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살소살
삶을닮다(오늘의필록)
잡초
잡초
문학관의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일까? 관람객, 전시물, 행사, 장마, 곰팡이 ……. 많은 걱정거리 중 여름이면 가장 큰 고민거리는 잡초와 곰팡이다.
곰팡이는 주어진 힘을 다해 막아 보지만 어찌 해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그리고 곰팡이 때문에 걸리는 희귀성 바이러스가 있다고 하니 무섭기도 하고. 하지만 잡초는 곰팡이와 다른 의미로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잡초는 뽑고 자르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있다. 잡초를 뽑고 다음 날 그 자리에 가보면 또 올라오고 있는 잡초가 보인다.
「이걸 뽑아, 좀 놔둬.」
작은 잡초까지 뽑기가 민망해 그냥 두고 간다. 천성이 게을러서 그런지 잡초가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지켜보다 결국에는 안 되겠다 싶어 다시 뽑기 시작한다. 그러면 어찌나 이것들이 억센지 뿌리까지 뽑지 못하고 중간에 끊어진다.
침을 탁, 하니 뱉어주고 그늘 밑으로 가서 쉬기 시작한다. 저놈의 잡초들은 뭐가 그렇게 좋다고 뽑으면 또 자라고 뽑으면 또 자라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자기 몸뚱이 잘릴 줄 알면서도 다시 올라오는 것을 보면 멍청하기도 하고 독해 보이기도 한다. 잡초 같이 독한 인생을 살아보는 것도 썩 나쁘지 않지만 왠지 모르게 서러워진다. 밟고, 뽑고, 자르고, 경멸해도 다시 일어나는 잡초. 그런 사람 옆에 하나 쯤 있으면 참 징글징글 하겠다.
「이제 고작 한 시간 뽑았어. 더 뽑아.」
저 사람 참 징글징글하다. 참 잡초 같은 사람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한참을 잡초라 생각하고 풀을 뽑고 있잖니 「그거 잡초 아닌 것 같은데.」 하고 동네 어르신이 지나가신다.
풀에 이름이라도 지어야지. 잡초에도 붙여줘야지. 영숙이, 미자, 말자, 선동이, 영자, 강자 ....
「영숙아! 내 누구냐고 묻거든 앞으로 영숙이라 말해라. 누가 아니, 잡초일지라도 내가 너와 정이 들어 그냥 두고 잡초가 아니라 꽃이 피는 풀이라 우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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