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Live 2011-05-24] 천년 골목을 누비다, 전주 한옥마을길

전통 한지원·박물관 등 체험거리도 풍부

경기전에서 태조로를 따라 500m쯤 가면 오목대(지방기념물 제16호)를 만난다. 오목대는 이성계가 고
려 우왕 때인 1380년 남원 황산에서 왜적을 물리치고 돌아가던 중, 그의 선조가 살던 이곳에 들러 여러
종친을 모아놓고 잔치를 베푼 곳이다. 이곳에 오르면 전주 한옥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개인적으
로 오목대는 기자가 초등학교 시절 개구쟁이 동생들과 온종일 뛰어놀던 뒷동산이다. 황토밭에서 내내
뒹굴다 해질녘에야 집에 돌아가면 4남매의 엉망이 된 옷을 홀라당 벗기며 지청구를 늘어놓던 어머니
목소리가 아스라하다. 30여 년 만에 기억을 더듬어 다시 찾은 옛집은 ‘공방’으로 변해 있었다. 오목대에
서 남쪽으로 10분만 걸어가면 왕조 시대 인물을 길러낸 ‘전주향교’(사적 제379호)가 있다. 드라마 <성균
관 스캔들>의 촬영지로 더 유명해졌다.

‘역사’ 위를 걸었다면 이젠 다양한 전통문화 시설을 즐기고 체험할 차례다. 오목대 앞에서 술도가길을
따라가다 보면 전주 전통한지원과 전주 전통술박물관, 공예공방촌 지담 등을 만나게 된다. 한지원은
일본으로 80% 이상 수출되는 순수 우리 한지를 만드는 곳이고, 술박물관은 전통 가양주와 관련된 다양
한 강좌 및 누룩 빚기, 소주 내리기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공예공방촌 지담에서는 부채·꽃접
시·한지조명 같은 한지 공예를 해볼 수 있다.

여기에서 ‘최명희길’을 따라 걷다보면 최명희 문학관과 교동아트센터에 발길이 닿는다. 최명
희 문학관은 대하소설 <혼불>로 유명한 작가 최명희의 삶과 작품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공
간이고, 교동아트센터에서는 매듭공예·북아트·티셔츠 그림그리기 등을 해볼 수 있다. 이 밖에 ‘공주님
솜씨방’ ‘사과나무 테디베어’ ‘조롱박 공예’ ‘얼렁뚱땅 조물락공작소’ ‘님바래기’ ‘버들이와 산들바람’ ‘물
빛’ 따위 아기자기한 이름을 단 채, 닥종이 인형 만들고, 도자기 굽고, 바늘로 조각을 새기고, 한지로 천
연 염색을 하는 등 갖가지 경험을 할 수 있는 작은 공방이 골목골목 즐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