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살소살

삶을닮다(오늘의필록)

필록 736 - 바람이 시원하다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1-07-29 17:18
조회
1026


 

두터운 나무 그늘 그림자에 들어앉아

허기진 배를 채운 뒤에 잠깐 포만으로 방심하며,

따갑게 내리쬐는 뙤약볕을

저만큼 바라보는 놉들의 머리 위로,

둥구나무 무성한 이파리마다

매미 소리가 물소리를 내며 쏟아지는데,

때 맞추어 건듯 불며 물소리를 쓸고 내려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이런 바람이 한 줄기 스쳐 주면

등허리에 달라붙은 삼베 적삼이 어느 결에 고실고실해지고,

그 바람에 고달픈 근심까지도 일순 잊혀지면서

잠시나마 낙낙해지는 것이다.

「혼불」 4권 92쪽





따갑게 내리쬐는 뙤약볕을 피해 나무그늘로 들어서면 공기가 탁 변하는 게 느껴집니다. 축축한 땀이 진득하게 달라붙은 등허리를 손으로 펄럭이면 바람이 절실해지는데요. 그 순간 사이를 비집고 스쳐지나가는 시원한 바람 한 줄기. 참 고맙고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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