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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닷컴 20060529]전주 한옥마을에 ‘최명희문학관’ 문 열어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07-01-07 00:45
조회
2356
매체: 전라도닷컴
날짜: 2006년5월29일
제목:전주 한옥마을에 ‘최명희문학관’ 문 열어
출처:전라도닷컴
쓴이:전라도닷컴

만년필, 칼, 철끈, 자, 가위. 이른바 ‘문방오우’.
평생 ‘수공(手工)의 작가’였던 최명희(1947∼1998) 곁에 늘 있었던 벗들이었다.


지난 4월25일 문을 연 전주 한옥마을의 ‘최명희문학관’(풍남동 3가 67-5번지)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붙잡았던 것은 ‘문방오우’와 더불어 사람 허리께 닿을 만큼 쌓아 올려진 ‘육필원고’ 더미였다.img.php?img=8d7e0b7f9e0348c46aef80c236dd227b.jpg&id=11600

작가가 지난 80년부터 96년까지 생애의 17년을 바쳐 이룬 소설 《혼불》(전10권)은 원고지 1만2000여 장 분량. 후배작가 신경숙씨는 “선생은 생전에 만년필로 작업을 했다. 《혼불》을 보면 그 만년필에서 흘러나온 것은 잉크가 아니라 바로 작가 자신의 피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었다.

‘독실한 만년필주의자’였던 최명희는 “혼불을 차가운 기계에 의존해서 쓴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많이 쓰고 빨리 쓸 수 있으며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하다고 사람들은 나한테 컴퓨터 쓰기를 권한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렇게 ‘많이’ 쓰고 ‘빨리’ 써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 사뭇 의아해진다.”

그는 일필휘지를 믿지 않았다. “천필만필이 주는 다듬어진 힘이 좋다”고 했다.
《혼불》은 어둡고 억눌린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혼불이 살아있는 시대를 꿈꾸는 사람들의 한(恨)과 원(願)을 그려낸 작품. 최명희로 해서 국어사전에까지 오른 말 ‘혼불’은 목숨의 불, 정신의 불이고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힘의 불을 뜻한다.


이야기 속에 우리나라 풍토와 세시풍속·관혼상제·주거·음식·옷·노래 등 온갖 민속학·인류학적 기록들까지 살아 숨쉬는 이 작품을 두고 작가 최일남은 “미싱으로 박은 이야기가 아니라 바늘로 한땀 한땀 뜬 이바구”라 평했다.

동짓날 저녁 저무는 하늘을 그리면서 그‘박모(薄慕)’의 느낌을 소설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사흘 내내 저녁의 공기를 응시했던 일이며 겨울에서 이른 봄으로 접어드는 계절의 살얼음이 녹는 강물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한밤중 강변에서 몇 시간을 웅크리고 앉아 ‘소살소살’이란 말을 건져올린 일 등은 자주 회자되는 이야기. 국어사전을 시집처럼 읽었던 작가는 《혼불》에 진정한 말의 씨를 심고 싶어했다.

육필원고와 만년필 등에서 치열한 문학혼 만나

최명희가 나고 자란 곳은 지금은 경원동이라 이름이 바뀐 전주 화원동. 고향 전주를 두고 그는 생전에 “‘ㅈ’ 발음이 주는, 이상하게 편안하고 낮은 음조이면서도 활짝 피었다기보다는 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은 발음의 음감이 내 성격의 어떤 일면을 이루었으리라 생각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고향에 대한, 그다운 애정의 표현이기도 했을 것이다.

img.php?img=446855f9a0b53513ed340c468454bc7b.jpg&id=11600작가의 생가 가까운 자리에 세워진 문학관은 《혼불》로 대표되는 최명희 문학의 치열성을 새삼 느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려졌다.

작품 무대인 남원 사매면 서도리에 세워진 ‘혼불문학관’이 작품 중심이라면 작가가 나고 자란 전주에 세워진 이곳 문학관은 작가 중심이랄 수 있다.

마당과 작은 공원을 거느린 문학관은 주전시관인 ‘독락재’(獨樂齋)와 문학강연장·기획전시장인 ‘비시동락지실’(非時同樂之室)로 이뤄져 있다. ‘독락’이란 당호는 홀로 자신과 대면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경지에서 이룩한 문학의 높은 정신을 기리는 의미이다. ‘비시동락’은 때를 가리지 않고 함께 즐거워하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 《혼불》이 보여주는 그 흔전한 말의 잔치를 여기서 누리라는 권유다.

작가가 ‘독락’으로 이룬 《혼불》이 마침내는 독자들과 더불어 누리는 ‘동락’으로 이어졌으니 두 공간의 이름이 맞춤하니 한 짝을 이룬다.
전시관에선 작가의 친필원고 복사본, 방송작가 이금림씨 같은 지인들에게 보낸 엽서들을 비롯 《혼불》이나 생전의 인터뷰·문학강연 등에서 추려낸 말들로 이뤄진 패널을 만날 수 있다. 한 줄 한 줄 마음에 들이다 보면 ‘《혼불》을 다시 읽어봐야지’라는 다짐이 들 만 하다.

생애의 17년 오롯이 바친 《혼불》 세계 느끼게

동생 최은영씨가 직접 구성한 동영상은 최명희 삶과 문학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작가는 동영상 속에서 “내가 정말 쓰고 싶었던 것을 딱 한가지만 말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어둠이 빛보다 어둡지 않다’는 것”이라 말한다.

img.php?img=1066df915a14e5dc963eca97bb392d9e.jpg&id=11600 몸의 심장을 도려낸 상처를 숨기지 않고 이마 높이 붙일 때 가장 큰 힘을 얻는 방패연처럼, 제 힘을 다하여 자랄수록 눈부시고 아름다운 햇볕 속으로가 아니라 더욱 더 깊고 어두운 밑바닥으로 내려가는 나무의 뿌리처럼, 작가는 고통과 상처가 오히려 삶의 위로가 되고 긍지가 되는 경지를 보여 준다.

장성수 관장(전북대 국문과 교수)은 최명희문학관을 두고 “지금 보존하지 않으면 사라지고 잊혀져갈 《혼불》 속의 세계, 그 매장량을 짐작하기도 힘든 무궁무진한 보물들을 캐내는 한 통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한다. 다만 최명희의 삶과 문학을 접하게 해줄 재료들이 충분치 못한 건 아쉬운 대목이다. 그래서 작가 사진·사인본 등 독자들이 지니고 있는 관련물품들의 기증을 기다리고 있다.

최명희문학관은 민간위탁운영 사례라는 점에서도 앞으로의 걸음을 눈여겨볼만 하다.
김병용(소설가)씨와 더불어 문학관을 꾸려나갈 기획팀장 최기우(극작가)씨는 “고정되고 박제화된 문학관이 아니라 살아있는 문학관, 현재진행형의 공간으로 꾸리겠다”는 뜻을 전한다. 보존에 그치지 않고 최명희 문학의 의미를 심화·확산시켜 나가는 공간으로 매김하겠다는 것.
테마가 있는 문학강연 시리즈를 비롯 혼불문학제·혼불학술총서 발간·혼불학술상·혼불문학기행·최명희소설교실·최명희사랑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생전에 최명희는 “내가 살았던 전주의 고풍스러운 분위기, 경기전의 큰 나무들과 오래된 기둥들은 나에게 시간을 분초 단위가 아니라 백년 천년의 단위로 느끼게 했다. 그 나무들 아래서 나는 늘 저 먼 시간이 그리웠다”고 말했다.
문학관을 나와 경기전의 큰 나무들 사이를 거닐며 《혼불》을 낳은 힘인 ‘저 먼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품어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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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이며 입장료는 무료. 문의 063-284-0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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