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희 소설 ‘혼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역사적 총체성의 맥락에서 사유하거나 행동하지 않고 저마다의 당면한 개인적 과제에 골몰하는 캐릭터라는 평가가 나왔다. 또 ‘혼불’이 상정하는 역사가 미래를 향해 열린 개방적 의식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1일 오후 1시 최명희문학관에서 열린 제7회 혼불문학제 인문학축제. 10일 영화감독 김현석과의 대화 ‘인간과 사랑에 관한 속 깊은 통찰’에 이은 문학심포지엄 ‘문학과 역사와 삶’에서 차원현 경주대 교수는 “소설 ‘혼불’은 과거의 어느 시점에 고착된 완결된 세계로의 복귀라는 차원에서 역사의 질서를 규정한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차 교수는 “최명희씨의 ‘혼불’은 단호한 윤리적 세계의 복원을 통해 삶의 고결함이 회복가능하다는 믿음의 산물로 읽힌다”며 “현대인들의 기억의 저편에 숨어 ‘박물화되어버린 상징들’을 찾아 나선 작가의 발걸음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해방기 서정주 시인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허윤회 성균관대 교수는 “서정주의 시세계에서 가장 불투명한 지점이 해방기”라며 “서정주 시인은 해방 이후 김동리와 조연현이 주도하고 있던 청년문학가협회 활동에 참가하면서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자신의 문학관과 일체화시켜 나갔다”고 평가했다.

소설가 채만식은 우리 근대소설사에서 생활과 문학 양면에서 현실과 가장 치열한 대결을 보여준 작가로 소개됐다.

신두원 인하대 교수는 “채만식 선생은 작가정신의 치열함을 증거하는 변화와 갱신을 보여줬으며 올바른 문학적 진실 탐구로 정향지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4시간 정도 진행된 이날 심포지엄의 사회는 하정일 원광대 교수가 맡았으며 70여명의 일반인과 학생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