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살소살

삶을닮다(오늘의필록)

필록 755 - 겨울 강아지같이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1-12-09 11:08
조회
629


 

군불 기운도 웬만큼 가시는 이때쯤이면,

검정 무명 이불 아래 오물오물 잠든 식구들의 발

아랫목 온기 있는 곳으로 모여든다.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들어가는 주인의 눈치를 보며,

부엌 아궁이 옆의 부뚜막 아래 따뜻한 자리를 찾아

제 대가리를 붙이고 잠드는 겨울 강아지같이.

 

「혼불」 6권 59쪽





둥그렇게 몸을 말고 잠을 청하는 강아지가 떠올라 설핏 미소 짓게 되는 문장입니다. 뜨끈뜨끈한 전기장판 속에 들어가 하루 종일 언 몸을 녹일 때 사르르 행복이 밀려오는데요. 여기에 새콤달콤 시원한 귤을 곁들이면 한겨울 강추위도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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