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살소살
삶을닮다(오늘의필록)
필록 727 - 일 안허고 살 수 없는 시상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1-05-27 16:07
조회
2603
“어채피 일 안허고 살 수 없는 시상,
기왕이면 이렇게 때묻은 거 빨어 내고
얼룩진 것 깨애깟허게 싸악 빼서,
더러서 못씨게 생긴 놈을 뽀얀허니 새놈으로 맹글응게,
빨래허는 일이 나는 좋데.”
「혼불」 10권 302쪽
소설 「혼불」에는 일제강점기 비복들의 살아있는 일상이 담겨있습니다. 종의 자식으로 태어나 평생 온갖 옷가지와 빨래 거리들을 이고 지며 살아가는 소례. 그녀의 손은 늘 퉁퉁 불어있습니다. 잿물, 콩가루, 두부 순물 등을 이용한 얼룩 제거의 달인이지만 몸서리 쳐지는 종의 얼룩은 빼지 못합니다.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견디는 소례의 마음이 느껴져 안쓰러워지는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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