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살소살

일필휘지(방명록)

소살소살 그이의 숨소리가 들려옵니다

작성자
이숙경
작성일
2007-08-27 15:19
조회
1968

전주까지 가는 길이 그리 멀지는 않았을 터인데
찾아오는 데 참 더딘 시간이 흘렀습니다
<혼불>을 읽으면서 그 떨리던 가슴이 아직도 새롭습니다
그이 살아 계신 동안 한 권이라도 더 책 읽는 이가 많아져서
그이 기쁨으로 병이 나아지실까 기대하면서
여러 질을 사서 친구들에게 선물도 하였습니다

이제 그이는 떠나시고
그 화안한 웃음처럼 햇살 고운 뜰에 선 기념관을 찾습니다
춤을 추는 이들은 겹춤을 춘다고 해요
기쁜 듯 쳐드는 팔사위에 한이 서립니다
가벼이 올라서는 듯했으나
깊이 가라앉아 끈끈한 디딤이 나섭니다
그이 글은 그렇게 겹사위로 다가섭니다

기념관 분위기도 그렇게 다사롭고 서럽습디다
그이 생전의 필체들
그 단정하고 정성어린 글씨들이 담겨 있는 그 방이 어찌 소홀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 중에도 벗에게 띠우신 내리닫이 서간문은 아름답습디다
굳이 만년필로 쓰신다는 아날로그적 신념도 아름답습디다
너무나 그이다워서 가슴이 다 지르르 하더이다

이 여름을 보내면서 다시 한 번 <혼불>을 안고
그 아름다움을 되새기며
그이 소살소살 숨소리를 듣겠습니다

기념관을 나서면서
문 앞까지 따라나서며
그이 엽서랑 전주천 이야기를 전해 주시던 문학관의 이광호씨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그이 숨소리에 어찌 다 함께 고와지지 않을소냐
그이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이 어찌 이어지지 않으랴 하면서
전해 주시는 선물을 귀하게 받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전주, 완산이라는 이곳이
참으로 고아한 양반 고을입니다
남도에 인연이 없어서 낯설기만 했더니
이제 그이 숨결이 있고
친절한 그이 아끼는 이들이 함께 하는 이 완산골을 다시 찾고 싶어집니다

오늘 뜨거운 볕살 속에도 그이 소살소살 숨소리 들립니다
그이가 계시다면 '덥다'라고만 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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