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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사랑. 12 보성여고 최명희 교사 시절

작성자
황종원
작성일
2020-01-10 17:55
조회
1429







해방촌 입구에 중앙경리단이 있습니다.

나는 1970년 소위 때부터 1972년 중위 때까지 경리단에서 근무했습니다.


경리단 앞 미 8군부대 담을 끼고 좁은 2차선 도로는 구불구불 남산 횡단 도로를 향해 갑니다.


경리단 행군의 날에 장교들은 칼빈소총을 우로 어깨 걸어총을 하고, 사병들은 M1소총을 들고 이 길을 올랐었지요.

버스도 드문 그 때는 이따금 찻소리가 가끔 났지요.

그 때는 마을버스가 없었고, 그냥 걸어 올라가는 길이었습니다.

남정네의 걸음으로 남산 길까지 30여분 땀에 찹니다.


1973년, 교사 최 명희는 이 길을 걸어서 보성 여고에 아이들을 가르치러 갔습니다.

여자 걸음으로 한참인 이 길을 교직 생활 6년 동안 걸었습니다.

전주 기전 여고의 교사에서 이 곳 보성여고 교사가 된 최 명희는 서울로 길을 잡으러 간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겠지요.

보성여자 고등학교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 최 명희 선생님이 근무했을 때의 글을 보고자 합니다. 찾을 수 있겠는지요?"

돌리고 돌려서 받은 선생님이 말합니다.

" 오십시오. 우리 도서실에서 보관 자료가 있을 겁니다."


나는 해방촌 입구에서 30분 가까이 걸어서 보성여고를 남산 중턱의 횡단 도로 못 미처 있는 학교를 겨우 찾았습니다.

학교 안내판은 학교에 다와서야 있습니다.

교문 수위는 내 꼴을 보고 도서 외판원을 보듯 경계합니다.


나는 작가 최명희 파일을 펼칩니다.

" 이 분이 바로 이 학교에서 1980년 당시 근무하셨던 최 명희 선생이십니다.

이 분이 계실 당시에 학교 교지에 글이 실렸을 것입니다. 아까 전화를 드리니 학교 도서실로 오란 말씀이 있어서 도서실을 관리하는 선생님을 뵈러 왔습니다. "

수위는 도서실에 전화를 겁니다.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 2층으로 올라가면 왼 쪽에는 교실이고, 오른 쪽은 도서실이니 가보십시오. "

학생들 휴식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와글와글하는 모습에 고3짜리 딸 생각이 납니다.

내가 고3때 생각도 납니다.

도서실 사서는 여선생님입니다.


또 다시 작가 최 명희 자료 파일을 펼칩니다.

다녀봐서 생긴 요령입니다. 파일을 펼치면 긴 말 할 것이 없습니다.

" 최 선생님이 돌아 간지 1년이 지났습니다. 관심이 소홀해지고 작가가 쓴 글이 버려지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서 한 자리에 모우는 작업을 하는 개인입니다. "

도서실 사서는 교사 최 명희 선생님 재직 기간 동안에 나온 보성여고 교지 2권을 꺼내왔습니다.


단 두 권에 그나마 글이 있었으면….

그러나 편집위원에만 이름이 올라있지. 글은 없습니다. 교지의 뒷면에 교사들 주소가 있었습니다.

보성여고에 온지 얼마 안되었을 때여서인지요? 해방촌 산 xx번지가 주소였습니다.

서울 생활이 여유 있게 집을 얻을 형편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보성여고에 온지 좀 지나서는 내가 찾아갔던 도곡동 주공 아파트가 주소였습니다.


아침에는 기전여고의 김 환생 교감 선생님하고 전화 통화를 했었지요.

" 죄송합니다. 황선생님, 저는 최선생하고 국민학교 동창입니다.

작년에 최 선생이 타계 했을 때 서울에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에 갔었습니다.

상가가 너무 쓸쓸해서 늦게 까지 있었습니다. 그리고 황선생님께서 찾으시는 학교 교지는 관심들이 없어서인지 보존이 안 되어 찾을 길이 없습니다. 다만, 전북대 시절과 교사 시절에 쓴 글이 있는 부분을 구할 수 있어서 FX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관심을 보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환생 교감 선생님 배려로 교사 최 명희 1972년도 기전여고 시절의 글을 구했습니다.

그러나 보성여고 시절은 그냥 묻히고 마는군요.

작가에게는 발표할 수 있는 지면이며, 가수로서는 무대이고, 화가에게는 전시회장입니다. 글을 쓰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교사 최 명희는 내 놓을 곳이 없는 글을 쓰면서 얼마나 아픔의 시간을 보냈을까요?


보성여고를 나와서 10여분 걸으면 소월로가 나옵니다. 입구에 남산 도서관이 있습니다.

낮에 들른 국립 도서관은 두 째, 넷째 주 월요일은 휴무입니다. 도서관 마다 다르지요.

남산 도서관에 가서 정기 간행물실에 가서 묻습니다.

" 혹시 신문 축쇄판을 볼 수 있습니까 ? "

없답니다.

축쇄판을 찾는 이유가 있었지요.

내가 학생 최 명희에 대해 예상 했던 데로 그 이는 전북대학에 가기 전에 전주의 영생대학에 입학을 했었다는 것입니다.


영생대학은 나중에 전주 대학으로 바뀝니다.

인터넷상에 전주대의 홈페이지는 그럴싸합니다, 그 만한 대학이면 학교 신문의 축쇄판이 있을 법 했으나 남산 도서관급의 도서관에서는 없었지요.

이제 어디 가서 확인을 하나요.


잠시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전주 대학의 대학 신문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또 구차스롭게 나는 구걸하듯이 합니다.

" 혼불의 최명희 선생이 1966년에서 68 년에 전주 대학에 입학을 했습니다. 학교 축쇄판이 있다하니, 최 명희 선생의 글이 실렸는지 여부를 알아 볼 수 있겠습니까 ? "

" 여기는 워낙 바빠서 확인을 못해드리겠습니다. 여기 오셔서 보세요. "

전주가 옆 동네인가?

야속하고 무정하군요. 작가의 분신인 글 찾기가 수월하다면 누군들 못하겠나요.


(199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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