말을 상상과 사유로 채우는 것이 이 책의 묘미입니다. 그 묘미를 느끼는 과정은 자연스레 ‘내 인생 잘살아 봐야지’ 하는 욕심의 밑불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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